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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찰] 이분법에 대한 생각

DUP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1.01 10:02:35
조회 89 추천 5 댓글 5

이분법은 어떤 대상을 상호 배타적인 두 범주로 나누어 인식하고 판단하는 방법론을 말한다.




전자기파는 높은 분해능으로 관찰할 경우, 연속적이고 다양한 파장 대역을 포함하는 스펙트럼으로 나타난다.


RGB 값은 가시광선 영역에서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색상을 정의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준으로, 각각 8비트(0~255)로 표현된다. 이로 인해 총 256³, 즉 16,777,216개의 색상 조합이 가능하다. 그러나 RGB 값은 인간이 인식하는 가시광선 영역에 한정되며, 색상 정보는 포함하지만 다른 빛의 속성을 포함하지 않는다. 이 계산 방식도 특정 표준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다른 색 공간이나 단위 체계에서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저것은 단지 이진법에서 표현하기 좋은 방식으로 했을 뿐이니까.


이처럼, 전체 스펙트럼 중 극히 일부를 기준으로 나누었음에도 불구하고 16,777,216개의 조합이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실제 전자기파는 가시광선 외에도 적외선, 자외선, X선 등 다양한 파장 대역을 포함하며, 광도 외에도 조도, 채도, 휘도 등 빛의 다양한 속성이 존재한다. 조도, 광도, 채도, 휘도, 광속(Luminous Flux), 색온도, 광량 등 다양한 빛의 속성이 있으며, 이러한 속성들 역시 인간이 특정 기준과 표준을 기반으로 정의한 결과일 뿐이다.


여기에 고전적인 시간, 공간 정보를 포함하면 훨씬 복잡해진다. 빛의 위치, 운동량, 각 운동량, 그리고 이동하는 상대 좌표를 고려하면 그 복잡성은 더욱 커진다.


물리적 및 생물학적 한계가 명확한 인간에게 이러한 정보를 이해하는 것은 어려우며, 서로 다른 인간이 이를 동일하게 인식하고 소통하는 데도 부적합하다. 이로 인해 인간은 정보를 고도로 압축하여 간소화(휴리스틱)된 방식으로 인식하고 전달하는 방법론을 발달 시켰고, 그 중 하나가 이분법이다.





인간은 인지하기조차 어려운 이 복잡한 전자기파의 속성을 단순히 두 개의 상호 배타적인 범주로 나누어 이해했으며, 그게 '빛'과 '어둠'이라는 이분법이다.



'어두워', '밝아'라고 표현하는 것과, '이 전자기 스펙트럼 중 가시광선 영역의 조도, 광도, 채도, 휘도, 광속, 색온도, 광량, 상대 시간과 방향 등이 어떻고...'라 표현하는 것의 효율 차이는 명확하다.


때문에 인간은 오랜 세월에 걸쳐 휴리스틱한 인지 체계를 발달 시켰고, 그 중심에는 이분법이 자리 잡았다. 유전자 단위와 본능 수준에서, 인간이 태어나 의식을 구성하고 인지하는 체계 전반에 이분법 사고가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까지 읽고 '이분법이 나쁘다'거나, '이분법이 좋다'라는 두 개의 상호 배타적인 범주로 구분하여 더 나은 것을 판단하려는 자동적 사고조차 이분법이다.


이분법은 단지 방법론이며, 그것은 목적과 상황에 따라 장단점이 있을 뿐, 결코 절대적인 옳은 것, 옳지 않은 것이 될 수 없다. 난 단지 이 공동체가 지나치게 이분법에 매몰되어 그 이상의 생각을 하지 못하는 부분을 지적하는 것이며, 주장에 대해 수긍하거나, 거부하거나, 일정 부분만 판단하거나, 아예 판단하지 않거나 하는 엄청나게 다양한 스펙트럼의 선택지가 있음에도, 이분법에 빠진 사람은 절대적으로 맞다, 절대적으로 틀리다 라는 이분법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하는 부분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이분법은 제한된 환경에서 효율적이다. 하지만 정확도가 보장되지 않는다. 그래서 전달 과정이 길어질수록 정보가 손상된다. 마치 재귀연산을 반복하면 원래 값과 비슷하지조차 않은 계산처럼, 역산이 불가능해지는 지점이 나오는 것처럼.




당장 남성(가해자, 착취자)과 여성(피해자, 착취 당하는 자)이라는 두 개의 상호 배타적인 범주로 구분하는 페미니즘이란 이분법 체계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레디컬 페미니즘이 폭발적으로 유행하던 시기는 그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거(박근혜, 최순실, 조현아)가 넘치는 시기였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 증거를 부정하고 쉽고 편한 이분법 체계를 받아들였다. 이분법이 얼마나 부정확한지, 인간의 인지를 쉽게 속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공산주의는 어떠한가? 자본가-노동자라는 두 개의 상호 배타적인 범주로 구분하며, 선-악이라는 이분법 구도를 내세운다. 그리고 역사를 보면 그 해악과 결말을 잘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이분법 인식은 개인이 인식하지 못하는 무의식 영역에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극단적인 예시를 들자면 '페미는 나쁘다'라는 명제에 대해서도 그렇다. 실제 인간에 대한 평가는 다차원 스펙트럼에 가깝다. 특정 개인의 입장에서조차 좋은 부분과 나쁜 부분이 섞여있으며, 그것은 결코 절대적인 선악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다. 아무리 다수를 핍박하고 착취하는 악인이라도, 그 자녀의 관점에서 보면 선인일 수 있는 것이다. 그랬던 자가 시간이 흘러 다양한 인과에 닿아 위대한 발견이나 헌신을 하여 지금까지 과오를 모두 상쇄하고도 남을 무언가를 내보였다면 역시 시공간 단위로 다른 평가가 가능하다.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인 선악으로 구분하고, 그러한 판단을 영원불변한 것으로 인식하려 함은 인지적 게으름이자 모르거나 불확실한 것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인간의 본능적 반작용이다.


이것은 결코 페미니스트가 선하다는 주장이 아니다. 절대적으로 악하다고 할 수 없으며, 그것은 아무도 모르고, 각자의 관점에서 저마다 다르게 나온다. 단지 내 입장에서 바라보면 페미니즘이 조화롭지 못하고 악한 경향이 보이며, 구조적인 특성에 대한 근거가 쌓여 내 수준에서 충분히 합리적으로 믿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겸손이 결여된 방법이 이분법이며, 그것에 매몰되면 이 공동체와 같이 자신만의 독선과 아집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폭력성이 나오게 된다. 나와 다르다는 판단을 하지 못하고, 선한 자와 악한 자로 구분하여 악하다고 판단하면 적으로 규정, 마구잡이로 공격하고 윽박지르고 강요하는 그런 모습이 나오는 것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고 거부하려던 것에 영향을 받아 닮아간다는 사실은 참혹한 비극이다.


그러므로 미워하지 말라. 이건 기독교의 말이 아니다. 불교 철학에서도 양 극단을 경계하라 말했다. 역사상 가장 오래,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종교들은 진화 관점에서 보면 그게 사실인지 여부를 떠나 그만한 영향력과 적합성이 있기에 살아남은 것이다. 그렇게 살아남은 것들의 공통부분을 정리하면 용서, 사랑, 자비와 같은 것이 나온다. 전부 인간이 환경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고통 없이 행복하기 위해 가장 핵심적 상관관계를 가진 요소다. 그래서 저런 종교들이 살아남은 것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이분법으로 보면 '페미조차 용서하고 사랑하세요'처럼 들릴 수 있다.



결코 그런 뜻이 아니다. 미워하는 주체는 당신이며, 미워하는 마음은 다름아닌 당신의 마음속에 있고, 결국 당신이 닮기 싫은 존재에게 영향을 받아 당신이 미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되며, 그것은 당신에게 고통을 준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이상화하여 좋아하는 마음을 가져도 사기를 당할 수 있지만, 그 극단에 위치한 지나치게 미워하는 마음을 가져도 결국 당신을 괴롭게 한다는 뜻이다.


참전용사가 PTSD에 괴로워하는 까닭은 자신이 가장 싫어하고 두려워하던 전쟁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너무나 싫었지만, 싫어함으로 인해 안전한 환경에서도 PTSD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것은 내 것이 아니며, 이제 지났고, 나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흘려보내야 한다.


룸빵듀오의 추악한 행위를 잊으라는 뜻이 아니다! 감정과 분리하라는 뜻이다! 그 감정은 당신의 것이 아니며, 그들의 추악함이자 악함이므로 당신이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다! 심지어 미워함이 당신을 고통스럽게 하고, 한계를 규정하고,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면 당장!



고통이 당신을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고통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극단적인 이분법을 탈출하지 못하면 영원히 윤회를 반복하며 고통스러운 것이다. 지금 당장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저 모른다 시인하고 판단을 보류해도 그만인 것이다.


좋은 것, 나쁜 것이라는 이지선다는 당신을 속인다. 판단을 내린다, 내리지 않는다라는 선택지가 있음에도 교묘하게 그런 자유가 없다는 듯 왜곡하여 당장 판단을 내리라 윽박지른다. 그럼 이분법에 빠지게 되고, 부정확한 상이 남으며, 그게 반복되면 부정확함에도 마치 정확하다고 느끼게 된다. 내 것이 아님에도 내 것이라 믿게 되고, 미워할 가치조차 없음에도(당신의 감정을 받을 가치조차 없음), 당신이 좋아하고 아름답다 느끼는 것에 할애할 시간과 정서적 에너지를 모조리 빨아들이는 것이다.


당신이 해당하지 않는다 느낀다면 그저 '이 사람은 이런 주장을 하는구나' 하고 넘기면 그만이다.  그 선택 또한 무한한 자유가 있으며, 다차원 스펙트럼에 가깝다. 모른다면 모른다고 시인하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밭갈이인가'라거나, '신뢰할만한 고닉인가'라는 양 극단에서 끊임없이 반복 연산되는 루프가 발생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말하려는 이분법이다. 그대로 두면 CPU가 과부하 걸려 타버리는 무서운 연산 루프인 것이다.


이분법 판단은 정확하지 않음에도, 그 부정확한 판단을 정확하다 믿어야만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것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내가 정확한 판단을 했다는 자기암시에 걸린다. 그게 쌓이면 반례가 나와도 자꾸만 방어기제가 발동하여 무시하게 되고, 그 결과가 흔히 보이는 룸빵듀오의 모습이다.


'남자가 나쁘다'라는 이분법 판단을 한 페미니스트는, 부정확한 판단임에도 스스로 반복해서 확신했다. 그 결과 반례를 목도해도 과거의 자신이 잘못된 판단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려워진다. 자존심이 상하니까. 그럼 또 다시 내 판단이 맞았다며 이분법에 빠지게 되고, 그게 강화되고, 그러다 괴물이 되는 것이다. 심지어 이분법으로 내린 판단이 '정확하다'라는 착각에 빠지므로, 반례를 보는 시점에는 '과거에 정확한 증거가 있었음에도 나는 잘못된 판단을 한 멍청이'라 인식하게 된다. 이러면 잘못을 시인하고, 자신의 과거를 용서하기 어려워진다.


단지 생물학적 한계, 인지적 한계가 명확하여 항상 불완전하다는 겸손함, 틀릴 수도 있다는 열린 사고를 해야지만 유연한 사고가 가능한 것이다. 어떤 인지와 판단과 선택을 하더라도 절대적으로 옳아서 하는 것이 아니며, 단지 부족한 내가 제한된 환경에서 이것이 최선이라 판단해서 했을 뿐이고, 그게 틀릴 가능성도 있다라고 겸손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나중에 시간이 흘러 반례를 발견했을 때, 과거 잘못된 판단을 돌이켜 생각하며 '한계가 있던 내가 그럴 수 있지'라고 쉽게 용서하고 더 나아질 수 있는 것이다.



반증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 확정하지 않는 자세가 과학적 방법론이고 유연한 사고다. 실생활에서 이런 생각과 화법은 결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단지 환경에 따라 적절하다 판단하는 것을 사용하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동체의 방식(극단적인 이분법)에 매몰되어 그 이상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생각조차 자유롭지 못하다면 그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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