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닭장.

그 안에서 20~30대 치킨들은 태어나자마자 정해진 운명에 던져진다.

아침엔 알 낳는 강제 노역, 저녁엔 인사 한 번 못해본 동료 치킨의 공개 도축을 지켜본다.

'이번엔 내가 아니길' 스스로를 다독이며 하루를 넘긴다.

알을 못 낳거나, 심기를 건드린 치킨은 도축 명단 최상단에 올라간다.

울타리 밖, CCTV처럼 닭장을 내려다보는 586 오너.

스피커를 통해 목소리가 흐른다.

“열심히 알 낳아야 우리가 배불리 먹고 산다.”

그 옆, 말없이 도끼를 갈고 있는 한녀.

알 못 낳는 치킨, 살 안 찐 치킨, 말 안 듣는 치킨은

그 도끼날 아래 고개 숙일 날만 기다려야 한다.

그게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울타리의 질서, 룰, 법칙이었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날, 하늘에서 한 마리 수닭이 떨어졌다.

한 수닭. 닉네임 주갤러.

그는 울타리 밖 세계를 보고 돌아온 수닭이였다.

착륙 충격으로 눈빛은 나갔지만, 입만큼은 살아있다.

“야 ㅋㅋ 아직도 너희 강제노역이나 하다가 도축당하냐?”

치킨들은 코웃음쳤다.

하지만 주갤러가 꺼낸 이야기는 묘하게 치킨들의 귀를 잡아당겼다.

“믹타우? 아예 알 낳기 자체를 접고, 혼자 살아도 되는 시대야.”

“탈조선? 이 썩은 울타리 자체를 폭파하고, 새 삶 찾는 거지.”

처음 듣는 단어들.

태어나서 한 번도 상상조차 못 해본 삶의 방식들.

'이게… 진짜 가능해?'

그날 이후, 일부 치킨들은 아침 알 낳기 점호를 슬쩍 거부하기 시작했다.

586 오너는 방송에서 발작하며 외쳤다.

“알 안 낳는 치킨은 도태다! 울타리 밖은 지옥이다!”

그 옆에서 한국여자는 도끼를 더 빠르게 갈며 웃었다.

하지만 치킨들은 서로의 눈빛에서 느꼈다.

'울타리 밖… 진짜 지옥일까?'

밤마다, 작은 닭장 구석에 치킨들이 모여들게 되었다.

그곳에서 주갤러는 말했다

“솔직히 나도 장담은 못해. 근데, 여기 썩는 것보단 나가보는 게 맞잖냐?”

그렇게 치킨들은 울타리 밖을 향해 궁금증과 같이 발끝을 내딛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