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깡촌까진 아니고 반시골? 정도의 곳임
집에서 열심히 피아노 치니까 교회다니는 놈들이 주말에 집에서 피아노 칠거면 교회 성가대에서 좀 쳐달라더라고 아우성이더라

막상 나가서 피아노 쳐주니까 독실한 신도가 되길 너무 종용해서 교회 다니는 애들한테 피아노 가르쳐 주고 왕위계승 시작
근데 선교 너무 심해서 나중엔 교회에서 가르쳐 주러가는 것도 싫었음

다만 애들 가르쳐 주는 건 너무 좋았음
대학생 때 동아리 신입생들 매년 가르쳐줬던 것도 생각나고
이 동네 애들 조금만 나이들면 다 양아치되는데 음악으로 애들 엇나가는 거 바로 잡는 느낌도 들고
그래서 배우고 싶어 하는 애들 집에 불러다가 가르쳐줬음

이제 절망편 시작
애들한테 이런 재능 기부 형식으로 주말마다 봉사 시작하고 오만 고초를 겪었는데 몇 가지만 살짝 알려주겠

1. 피아노 학원 민원
- 뭐 상대는 생계가 걸린 문제니까 이해한다손 치기엔 시부럴 이 동네는 애초에 피아노 학원 없고,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한참 먼, 있는 지도 몰랐던 학원에서 "누구 굶어죽일 일 있냐"고 전화 테러 계속 함
- 금새 망해서 해결

2. 여자애들 가르치니까 집에서 이상한 짓한다고 신고
- 아니 쉬불 피아노 배우겠다는 애들이 여자애들 뿐이라기엔 세상이 좀 각박한가 싶다가 경찰도 오고하니까 그냥 접을까 생각도 했음
- 집에 우리 부모님도 계신 거 확인하고 해결, 이후로 항상 2명 이상 모아서 가르쳐줌

3. 피아노 내놓으라는 학부모
- 밴드를 했다보니까... 밴드 키보디스트 장비병 심한 거 알지?
건반이 몇개고 있었는데 애들 부모가 와서는 쓸데없는 바람 넣어놓으니까 애들이 수백만원짜리 피아노 사놓으란다고 다 내 탓이라고 우리집에 건반들 가져가겠다고 난리치고
처음엔 미디 건반이라도 61건으로 챙겨주고 그랬는데 왜 장난감 같은 거 주냐고 또 찾아오고... 어휴


이런 개떡 같은 상황에서도 계속 가르치는 이유
1. 애들이 착함
- 애들이 부모한테 "피아노 아저씨가 저한테 나쁜 짓 했어요", "피아노 아저씨가 저 피아노 사야한데요" 이런 말 절대 안 했을 거라고 믿고 있음
그만큼 진짜 애들이 착하고 동시에 부모가 너무 극성이라 극성 부모밑에서 어떻게 커갈지 눈에 뻔히 보이니까... 커가면서 조금이라도 정상적인 어른이 어떤지도 가르쳐주고 싶었음
- 끽해봐야 월급쟁이에, 주말에 피아노나 한량마냥 띵까띵까 치지만 그래도 선생 소리 들으니까 뭔가 가르쳐 줘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고

2. 확실히 재능있는 애들이 눈에 보임
- 자주는 아닌데 간간히 배우러 오는 애들중에 가끔씩 재능있는 애들이 보임
이게 뭘 더 배운 게 아니라 완전 백지 상태에서 그리는 거니까 재능이 진짜 명확하게 두드러지더라고
나는 음감도 부족하고 박자감도 절망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거 타고 난 애들보면 썩히기엔 너무너무 아까움
밥벌어먹고 살만큼 아니라도 배워놨다가 취미로라도 쳤으면 싶어서


이제 곧 결혼하면 봉사도 끝이겠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