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 인파로 붐비는 도서관에서, 유일하게 비어있던 내 옆 칸에 앉았다가, 곁눈질로 살핀 내 몰골에, 벌레 먹은 표정으로 황급히 짐을 싸던 낯 모르는 여학생을 보는 기분을 아냐? 

학창시절, 회화 수업 시간에, 짝을 이룰 이성을 찾는 짧막한 몇 십초간, 행여 나와 눈이라도 마주칠까봐 멀찌감치 자리를 옮기는 여자들을 보는 기분을 아냐?

십분을 채 못 채우는 직장 조회 시간, 의자 여분이 없기에, 불가피하게 내 책상 옆 자리에 앉아다가미팅 종료 타임까지, 시계만 열 번을 넘게 보는 여 직원들을 보는 기분을 아냐?

별칭 조차 항상 외모의 이질성으로 포장되고, 서로간의 대화에 상소리가 끼는 주변 사람들로 부터,장난이든, 진지한 험담이든간에 매번을 외모로 책잡히고, 밑보이는 기분을 아냐?

모임에서 술 맛을 돋구기 위해, 빠지지않고 기본 화제로 내 생김새가 올려지는 기분을 아냐?

의례적인 일상의 안부, 반 토막 짜리 호감 이라도 얻어보고자 웃는 낯에 호의를 담아 보내고, 헤어질 때까지 화술 관련 서적을 종류 별로 독파하고 매일 같이 주변 자문을 구해서, 실제로 안 해봤던 거리 좁히기가 없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매번 저런 꼴이다.

단순히 기이한 외모 하나가, 혐오로 귀를 막고 눈을 돌리게끔, 편견을 부를 수 있다는게 믿을 수 없었다. 혹시나 단 내나는 몸뚱이가 사람을 쫓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수시로 세면하고 샤워하고, 넉넉히 벌 수를 맟춘 옷을 계절마다 돌리고, 매일 아침마다 머리 손질에만 삼십분을 넘길만큼, 겉 단장에 지독한 정성을 쏟는데도 결과는 매 한가지이다.

하루 수 십번, 물 데운 욕조에서 손목 긋고 피 쏟아버릴 생각이 겹치지만, 모질지 못한 마음 한 켠에  접어둬야 한다.  

고기를 뜯기고 가죽이 벗겨지기 위한, 가축 조차 이런 취급은 당하지 않을 것이다.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이 내 눈에는 정상이기에, 나만 보지 못하는 내 외모의 끔찍한 결함과, 한 데 쏟아지는 협잡한 멸시에의 인과를 납득 하기가 힘들다.

세상을 지탱하는 기본이라 배워왔던 상식이 이런식으로 괴리된다니 미칠 노릇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