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계 미인은 평면적인 흰 얼굴에 이목구비가 작아 훤한 인상을 준다.

서시빈목(西施嚬目)이라는 고사가 있다.

중국 춘추시대 월나라에 서시라는 미인이 있었다. 속병을 앓고 있던 서시는 종종 눈을 찌푸렸다. 그 모습도 얼마나 예뻤는지 월나라 여자들 사이에서 눈을 찌푸리는 게 유행이 되었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고사다.

미인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다.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본능과 더 나은 유전자를 퍼뜨리려는 인간의 숙명 때문에 미인은 늘 주목받는 존재였다. 그러나 \'미인\'의 기준을 딱 잘라서 무엇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보는 사람이나 시대에 따라 기준이 조금씩 달랐기 때문이다.

얼굴학자로 유명한 조용진 한남대 미대 교수가 \'미인\'(해냄펴냄) 이라는 연구서를 펴냈다. 미술과 해부학을 공부한 저자는 시대별, 유형별 미인의 기준을 찾아냈다.

이 책은 한국인이 선호하는 미인 얼굴에 대한 다양한 설문조사 결과에 해부학, 도상학, 인류학, 사회학적 연구를 접목시켜 저술됐다.

사람은 아름다움을 뇌를 통해 느낀다. 우선 우뇌는 익숙함과 자연스러움, 얼굴 비례 등을 감지하고 좌뇌는 교양이나 지적인 가치를 분별한다. 뇌간은 성적매력 같은 동물적인 요소에 반응한다. 이 세 가지 반응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사람이 미인이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북방계 미인이 대접받았다. 고구려 벽화나 조선시대 민화에 나오는 미인은 얼굴이 길고 눈과 입이 가늘고 작다. 눈썹이 옅고 얼굴이 아래로 갈수록 조금 넓어지는 것도 특징이다. 평면적이고 이목구비가 작기 때문에 표정이 약한 반면 훤한 인상을 준다. 그러던 것이 조선 후기 유교적 기풍이 변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시각적으로 강한 느낌을 주는 남방계를 선호하게 됐다. 광복 이후 서양을 추종하는 문화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이 같은 강한 얼굴을 선호하는 경향은 더욱 심해졌다.

남방계 얼굴은 짙은 눈썹에 속눈썹이 길고, 요철이 뚜렷한 것이 특징이다. 전체적으로 이목구비가 크고 입체적이다. 요즈음 인기를 끄는 탤런트나 모델, 영화배우 등이 대부분 남방계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미인의 평균도 남방계에 가깝다.

보통 한국인의 눈은 눈동자 직경이 11㎜ 정도다. 그러나 미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눈동자는 12.5㎜ 정도로 크다. 눈의 각도는 보통 사람이 수평 기준으로 6도 정도지만 4도 정도의 눈을 선호한다. 눈 길이에 대한 폭 비율도 보통은 100:27 정도지만 미인들은 100:32~35 정도로 크다.

코는 길이가 짧고 오똑한 코가 미인이다. 콧날 길이가 62㎜ 정도에 코끝 높이가 2㎝ 이상인 사람들이 미인으로 선택된다. 한국 여성의 입술은 윗입술 0.9㎝, 아랫입술 1㎝가 평균이다. 그러나 미인들은 윗입술 1㎝, 아랫입술 1.1㎝로 나타난다.

남방계 미인은 검은 피부, 짙은 눈썹에 뚜렷한 이목구비로 강렬한 느낌을 준다.

이 같은 보편적인 수치만큼 중요한 것은 얼굴의 느낌이다. 저자는 편안한 마음으로 잘 웃는 것이 습관화된 얼굴일수록 상대방의 쾌감지수를 높여 미인으로 보이게 한다고 말한다. 결국 내적인 감성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게 되고 그것이 보는 이의 느낌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좌뇌, 우뇌, 뇌간 중 어느 특정 부분만을 자극하는 사람은 미인이 될 수 없다. 미인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건 종합점수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얼굴 형태뿐만 아니라 성격과 행동까지 포함해 미인 여부를 가린다.

더구나 여성의 사회활동이 확대된 현대사회에서는 외모 외에도 교양과 능력, 활동성과 매력 등을 고루 갖춘 전인적 미인을 요구한다. 성형수술만으로는 진정한 미인이 될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허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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