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지진이 컸다고 생각한다.

일단 제작진이 DP를 지우의 마지막 시리즈로 생각하고 구성을 시작한건 유명한 이야기다.

DP방영전 프로모션 당시 지우의 스퍼트(최후의 분발), 빛나의 시작 이라는 광고문구를 사용하기도 했고 신오가 일본을 배경으로한 무대의 마지막이었던데다가 때 마침 골드버젼 리메이크로 피카츄와 함께 지우를 상징하는 포켓몬인 칠색조를 주인공으로 한 극장판도 만들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칠색조와 루기아가 나오는 극장판은 프로모션까지 나왔었지만 아마도 지우연임을 이유로 중단되고 나온것이 조로아크가 선임등장한 13기 극장판. 참고로 칠색조는 본편에서의 그 비중에도 불구하고 메인으로 나온 극장판이 없음. 아마 슈토 타케시의 계획대로 포켓몬스터가 완결났더라면 3기 극장판에서 엔테이 대신 전혀 다른 내용으로 칠색조가 등장했을것. [슈토 타케시의 칼럼에 의하면 총 3부작의 극장판을 통해 탄생, 삶, 죽음을 표현하려고 했어다 캄. 하지만 3기 극장판 시점에서 시리즈 구성 하차해서 무산.])

아무튼 지우의 연임결정은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그래도 아직까지 지우와 피카츄 콤비의 하차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에서 결정된것이라고 생각된다. DP는 시청률도 제법 안정적이었고 코어팬들로 부터도 꽤 호평이었으니까. 한마디로 아직 더 빨아먹을수 있다는 계산에서 결정됐다고 생각함.

하지만 이미 DP 막판에서 그야말로 세미 사천왕 ㅡㅡ 만렙 가까이 찍은 지우를 진철이라는 최대의 라이벌 케릭터 없이 돌려먹으려니 제작진 생각에도 무리일거란 생각이 들었을거다. 

그래서 한것이 지우의 케릭터 디자인 일신 및 '다소의 초기화'가 아니었나 싶다. 물론 신인 트레이너 (ex-봄이,빛나)를 등장시켜 지우가 그들을 이끄는 방식도 생각해봤겠지만 그건 이미 8년 동안이나 써왔던 방식이고 그렇게 진행하면 지나친 매너리즘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눈물을 머금고 지우의 재설정을 시도한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꼽은것이 웅이를 대신할 덴트와 이슬이(빛나가 아닌)를 대신할 아이리스.

(총감독 지명이었다한다.)

덴트야 그냥 무난하게 밥셔틀용으로 뽑은거겠지만 아이리스의 경우 게임에서의 비중도 있고, 내 생각엔 애초에 메인스토리(제크롬과 지우,로켓단vs플라즈마단)에 자연스럽게 얽혀 넣으려고 한 것 같다.

포켓몬 짬으로는 총감독 및 타계한 슈토 타케시 바로 다음이며 155화에 하차했던 슈토타케시와 달리 800화에 다다르는 포켓몬스터 시리즈에 처음부터 끝까지 각본가로써 종사한 지금의 시리즈 구성 '토미오카 아츠히로' 역시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사실상 스토리 짜는건 이 아저씨 몫이니]

DP에서 그야말로 포텐을 폭발시켜 이제까지 어느 시리즈와 비교해도 지우를 최대한 성장시킨 토미오카로써는 지우의 재설정이 달갑지만은 않았겠지만 그만큼 BW의 메인 스토리라 할 수 있는 진실과 이상의 대립을 통해 지우의 또다른 면을 성장시키려 했을것임은 분명하다.

처음에는 논란이 있었지만 나쁘지 않은 시청률을 유지하며 계획대로 진행되어가던 베스트위시에 결국엔 그 날이 찾아온다.

심판의 날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동일본 대지진(2011/3/11) ㅡㅡ

그야말로 골때리는게 뭐냐면 하필이면 베스트위시는 바로 다음주 목요일날 그야말로 베스트위시 스토리의 메인 of the 메인 이라 할 수 있는 

로켓단 vs 플라즈마단 1시간 스페셜 방영예정이었단거다.

히든케릭 취급이던 비주기에 전작 케릭터인 핸섬,주박사에 플라즈마단까지해서 그야말로 사활을 건 에피소드를 코 앞에 두고 동일본 대지진이 터지고 말았던 것이다 ㅡㅡ

더더욱 개같은건 하필이면 이 로켓단vs플라즈마단 1시간 스페셜에는 도시가 작살나는 장면이 포함되어 있어 방영금지 처분을 먹고는 본편에서 아예 싹둑 커딩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당시 일본 분위기는 심야애니에서도 지진은 커녕 바다 나오는 장면도 자제했을 정도니까 아동용인데다 국민애니인 포켓몬에 대한 규제는 말할것도 없었다. 그것이 강제건, 자의였건.)

자, 이제 어떻게 할까. 한 시리즈의 메인 스토리가 날라가 버렸다. DP로 예를 들자면 진철이 성우가 훅가서, 진철이란 케릭터가 소리 소문없이 증발해 버렸다는거라고 생각해도 좋다. 메인 스토리를 잃은 포켓몬은 그야말로 이도저도 아니고 빗물처럼 흘러간다.

포켓몬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 뭐냐면 이 새끼들은 애니메이션 대락 반년치 분량을 미리 제작해둔다. 즉 현재 xy 3화가 방영중이지만 xy 성우의 오디션은 작년에 이미 치뤄졌고, 애니 제작도 올해초에 이미 하고 있었다. (베스트위시랑 동시작업 했다고 함. 미마 마사 후미 @ Sunma47 애니메이션의 음향 감독. "포켓 몬스터 XY" 트위터 출처)

즉 말하자면 베스트위시는 로켓단vs플라즈마단이 정상적으로 방영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고 메인스토리/개/잡/스/토/리/메인스토리/개/잡/스/토/리 이런식으로 이미 탬포를 맞춰두고 제작을 완료해둔 상태였다는거다. 여기서 첫단추를 잘 못 끼었으니 [플라즈마단이 스토리에서 소멸했으니] 자동적으로 메인스토리는 다 날라가고 개/잡/스/토/리/개/잡/스/토/리로 진행하게 됐다는것.

솔직히 대체 어느정도로 맨붕이 왔을지 잘 상상도 가지 않는다 ㅡㅡ 같이 방영 중이던 스위트 프리큐어 조차 잘 나가다 동일본 대지진 처맞고 쓸데없이 진지빨고 희망얘기하다가 처 망하고 스마일 프리큐어로 일신했는데, 포켓몬은 그것 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즉 한 껏 꼬인 작품 가지고 앞으로 3년은 더 버텨야 하는 하드코어한 상황. 여기서 더 좇같은게 뭐냐면 주로 메인스토리만 건들던 시리즈 구성이자 가장 재밌는 에피소드만 뽑아내는 토미오카성님이 메인스토리가 날아가버림으로써 하루아침에 날백수가 되어버린 것이다. DP 심지어는 토미오카가 시리즈 구성이 아니었던 AG,무인 시절과 비교해도 BW에서 토미오카가 당담한 각본은 비율은 정말 적다.

말하자면 각본 전체의 방향과 그 주제와 케릭터를 결정해야할 시리즈 구성의 부제로 인해 스토리 및 케릭터에 대한 제멋대로의 해석이 이루어졌고 (물론 공통된 이해가 있을터이고 다들 짬으론 토미오카한테 밀리지 않으니 지멋대로 했다는것은 제대로된 표현이 아닐거다. 하지만 자기들 나름의 케릭터 해석등을 억누르고 제어할 토미오카의 각본이 쪽수에서 밀리니까 폭주해버린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예를 들자면 아이리스의 케릭터. 토미오카의 아이리스와 오모데의 아이리스는 정말 심하게 다르다. 아 그리고 타케가미 씨발새끼 ㅡㅡ 불가침 지우 건드림. 죽여버릴꺼야. ) 

베스트위시는 중구난방의 작품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한가지 의문인건, 사태가 나름 진정되고,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토미오카는 각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시즌2의 메로엣타, 리그전, 에피소드N등 토미오카의 참여가 정말 적다.) 단순히 의욕을 잃은것인지 아니면 좀 더 복잡한 사정이 있는지는... 내 포덕력으론 알 수 없다. 다만 애초 계획했던 각본도 증발해버리고 기껏 성장시켜둔 지우도 재설정 시켜버린 베스트위시에 대한 실망이 어느정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예상해 볼 뿐.

아무튼 시리즈에서 이례적인 타이틀 교체등 정말 살아보려고 여러가지 시도해본 베스트위시였으나 최후의 보루인 이별편 마저 타게가미한테 맡겨 물말아먹고 이래저래 실망스러운 작품으로 내 기억에 남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DP와 비교하게 되서 그런거지 돌이켜보면 리그 ㅍㅊㅌ에 일상평은 역대급이긴 했어. (신오리그가 ㅆㅅㅌㅊ, 성도리그가 ㅅㅌㅊ, 잇슈리그 ㅍㅊㅌ, 호연리그 ㅍㅌㅊ, 관동리그 ㅆㅎㅌㅊ 일까?)

물론 빛나의 소멸로 인한 씹덕팬의 외면, 팽도리의 부제로 인한 아동층의 외면등 다른 이유들도 있겠지만 역시 지진에 의한 타격이 컸다는게 내 생각이다.

지진이 없었더라면.. 베스트위시는 어쩌면... DP를 뛰어넘는 어떠한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모든것은 잊혀진채로 과거로 사라져 버렸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붙잡고 만약을 얘기하기 보다 현재를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지.

여러분, 그러니 역대 최고의 명작 포켓몬스터 XY 보세요!

한줄 요약- 태평양판 씨발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