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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공무원 시험이 11번 낙방하였습니다

ㅇㅇ(183.91) 2021.09.26 01:51:40
조회 121 추천 0 댓글 0

저는 학벌에 대한 열등감이 몹시 심한 사람입니다.


아니 차라리 열패감이라 불러야 마땅하겠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아시아대학교라는 명칭의 학교가 제가 다닌 대학이었습니다. 해당 학교가 소멸되는 과정에서 학적부가 사라진 수백명의 학생들 중 한 사람이 저입니다.



군대에서 돌아와 학교가 사라졌음을 알았습니다. 저는 바닥을 기는 제 인생에 쐐기가 박혔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것은 제 선택의 결과였지만 저는 납득하기에 너무 미성숙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기까지 저는 인생의 어느 한 순간도 진심으로 부딪힌 적이 없었습니다.



모든 패배와 실패는 제 능력의 한계로 치부했습니다.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을 입에 달았습니다.


인생은 되는 대로 흘러갔습니다. 정확하게는 흘려보냈다고 해야겠지요. 금방 돈이 궁해졌습니다. 늙으신 부모님은 일손을 놓으셨습니다. 제가 고졸로 남았음을 아셨기 때문입니다. 늙은 손으로 생계를 보태시던 그 분들은 주저앉으셨습니다.



저 는 채석장으로 갔습니다. 노동이 뭔지 그 나이까지 제대로 안 적이 없었습니다. 그때 제 나이 25이었습니다. 그늘 한 점 없는 돌무더기 한복판에서 저는 돌덩이를 날랐습니다. 여름 땡볕은 고통스러워서 물에 푹 적신 수건으로 얼굴을 동여맸습니다. 코와 입에서는 뜨거운 숨이 나왔습니다. 그렇게 4달을 일하고 돈 700만원을 손에 쥐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500만원을 드렸습니다. 남은 200으로 이제는 놀아야지. 그때도 정신을 못 차린 저는 그 생각뿐이었습니다.



그 런데 몸뚱이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부실했던 저는 채석장 노동을 견딜 감냥이 되지 않았던 겁니다. 갑자기 픽 쓰러진 저는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대학병원 입원비로 수백만원이 쭉쭉 빠져나갔습니다. 저는 값싼 2차병원으로 가자고 늘 보챘습니다. 부모님은 철없는 아들을 잃을까 무서워 들은 척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세달 뒤 저는 퇴원했고 돈은 100만원이 좀 덜 남았습니다.



월세를 내고 생활비를 치루고, 밀린 세금을 냈답니다. 저는 화가 났지만 울 자격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26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저는 아무런 목적이 없었습니다. 가끔 해맑은 얼굴로 길을 가는 고등학생들, 대학생들이 보이면 저는 괜히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맘먹고 시도한 소위 '노가다'가 실패해버리자 저는 노동자로서의 자신감도 사라졌습니다.


돈 을 적게 받더라도 조금 편한 일, 힘들지 않은 일을 찾는 어리석은 생각을 품었습니다. 지방 공단으로 가서 면접을 봤습니다. 주머니에는 차비 조금뿐이었습니다. 정류장으로 가는데 편의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입이 심심해서 껌이 생각났습니다.


원치 않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저는 그 편의점에서 일하는 꽃같은 아가씨를 보고 감히 반했습니다. 저는 한마디 하지 못하고 버둥대다가 스피아민트를 샀습니다. 동전을 놓고서 줄행랑을 쳤습니다.



집 에 돌아와서 저는 벽을 쳤습니다. 인생을 우습게 살아온 죄는 그렇게 돌아왔습니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한 마디도 건네지 못했습니다. 일주일을 혼자 방에서 숨죽여 울었습니다. 그러다 공무원 시험을 결심했습니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다면 적어도 말 한마디 붙일 자신감은 생길 거라 생각했습니다. 저의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일평생 시험이라고는 단 한번도 각오하고 치룬 바가 없습니다. 공부를 잘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공단에 불려가 딱 1년을 일했습니다. 쉬는 시간에 영단어를 쥐고 떠듬대면서 속으로 외웠습니다. 마음속으로 그 아가씨만 생각했습니다. 말 한마디 나눠본 적이 없는 그 아가씨가 마음속에 꽉 차있었습니다.



1년을 채운 날 저는 봉급을 정산받고 공단을 그만뒀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정류장 편의점에는 여전히 그녀가 있었습니다. 안심이 되었고 떨렸습니다. 여전히 말은 감히 붙이질 못 했습니다. 휴대폰으로 사진이라도 찍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겁이 났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공무원시험 인강이라는 걸 끊었습니다. 나름 열심히 공부한다고 했지만 게으른 근성은 어딜 가지 않았습니다. 의자를 엉덩이에 붙이기 힘들었습니다. 그 시기에 디시를 알았습니다.



저는 이 곳을 제 열등감과 막막함, 갑갑함을 해소할 창구로 삼았습니다.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점차 공부에는 소홀해졌습니다. 그래도 억지로 펜을 손에 잡았습니다. 그래도 집중은 어려웠습니다. 이제 나이는 이십대 후반에 다다랐고 저는 답없는 제 모습이 수치스러웠습니다. 그 응어리를 역시 또 디시에서 풀려 들었습니다. 익명을 이용해 거짓말을 해댔습니다. 그것만이 저의 유일한 위안이었습니다.



시험공부는 그저 진도를 채우는 선에 불과했습니다. 사둔 문제집이 아까워서 훑어보고 풀어보는 그런 수준. 번번이 시험은 낙방했습니다. 연간에 국가직, 서울특별시, 지방직 경찰,소방,일행,교정 공무원 모두를 매년 응시했지만 원서비만 날렸습니다.


첫사랑의 가슴앓이는 열정으로 전환되지 못했고 저는 31살이 되어서 열번이 넘는 낙방을 맛봤습니다. 이제 저는 제가 헛된 꿈을 꿨다는 걸 알겠습니다.



얼마 전에 다시 가본 편의점에 그녀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저에게 허락되지 않은 운명이었나봅니다.


잠시 지독한 꿈을 꿨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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