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시절 후임이 하나 있었어요.절에 있다가 입대를 했다고 해요.처음 머리를 깎으면 불 때고 밥하고 하는 생활을 하는 시자생활을 한다던데,그걸 하다 입대한 듯해요.

체구도 크지 않고 말도 유려하게 하지 않고 그저 잘 웃으며 착한 남자였어요.빠릿빠릿하거나 그렇지 않았죠.세상 물정에도 좀 늦을 것같은 인상인 타입이예요.

경상도가 기독교도 불교도 세력이 쎄요.

이 스님이 스승에게서 받은 화두가 있어요.우리나라는 선불교가 강하다고 하죠.

'부모 미생전에 너의 진면목이 뭐꼬?'

이뭐꼬?라는 거 많이 들어봤을 거예요.경상도 사투리로 무엇인가?라는 뜻이죠.

부모가 너님을 낳았는데,그 부모가 태어나시기 전의 너는 무엇이었는가?

불교에서는 안다는 걸 지(정보를 안다.논리적으로 이해한다)와 각(깨닫는다)로 따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죠.너님이 책을 읽고 논리적으로 추론하면 불교 철학을 이해하고 알 수는 있지만 그걸 깨닫고 부처님이 되어버리는 건 아니거든요.

너님이 원효대사의 해골물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지만,그 해골물의 참 의미를 깨닫는 건 아니예요.그걸 깨닫는 건 또다른 문제라고.

그걸 깨닫도록 수련해 나가는 과정을 마음 공부라고 하는가 봐요.

나님은 그 횽아와 근무하면서 그의 화두를 기억하게 됐고,가끔 이런 망상에 사로잡히게 돼요.'없다는 게 뭘까?'

나님은 무한히 작다,무한히 크다라는 걸 이해하지 못 해요.다만 무한히 작을 때,무한히 클 때 그걸 어떻게 다뤄야하는지 배운대로 기억을 하고 있을뿐이죠.

중력으로 공간이 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고,들은대로 다른 닝겐들에게 설명하기도 하는데 정작 나님은 공간이 휜다는 게 뭔지를 몰라요.

정보를 알고 있지만 그 정보의 참의미를 깨달은 건 아니라는 거지.

공부를 하면서 뭐를 하는 건지 모를 수 있냐는 뻘글을 읽고서 이런 고상한 고민을 하다니.

나님 경험은 그래요.공부는 항상 걍 모르는 가운데 이뤄지고 쫒아가고 하는 것같다고.그거 하는 게 밥먹고 사는데 도움이 된다더라 하면 배우는 거죠.실제로 그게 밥을 먹게 해 줄지는 너님이 취직한 후에야 알 수 있겠죠.더 많이 버는 다른 공부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그 이후에나 알 수 있는 거겠죠.

공부가 인생에 도움이 되는 그런 종류의 공부도 있죠.호기심 때문에 그런걸 알고자 시간을 쏟으면 밥먹고 사는데 방해가 되는 줄 알면서도 하는 공부.그림을 그리고 악기를 두드리고,겨울이면 방문을 걸어잠그고 면벽참선하는 그런 공부.

너님이 하고 있는 공부는 어떤 성격의 공부예요?

그 스님은 지금쯤 답을 얻었을까?해탈해서 부처님이 되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