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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노시타 유키노가 부실 바닥에서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txt

ㅇㅇ(59.11) 2021.04.25 17:08:55
조회 87 추천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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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유키노시타. 뭐하고 있냐?"

"......"


방과 후 평소와 다름없이 부실로 들어섰고, 평소와 다름없이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차를 마시며 앉아...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오늘은 늘 보던 장면은 어디 간데없고, 유키노시타가 부실 한가운데 바닥에 W자 자세를 취하며 앉아 있을 뿐이었다.


"히키가야 군이네. 어서 오렴."

"아, 그래. 그런데 뭐하냐고."


평소와 똑같은 인사말을 건네는 그녀지만, 이번만큼은 내 물음에 먼저 답해주길 바랐다. 왜 더러운 부실 바닥에 다리를 W자형으로 깜찍하게 앉아 있는 거냐고. 


"그게 말이지... 다리에 쥐가 났기 때문이려나."

"엉?"

"그렇단다. 잠시 다리에 쥐가 났기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거야."

"그러냐......"


그래. 다리에 쥐가 났다면 쉽게 일어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나도 가끔 오래 앉아 있다가 다리가 저려 버리는 바람에 일어날 때, 휘청할 뻔한 적도 있고. 그때 주변에 누군가 있다면 그 장면은 매우 우스꽝스러운 것이니 웬만하면 다 풀리고 일어나는 것이 좋다. 억지로 일어날 필요가 없다는 거지.


"유키노시타, 도와줄까?"


그래도 예의상 물어본다. 아 참, 그렇게 되면 유키노시타의 손을 잡게 되나?

유키노시타가 안 받을 것 같은데.


"거절할게. 나 혼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단다. 게다가..."

"게다가?"

"너와 손잡기 싫은 것도 있고..."

"그런 건 제발 속마음에서 그치면 안 되겠습니까? 유키노시타 양?"


너무하네!

누구는 도와주려는 차원에서 제안했을 뿐이거늘.

물론 유키노시타의 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는 살짝 콩닥 콩닥거리기는 했다.

의식 안 할 수가 없지. 남자애가 여자애 손잡는 건 언제나 두근거리는 일인 걸!

아아, 갑자기 순간 중학생 때 내 손에 닿았다고 정색한 여학생이 생각나는구만. 트라우마 재발.


"그럼 혼자서 잘 일어나 봐라."

"물론 그럴 생각이란다."


그렇게 나는 부실 문 앞에서 발걸음을 떼어 부실 내 내 자리로 옮긴다. 가방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는다.

내가 앉은 자리에서 유키노시타를 보자면, 완전 정면은 아니지만 약간 15~20도 정도 부실문 방향으로 유키노시타는 앉아있다. 그러다 보니 유키노시타와 눈이 마주쳤다.


"뭘 보니."


바로 눈이 마주친 것에 대한 반응이 돌아온다. 조금 입이 험한 것 같지만.


"아니, 이쪽 방향에서 당연히 네 쪽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잖냐."

"....?!"


내 대답에 살짝 몸을 움츠러드는 유키노시타. 특히 다리 쪽을 가운데로 더 모은 듯한 동작을 취한다.

그리고 양 팔을 모아 아래로 뻗어....

어라? 설마... 이녀석...


"어이, 유키노시타. 오해하지 말라고... 이쪽에서 하나도 안 보인다고."

"......."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그녀.

나를 못 믿겠다는 눈치다.

하지만 정말이다. 완전 정면이 아닌 데다가 내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고 있는 상태이기에 절대 보이지 않는다. 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그저 그녀의 다리 옆모습 정도. 

하지만 아까도 말했지만 내 눈은 그저 유키노시타의 눈과 마주쳤을 뿐이다.


"정말이다. 이쪽에서는 네 옆다리 밖에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이 높이에서는 보이지도 않으니 괜히 불쾌해 하지 말라고."


유키노시타는 약간 낮게 깐 눈으로 날 째려본다. 


"변태가야 군. 다리 감상은 했구나?"

"어?"


다리 감상이라는 말이 내게 전달되자 무의식적으로 시선이 그녀의 다리로 향해버리고 만다. 이것은 불가항력적인 시선처리이며, 예상치 못한 그녀의 말에 시선이 그쪽으로 잠깐 쏠렸을 뿐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소부고교 전통의 짧은 치마와 유키노시타가 즐겨신는 사이하이삭스, 그리고 치마와 사이하이삭스의 경계선이 되고 있는 살색이 요염하면서도 튼실하게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지금도."

"으윽...!"


유키노시타는 치맛자락 앞자락을 누르고 있던 양 팔 중 하나를 들어 올려, 안 그래도 짧은 치마의 옆자락을 잡아당겨 그 살색의 영역을 줄이려고 한다. 하지만 워낙 짧은 치마이기에 무의미한 저항(?)이었다.


"바, 방금 건 인정할게. 다리 감상이라는 말에 무의식적으로..."

"어머. 히키가야 군은 그런 평범한 단어에 욕정하나 보네."

"큭..."


점점 유키노시타의 매도지옥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얘 오늘따라 왜 이렇게 날카로운 거냐? 유이가하마가 없으니 리미트가 풀린 것만 같구만.


"아무튼 유키노시타, 아직도 못 일어나는 거냐?"

"응?"


화제를 돌린다. 어느덧 서로 말대답을 주고받는 동안 몇 분은 지난 것 같은데 아직도 못 일어나고 있는 유키노시타.


"......그러네. 아직도 저리구나."

"뭐?"

"강하게 쥐가 났나 보네."

"대체 뭘 했길래 그렇게 강하게 쥐가 난다는 거냐..."

"낸들 아니?"


원래는 "평소에 다리를 그렇게 자주 꼬니까 쥐가 나는 거지"라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그러면 또 유키노시타는 "변태가야 군, 평소에도 그렇게 자주 내 다리를 훔쳐봤나 보네?"라고 또 매도하겠지.

잘했다. 이번에는 생각이 입보다 앞섰다.


"그런데 히키가야 군."

"응?"

"유이가하마 양은?"

"글쎄다. 아마 그 녀석들이랑 수다 떠느라 늦는 게 아닐까?"


내가 나올 때까지 유이가하마는 하야마 그룹 녀석들과 대화 중이었으니까.


"지각이려나? 부원으로서 자격 실격이네. 어서 가서 불러오렴."

"응?"

"못 들었니? 가서 불러오렴."


평소에는 유이가하마의 부실 도착에 아무 말도 안 했던 유키노시타. 오늘 정말 기분이 안 좋은 건가?

괜히 유이가하마의 시간에 딴죽을 건다.

게다가 가서 불러오라니, 옛날 전화기 없던 시절의 전령 행세를 하라는 건가?


"메일 보내면 되지, 뭘 불러오냐..."

"아... 그렇지... 유이가하마 양의 메일 주소 있었지..."

"아, 뭐..."


유이가하마와 메일 주소를 교환했다.

하지만 유키노시타와는 아직 하질 못했다.

뭐, 대부분 일들 보면 유이가하마를 통해서 봉사부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기도 했고... 어쩌다 보니 유키노시타와 교환할 타이밍도 놓치고, 말도 꺼내질 못했다.

지금 유키노시타의 아차 싶은 표정과 이어지는 그녀의 침묵은 나와 그녀가 서로 메일 주소를 아직까지도 교환하지 않았다는 걸 의식하는 듯하다.


......

그럼, 이 기회에... 

도전해볼까...?


"저기, 유...."

"히키가야 군."


먼저 말을 빠르게 끊는 유키노시타.

어라, 그 타이밍, 이 구도...

설마, 그녀도...?


"저기..."


꿀꺽.



"잠깐, 밖에 나갔다 올 일 없니?"

"응?"

"못 들었니? 나갈 일 없냐고 묻잖니."


예상했던 말이 아니라서 조금 당황스럽다. 당연히 메일 교환 얘기를 하려는 줄 알았는데 말이다.

근데 갑자기 나갈 일이 없냐고 하다니.


"딱히 없다만..."

"그러니..."

"어어... 방금 왔으니까..."


유이가하마 불러오라고 했을 때도 약간 위화감이 느껴졌지만, 이번에도 유키노시타의 요구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다.

자꾸 날 밖으로 보내려는 느낌이다.


"왜 무슨 일이냐?"


그래서 이번에는 내 쪽에서 다시 되물어본다.


"에? 그, 그게... 나, 날도 더우니 음료수라도 사러..."

"음료수?"

"그, 그래. 음료수 좀 사 오겠니? 내 몫은 낼 테니까..."

"아. 맞다. 안 그래도..... 내가 사 왔거든."


가방 속 비닐봉지에서 음료수를 하나둘 꺼낸다.

그렇다. 이 부실에는 따뜻한 음료만 있으니까, 모처럼 큰맘먹고 녀석들의 몫까지 시원한 음료를 이 몸께서 사온 것이다.

호오, 이게 유키노시타의 요구를 틀어 막는구만.

이걸로 나갈 일은 없다.


"고로 쥐가 풀리면 와서 마셔라. 아니면 내가 갖다 줄까?"

"아, 아니란다... 내가 가서 마실게..."

"그럼 부실 냉장고에 넣어두마."


자리에서 일어나 내 몫의 음료수만 남기고 그녀들의 음료수를 집은 채, 창가 쪽의 미니 냉장고로 걸어간다. 부실 앞쪽이 아니라 뒤쪽으로 돌아서 창가로 향하였고, 몸을 숙여 미니 냉장고를 연다.


"......"


냉장고 안에 이미 음료수들이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없던 거 같은데...

이걸로 더욱 의심의 골은 깊어진다. 

고개를 살짝 뒤로 돌려 유키노시타 쪽을 향해 쳐다본다. 

순간 들썩이는 유키노시타의 동작을 미세하게 포착할 수 있었다. 아마 그녀도 살짝 고개를 돌려 내 쪽을 쳐다보다가 재빠르게 돌린 듯하다.


정말로 수상하군...

이쯤 되니까 사실 유키노시타의 다리에 쥐가 난 것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


음료를 넣어두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앉는다.

뭘까? 

지금 정황을 헤아려 보자면 유키노시타는... 

사정이 있어서 저렇게 앉아있는 것이 아닐까?

지금 벌써 이곳에 온 지도 10분 가까이 됐는데 아직도 쥐가 안 풀린 것은 조금 이상하다.


"저기, 유키노시타."

"응?! 왜, 왜 그러니?"


깜짝 놀란 듯이 반응하는 유키노시타.


"꽤나 강하게 저린 것인지, 마비가 온 것인지 모르겠다만... 이쯤 되면 내 도움을 받아서 일어나 보는 게 어떻겠냐? 손잡을 필요도 없이, 네가 날 잡고 일어나는 거다."

"아, 아니... 그럴 필요는..."

"솔직히 걱정된다. 사실 응급실로 가야 할 그런 게 아닌지... 마비라든가..."

"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은 열려다 만 상태로 나를 응시한다.

각이 져있던 평상시의 눈매와 다르게 아이 같은 동글동글한 두 눈은 유키노시타의 또 다른 얼굴을 보는 것 같아 더욱 자주 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유키노시타는 얼굴을 내가 안 보이는 쪽으로 틀면서,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입을 연다.


"아니란다.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아, 아마 어제 잠을 잘못 자서 오늘 하루 종일 뻐근했던 게 꽤 강하게 저려온 듯해... 거, 걱정은... 고맙게 받을게..."

"......"


수줍은 듯 몸을 살짝 꼬는 유키노시타. 뭐야, 조금 귀엽잖아.

하지만...!!

끝까지 쥐가 난 것으로 하시겠다...

잠을 잘못 잔 것이 시간이 흐르고 흘러 다른 곳도 아니고 부실 한가운데에서 그녀를 주저앉게 만들었다?

게다가 확실하게 본 것은 아니지만, 내가 부실에 들어왔을 때 그녀가 줄곧 이 자세로 앉아있었던 것 같지는 않았다.

문을 열고 내가 본 유키노시타의 모습은,

이제 막 앉은 듯한 느낌이었다.

근거는 미세하게 막 내려앉은 듯한 느낌의 치맛자락과 그녀의 긴 머리카락, 그러한 부산한 느낌이 내가 오기 전부터 저렇게 앉아있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즉, 내가 들어간 순간, 재빠르게 주저앉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강하게 직구를 날려보자.


"유키노시타. 혹시... 쥐가 났다는 거, 거짓말 아니냐?"

"무, 무슨 말을 하는 걸까? 히키가야 군? 남의 불행을 가지고 장난치는 거니?"

"아니, 솔직히 이렇게 쥐가 났다는 것도 이상하고... 어째... 내가 부실 밖으로 나가게 하고 싶은 것 같아서."

"...내가... 널?"


살짝 눈썹이 찡긋한 것을 놓치지 않았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유키노시타지만 오랫동안 봐온 바로는 낮지 않은 확률로 그녀의 표정에서 미세한 차이를 포착할 수 있게 되었다.

2년도 안되었는데 오랫동안이라고 하기 뭣하지만... 내 인생에서 가족 빼고 이렇게 인연...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걸 맺은 사람 중에서는 최장기간이란 말이지.


"그렇다고. 유키노시타. 오늘 너 상당히 부자연스럽다고."

"무슨 근거로?"

"굳이 근거를 구체적으로 대가며 얘기할 필요는 없고, 너 자신 스스로 부자연스러운 걸 알고 있을 거다. 유이가하마 호출이라든지, 나갈 일이 있냐든지, 음료수라든지...... 애초 이렇게 10분 가까이 되는 동안 쥐가 안 풀린다는 것도 이상하고."

"글쎄? 가끔 이렇게 길게 쥐가 나기도 해. 네가 몰라서 그렇지. 네 기준으로 판단하지 마렴."


끝까지 고집 피우는 유키노시타.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완강하게 하는가?

이렇게 끝까지 일어나지 못하는 이유... 그것은...


"유키노시타, 내가 여기서 나가길 원하고, 네가 일어나고 싶지 않은 이유, 그것은...."


바로...!


"네 치..치..."


자, 잠깐...

지금 신나게 추리를 해내는 와중에 막히는 말문.

그것은 차마 동급생의 여학생에게 꺼내기 힘든 말이었다.

원래 하려고 한 말은 "네 치마 아래에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인데...

이 말을 어떻게 유키노시타에게 하랴!


애초에 말이다. 직접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이 아니더라도, 의식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유키노시타로부터 상당히 반감과 미움을 살 수 있다. 설령 치마 아래라는 말을 빼도,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고만 말해도... 그 의식하게 되는 대상의 위치는 변하지 않는다.


반감과 미움을 받으며 살아온 나라도... 그녀에게만큼은 받고 싶지 않다.

그것은 싫다.

그리고 침착하게 다시 생각해보니, 굳이 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밝혀낼 필요가 있는가 싶기도 하고. 워낙 유키노시타답지 않게 의문스러운 점을 자아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신나서 그걸 밝히려고 열중한 것 같다. 


"말을 하려다 마는 것은 뭐니? 말 좀 해보렴. 바보같이 멍하니 있지 말고."


그래.

그만두자.

분명 그녀의 다리에 쥐가 나서 못 일어난다는 것은 핑계일 것이다. 하지만 굳이 반감을 얻어 가며 밝히는 것도 좀 그렇고... 숨기고 싶은 무언가가 저 밑에 깔려 있을지도 모른다.

이럴 때는 쿨하게 자리를 비워주자. 이렇게 더 오래 끌다가는 유키노시타의 아래 옷이 더러워질 것도 같고.


"아, 미안. 잠깐만."


유키노시타에게 양해를 구하고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낸다. 그리고 마치 전화가 온 것처럼 연기를 하자.


"...쳇. 하필 이럴 때..."

"?"


엄지손가락으로 슬라이드 미는 척하며 그녀로부터 등을 돌린다. 그리고 휴대폰을 귀에 대며 전화받는 시늉을 하며 부실문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움직인다. 마치 급한 일인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부실 문을 열고 닫는 동시에 통화가 시작된 것처럼,


"어, 그래. 무슨 일이냐?"


...라고 있지도 않은 전화 상대와 가짜 통화를 시작하는 척한다.

물론 이제 부실에서 나왔으니 휴대폰은 다시 주머니에 넣는다.

좋아. 내가 봐도 명연기...!


...일 텐데...


"힛키! 뭐해?"

"응?"


뒤돌아보니 유이가하마가 어느새인가 부실문 앞에 있었다.

연기에 너무 몰입했던 탓일까, 부실문을 나오자마자 부활동 오는 길의 반대 방향으로 몸을 틀어서인지 유이가하마가 있다는 걸 보지 못했다.


"통화 끝났으면 들어가자구~"


야, 잠깐...!

유이가하마가 부실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기 시작한다. 

나 역시 이미 유이가하마를 향해 몸이 돌아가 있었기 때문에, 열린 부실문을 통해 부실 안이 시야에 들어오게 되었다. 당연히 거기에 유키노시타도 보일 수밖에....



아.

내 시야에 들어온 유키노시타의 모습은...

유키노시타의 모습이라고 상상할 수도 없이,


볼썽사납게 두 다리를 후들거리며 일어나는 유키노시타였다.


"히, 히키가야 군...?!"


순간 나와 눈이 마주친 유키노시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으며, 그 여파 때문인지 한쪽 무릎이 비틀거리면서...


'털썩!'


다시 주저앉고 만다.

다행히 유키노시타가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주저앉은 덕분에 세게 엉덩방아를 찍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


"유, 유키농!!"

"유, 유이가하마 양이구나. 괘, 괜찮아... 세게 안 넘어졌어."

"다, 다행...이 아니라...!"

"응?"

"치, 치, 치, 치마...!!"

"치마?"

"보, 보인다구!! 우왓! 힛키! 보지 마!!!!"

"우왓! 유이가하마! 손 치... 아니, 그게 아니라...!"


스, 스카이 블루...! 레이스...!

유키노시타가 조심스럽게 주저앉기는 했지만, 소부고교의 짧은 치마 탓에 완벽히 방어에 성공하지는 못하였다. 유이가하마가 뒤늦게 양손으로 내 양 눈을 가려 유키노시타의 스카이 블루 & 레이스를 차단했지만... 이미 뇌에 강렬히 각인 돼버리고 말았다.

예상외구나, 유키노시타 양.


"이제 괜찮아. 유이가하마 양."


유키노시타의 괜찮다는 말과 함께 내 눈은 유이가하마로부터 봉인이 해제되었다. 그리고 눈앞에는 유키노시타가 반듯한 자세로 일어나 있었고, 엉덩이를 손으로 툴툴 털어내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자신의 양 팔로 팔짱을 꼈고, 지긋이 나를 쳐다보며 입을 열기 시작한다.


"변태가야 군. 어디까지 봤니?"

"크윽...!"

"이번에는 확실히 변태가야 군이지? 부정하겠니?"

"미, 미안! 불가항력이라고! 갑자기 쓰러지는데...!"

"힛키, 변태!"

"으윽..."


옆에서 유이가하마에게도 변태 소리를 듣는다. 이걸로 며칠 동안 혐오의 시선을 받겠구만...


"뭐, 됐어. 이 정도 일로 호들갑 떨 일도 아니고."

"유, 유키농!"

"처음도 아니잖니. 애초 귀축가야 군이 귀축했을 뿐인데."


처음은 테니스 시합 때 이 녀석들 탈의하던 걸 목격했을 때겠죠...

생각외로 짧게 끝나는 것 같다. 그때는 유이가하마가 테니스채를 던져 맞았었지?


"유키농! 초범이 아니라 재범이니까 그렇게 넘어가면 안된다구!"

"유, 유이가하마 양... 유이가하마 양 맞니?"

"유키농도 참...! 바보 취급이나 하구!"


제법 맞는 말이라서 나도 모르게 "호오..."가 입 밖으로 나올 뻔했다.


"그나저나 히키가야 군."

"응?"

"이제 알았으니 됐니?"

"아..."

"내가 왜 네게 그랬는지 알겠지?"

"크윽..."

"유키농, 무슨 얘기?"

"그게 말이란다."


그런가... 정말 유키노시타는 다리에 쥐가 꽤 오래 났었고, 그 일어날 때의 꼴불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건가... 하긴 이 녀석... 체육 잘한다면서 체력이 없는 기이한 신체 스펙을 가진 녀석이니 그런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 없군...


"그렇게 된 거란다."

"우웅~ 힛키 너무해! 여자아이한테는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도 있는 거라구!"

"큭... 미, 미안하다..."

"뭐, 히키가야 군이니까. 이 마음까지 예쁜 내가 이해해줄게."

"에헤헤. 자랑하는 유키농 귀여워."

"뭐, 뭐가 말이니..."


이 상황에서 자기 자랑까지 하냐... 거기에 귀엽다고 달려드는 유이가하마.

두 사람의 꽁냥꽁냥이 시작되었군.

응?

뭐지?

유키노시타의 뒤편에 무언가가 떨어져 있다.

유이가하마에게 잡혀있는 유키노시타 옆을 지나 몸을 굽혀 떨어진 것을 줍는다.


"이게 뭐지?"


"아앗!! 히키가야 군...!!"


이건...

T....




- 끝 -




작가의 말:

간만에 단편 써봅니다.

뭔가 달달한 씬이나 흐뭇한 씬이 별로 없었네요. 죄송합니다!!

에필로그가 남았으니 스크롤을 좀 더 해주세요!






- 에필로그 -


to 귀여운 내 동생에게


햣하로~ 유키노, 잘 지냈니?

이 언니가 여행을 다녀오면서 유키노의 선물을 사왔단다!

내년이면 대학 들어가고 어른이잖니?

그런데 예전에 네 멘션에서 살았을 때, 본의아니게(웃음) 조사해봤는데, 조금 실망해서 말이지~.

그래서 이번 여행 가서 쇼핑을 하는데, 유키노에게 어울릴만한 것들이 있길래 모처럼 이 언니가 크게 쏘게 되었단다!

처음에는 적응 안될 수도 있지만, 그게 어른으로 가는 길 중 하나야.

비싼 거라서 재질도 가벼우니까, 바람에 날리지 않게 조심해~ 설마 바람에 날릴 일은 없을 테지만~

아아~ 마음같아선 직접 전해주고 싶은데, 내가 또 일이 바빠서 말이지...

바로 어디 갈 때가 있다보니 학교 지나는 길에 부실에다 놓고 갈게. 

이렇게 포장되어 있으니까 열기전까지는 남들도 모를거야.

혹시 히키가야 군이랑 함께 열어보는 거 아니니? (어머~ 야해~)

그럼 나중에 또 보자~


From 하루노


- 에필로그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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