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은 쉬지 않고, 규칙적인 성장은 진척이 없다.

>서로 모순된 양자는 같은 면에 고정 되었다.

>권력과 책임은 노력에 기대며, 갈망은 대가와 겹친다.

>안일함에 빠질 것인가, 용감하게 나아갈 것인가?

니케 이벤트 

뫼비우스..

방주 방어막 유지 가능 시간 - 01:55:56

X1섹터

방화벽을 넘고 통로를 통과해 나오자, 미래적인 과학 도시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교차하는 넓은 도로, 빽빽히 늘어선 고층 빌딩들, 

길거리를 왕래하는 니케들... X1섹터의 모든 것이, 바깥의 황야와 아주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우와아, 넓다아... 여기가 X1섹터라고? 보기만 해선 그냥 멸망전 세계의 어느 대도시인 줄 알겠다."
맥스웰의 감탄.

"그래도 차이는 있지. 과거의 도시엔 인간이 살지만, 이곳엔 니케들만 살아가잖아."

디젤의 대꾸.

"이곳의 니케들은 명령어에 따라서 움직일 뿐 대부분 온전한 자아의식조차 없어." 그녀가 덧붙였다.

"인형처럼?"

"인형 같다기엔... 조금 달라. 그리고 자신이 소속된 섹터를 벗어날 수도 없어. 그 점에선 인형이 이곳의 니케들보다는 자유롭다 할 수 있지. 어느날 갑자기

인간이 섹터를 폐쇄하기로 마음먹으면, 다른 곳으로 이전되지 못한 니케들은 그대로 섹터와 함께 사라지게 돼. 애초에 이곳의 주민을 흉내낼 역할을 부여

받은 것 뿐이니까."

"그... 그렇게 끔찍해? 스스로 나갈 순 없어?"

"인간의 명령없이 소속 섹터를 벗어나면 어찌 되는진... 맥스웰 너도 잘 알잖아, 우리가 바로 좋은 예시야. 인간의 처분을 어찌 피한다고 해도 인간의 적인 

랩쳐들도 눈감아 주진 않을테지."

"어휴, 그 빌어먹을 랩쳐놈들..."

"...지금은 눈앞의 문제에 집중하지, 빨리 보급량을 확보할 곳을 찾아야 해. 지금 우리 위치를 식별할 수 있겠어?"

"물론이지, 지형을 분석해 위치를 식별하는 건 이 몸의 주특기라고!"

그녀는 호언장담하고 잠시후 눈에 띠게 곤란한 표정이 됐다.

"......"

"어때?"

"......음...어... 그게... 응, 좀 어렵네. 건물들이 다 똑같이 생겨서, 외관만 봐선 어디가 뭘 하는 곳인지 전혀 모르겠어... 탐사대원으로 일하면서 온갖 지형지물은

다 봐왔지만... 이런 건 진짜 처음 봐."

"이런... 내 불찰이야, 이곳 니케들은 우리처럼 외관으로 건물을 구분할 필요가 없지... 이제 어떡할까요, 지휘관님?"

"지도를 찾을 순 없을까? 근처의 건물 하나를 해킹해서, 섹터 전체를 아우르는 네트워크에 접속해 지도를 조회한다던지." 

내가 말했다.

디젤은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많이 어려워요. 조금 전의 섹터 방화벽도 엑시아가 남긴 백도어 덕분에 간신히 우회했는걸요. 이 건물들의 방화벽은 수준이 조금 낮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우리로서는 뚫지 못할 거에요."

"그냥 지나가는 니케를 붙잡아서 길을 물어보는 건 어때?" 

맥스웰이 답답해서 부아가 나는 기미로 물었다.

"그것도 힘들거야. 여기 니케들은 받은 명령에 따라서만 움직여서, 우리를 그냥 무시할 수도 있어."

"그렇다고 가만 있을 수만도 없잖아. 지휘관도 그렇게 생각 안 해?"

나의 대답 대신 디젤이 선수를 쳤다.

"음... 알았어, 그럼 가서 물어봐. 절대 무작정 나서지말고, 상황이 아니다 싶으면 바로 돌아와야 해. 알았지?"

"알았어 알았어~"

맥스웰은 씩씩하게 거리를 지나는 여러 니케들에게 말을 걸었지만, 얼마 안 가 어깨를 추욱 늘어뜨린 채로 돌아왔다.

"실패야, 아무래도 우리 신분이 문제인가 봐... 누구한테 물어봐도 다 '권한이 없습니다'라고밖에 안 해."

"역시 빈틈이 없구나. 섹터의 보안 시스템이 예상보다 훨씬 철저해..."

디젤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래도 아주 수확이 없진 않았어. 돌아오는 길의 길모퉁이에 웬 방이 보였는데, 거기에 좀 눈에 띄는 니케가 있더라. 다른

녀석들이랑은 좀 달라 보이는 게, 뭐랄까. ..되게 생동감 넘쳤다고나 할까?"

"대답이 좀 달랐어?"

"아니, 걘 다른 녀석들보다 영리해 보여서 말 안 걸었어. 수상하면 바로 경보 울릴 타입 같아 보였거든. 디젤이 무작정 나서지

말랬잖아? 그래서 어떡할지 물으러 온 거야."

"아하, 잘했어. 우리의 목적이 묵적이니, 그런 니케에게는 대뜸 질문하기가 역시 좀 위험하겠는걸."

"그래서 어떡할래? 눈 딱 감고 한번 말 걸어--" 맥스웰은 갑자기 전방을 경계 했다. "--쉬잇!"

그러기가 무섭게 교차로에 랩처의 대열이 나타났다.

"젠장, 설마 걔가 우릴 눈치챈 건 아니겠지?! 사정도 안 물어보고 다짜고짜 경보를 울렸나!?"

당황한 맥스웰을 디젤이 진정 시킨다.

"침착해 맥스웰, 저 랩쳐들은 우릴 노리고 온 게 아닌 것 같아."

[정화 임무 수행 중. 귀하의 고유 코드와 검사 인터페이스를 제시하십시오.]

니케들은 차례로 랩처의 검문에 응했다.

[협조에 감사합니다. 마인드 시스템 접속 및 스캔 중... 연결이 끊어지지 않도록 다른 조작을 중단하십시오.]

맥스웰은 영문을 몰라 눈을 동그랗게 떳다.

"저것들 지금 뭐하는 거야?"

디젤은 그것보다,

"맥스웰 저 니케가 네가 말한 니케야?"

디젤이 가리킨 어린아이 형상의 니케는 시선을 내린 채로 주위를 살피는 것이, 어떻게든 그 자리를 벗어날 궁리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차례는 금새 그 소녀에게 왔다.

[오류 - 검사 결과가 허용 한계를 초과. 반복, 검사 결과가 허용 한계를 초과. 식별번호 T1641, 검사 결과 - 마인드맵 이상. 정화 표준규약 제14조에 의거,

해당 니케를 이상니케로 규정. 정화 집행.]

랩처무리는 곧장 소녀를 공격할 태세였다.

맥스웰이 뛰쳐나가려는 걸 디젤이 붙들었다.

"진정해. 이곳은 우리 구역이 아니야!"

"그렇다고 보고만 있으려고?"

나는 말했다.

"소녀를 구해주도록 하자."

"하지만 지휘관님!"

"걱정마, 나도 다 생각이 있어."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