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라라 리뷰어]
한라산에 눈폭탄이 제대로다.
윗세오름으로 향하는 어리목 코스의 사제비동산에는 57.3cm의 눈이 쌓이면서 최대 적설량을 기록했고, 백록담으로 향하는 관음사 코스의 삼각봉에는 47.7cm, 어리목 44.5cm의 눈이 쌓였다.
이렇게 폭설이 온 직후 파란 하늘이 드러났을 때 한라산을 찾으면 살포시 자리한 상고대와 더불어 그 어느 때보다 멋진 설경을 만날 수 있다.
한라산 영실코스 눈꽃
한라산 영실코스 눈꽃
한라산에 오르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지만 최고봉(1950m)인 백록담으로 가려면 성판악 또는 관음사 코스에서 올라야 하고, 윗세오름(1700m)으로 향한다면 영실 또는 어리목 코스로 오르면 된다. 돈내코 코스도 윗세오름으로 향하지만 남벽분기점을 지나 윗세오름까지 9.1km나 되니 만만치 않은 산행인데다, 탐방로 입구에 주차하기도 쉽지 않다.
이번 폭설은 사제비동산이 가장 많은 적설량을 기록했다니 영실에서 올라 어리목으로 하산한다면 눈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예약이 필요한 성판악-관음사 코스와 달리 영실 또는 어리목 코스는 예약도 필요 없고 산행 거리도 짧아 초보자들도 자주 찾는 코스다.
영실 코스는 탐방로 입구에서부터 윗세오름까지 3.7km, 어리목 코스는 4.7km로 짧고, 남벽 분기점까지 다녀온다면 편도 2.1km를 왕복해야 하지만 윗세오름까지만 올라도 충분하다.
영실 코스의 출발지점은 해발 1280m, 어리목 코스의 출발지점은 해발 970m이니 왕복 산행을 원치 않는다면 오를 때는 영실로 오르고 어리목으로 하산하는 걸 추천한다. 산을 오르면서 만나는 전망도 병풍바위가 웅장한 영실 코스가 훨씬 더 멋지다.
1. 영실 코스의 복병은 초입에, 등산 시작 전부터 2.5km 걷기
버스를 타고 간다면 영실 코스는 버스에서 내린 후 탐방로 입구까지 무려 2.5km를 걸어올라가야 한다. 웜업 운동치고는 만만치 않은 거리다.
눈꽃 산행을 즐기려는 이들이 많아 겨울에는 차를 갖고 간다 해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새벽 6시 전후로 도착한다면 탐방로 입구에 주차가 가능할 수 있지만 제2주차장이 만석이라면 버스정류장이 위치한 제1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 올라가야 한다.
탐방로 입구에서 등산을 시작하는 가장 편한 방법은 택시를 타거나 누군가 지인에게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제1주차장에서 ‘회차’ 표지판을 받아 탐방로 입구에 등산객을 내려주고 차를 돌려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도 제1주차장과 제2주차장 사이 도로의 제설작업이 완료되지 않았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폭설이 내리면 제1주차장에서 탐방로 입구가 있는 제2주차장까지의 2.5km 도로를 걸어야 한다.
2. 오르막 구간은 약 2km가 전부~~
탐방로 입구에서 아이젠을 착용하고 등산을 시작한 후 약 500m 정도 걸으면 첫 번째 표지판을 만난다. 이 지점에서부터 약 1.5km 정도만 오르면 이후부터는 거의 평지를 걷는 느낌이다.
폭설로 눈이 많이 쌓였지만 탐방로 표시까지 덮을 정도는 아니라 길을 찾기 위해 헤매거나 하지는 않는다.
오르막을 따라 30여분 정도 오르니 눈 앞으로 ‘병풍바위’가 펼쳐지고, 뒤를 돌아보니 서귀포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병풍바위’는 수직의 바위들이 병풍을 펼쳐놓은 것처럼 둘러쳐져 있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병풍바위는 언제 봐도 웅장하고 멋진데, 폭설 직후에 만나니 바위들까지 온통 흰 눈으로 덮여 겨울왕국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눈 덮인 영실기암
눈 덮인 영실기암
눈 덮인 영실기암
눈 덮인 영실기암
병풍바위 쯤에 도착했다면 이제 힘든 코스는 거의 지났다고 봐도 된다.
500여 미터만 더 오르면 화사한 봄 예쁘게 가꾼 정원처럼 아름다운 구상나무 군락지가 기다리고 있고, 이후로 윗세오름까지는 거의 평지나 다름없다.
온갖 야생화들로 아담한 정원 같던 구상나무 군락지도 온통 순백의 세상이 됐다. 가던 길을 멈추고 모두들 행복한 표정으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한동안 그냥 이곳에서 머물러 있고 싶다.
영실 코스의 눈 덮인 구상나무 군락지
영실 코스의 눈 덮인 구상나무 군락지
영실 코스의 눈 덮인 구상나무 군락지
영실 코스의 눈 덮인 구상나무 군락지
3. 편안한 산책로, 윗세오름 대피소 가는 길
구상나무 군락지를 지나니 펼쳐지는 또 다른 세상, 우뚝 솟은 백록담이다. 영실 코스에선 백록담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윗세오름 대피소까지 향하는 길, 왼편으로 전망대도 있으니 잠시 올라가 봐도 좋다.
전망대가 꽤 높아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지나친다.
영실코스 - 윗세오름 대피소 가는길
한라산 윗세오름
윗세오름의 나무데크들도 모두 눈 속에 파묻혔다. 이곳에 데크가 있었는지 알 수 있는 흔적조차 없이 말이다. 대피소에는 실내 공간도 있는데, 자리를 차지하고 앉기가 쉽지는 않다. 여자화장실에는 탈의실도 있으니 사진촬영용 옷을 챙겨와 갈아입을 수도 있다.
4. 어리목 코스로 하산하기
간단히 요기를 하고, 어리목으로 하산 코스를 잡아본다.
만세동산을 지나 사제비동산까지는 비교적 수월한 길이어서 주변 풍경을 마음껏 즐기며 하산할 수 있다.
어리목 코스에서 본 한라산 정상
어리목 코스에서 본 한라산 정상
어리목 코스의 만세동산
어리목 코스의 만세동산
사제비동산에 이르기 전 샘터에서 시원한 물로 목도 축이고..
영실 코스에도 전망대 근처에 샘터가 있는데, 눈에 파묻혀 흔적조차 만나지 못했다.
한라산 어리목 코스
한라산 어리목 코스
사제비동산을 지나 어리목 목교까지 약 2km가 조금 못 되는 구간은 등산 시에는 난이도가 있지만 하산할 때는 오히려 수월하다. 어리목 목교 직전 급경사구간이 아마도 가장 어려운 구간일 텐데 난간이 있어 잡고 내려갈 수 있다.
한라산 어리목 코스
한라산 어리목 코스
한라산 어리목 코스
어리목 탐방로 입구가 다가오자 몇몇 여행자들이 눈을 즐기고 있다. 산행은 하기 싫은데 눈만 즐기고 싶다면 이렇게 입구에서 잠시 놀아도 된다.
12시가 조금 안된 시각에 산행을 시작해 내려오니 4시경, 총 5시간 정도가 걸렸다.
한라산 어리목 탐방로 입구
5. 산행 Tip.
겨울산행에 아이젠은 필수품이다. 체력에 따라 등산스틱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크게 상관은 없지만 아이젠 없이 겨울산행은 곤란하다. 폭설 이후 등산로가 정비된 직후에 산행을 한다면 스패치도 필요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없어도 상관은 없다. 탐방로에 사람들의 흔적이 있기에 발이 푹 빠질 정도의 눈 속을 걸을 일은 없으니 말이다.
한라산은 관음사 코스 입구의 작은 편의점을 제외하고는 먹거리를 살 곳이 전혀 없다.
산행 전 간단한 먹거리와 간식, 생수 등은 꼭 챙겨가야 한다.
<lala_dimanch@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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