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곰돌이아빠기자] 벌써 기억에 가물가물하지만 한석규와 한 스님이 숲길을 걸으며, 휴대폰이 터지지 않아도 좋다는 역설적인 통신사 광고가 기억납니다. 정확히는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광고 카피의 SK텔레콤 광고였습니다. 그 광고에 나오셨던 용천사 주지스님 벽담 정안대종사가 최근에 입적하셨습니다.
요즈음 어지간히 깊은 계곡이나 산 속에서도 어지간해서는 휴대폰이 안되는 곳은 그다지 없습니다. 휴대폰이 안터지는 불통 구간에서 불안감과 더불어 묘한 편안함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나는 자연인이다처럼 너무 깊은 산속은 조금 무섭고, 잘 다듬어진 여름 계곡 트래킹을 하기 딱 좋은 곳이 바로 인제에 있는 설악산 십이선녀탕계곡입니다.
매번 등산 코스에 대한 고민을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여름에는 무리하지 않는다는 나름의 원칙 아닌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낮 기온 35도가 넘어가는 요즈음, 본격적인 등산을 한다는 것은 제 체력을 생각하면 무리입니다. 건강을 위한 등산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말도 안되는 경우가 생기곤 합니다.
여름에 쉬운 산이라고 생각하고 갔다가 나름 고생을 몇 번 하고난 다음에는 되도록이면 여름 등산은 계곡이나 시원한 곳을 우선합니다. 예전부터 몇 번 가보고 싶었던 곳 가운데 하나가 설악산 계곡들입니다. 설악산은 어딘들 좋지 않겠습니까만 여름이면 폭포와 계곡이 많은 설악산 계곡은 항상 위시리스트 윗칸을 차지하는 곳입니다.
그 가운데 오늘은 상대적으로 쉬운 십이선녀탕 계곡을 가 봤습니다. 이 코스는 십이선녀탕이라는 이름처럼 12곳의 탕이 있으며, 수많은 폭포가 있어 여름이면 비교적 시원한 등산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집에서 길도 좋아 2시간이면 갈 수 있어 더 좋습니다.
여름 시원한 트래킹을 할 수 있는 코스로 추천할만 한 곳입니다. 거의 평지처럼 어렵지 않고, 마지막 복숭아탕 폭포를 오를때만 조심하면 크게 어렵지 않은 코스입니다. 등산 시작하면서 끝날때까지 시원한 물 소리를 원없이 들을 수 있고, 계곡길이라 그늘길이 계속됩니다. 더군다나 몇 군데 발을 담그기 딱 좋은 곳도 있어 여름이면 더욱 강추하는 트레킹 코스입니다.
십이선녀탕 캠프장 주차장 또는 남교리 탐방지원센터를 네비로 검색하면 안내해 주는 곳입니다. 주말 8시쯤이라 그런지 차도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주말에도 주차는 크게 어렵지 않을 듯 합니다. 탐방로에 들어가자마자 시원한 바람, 우렁찬 물소리, 그리고 설악산이 멋진 삼박자를 이룹니다.
누군가는 십이선녀탕 계곡에 탕이 진짜 12개인가, 아니면 최근에는 지형이 변해 탕이 8가로도 합니다. 하지만 탕이 몇 개인지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그냥 걸으면 그만이죠. 최근에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아님 원래 이 계곡이 그런지 물소리가 장난이 아닙니다. 계속 이런 경치를 즐기며 편안하게 오릅니다. 다만 돌이 많아 등산화는 꼭 필요합니다.
흑백교라는 다리를 건너면 꼭 아래를 보세요. 희한하게도 바위가 정말 흑과 백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이때쯤부터 휴대폰은 불통입니다만 마음은 오히려 편해집니다. 물 속의 바위가 정말 신기하더라구요.
한시간 정도 걸으면 물소리가 유독 커집니다. 지금까지 이름없는 수많은 폭포가 있었다면, 이 계곡에 제대로 이름이 붙은 큰 폭포가 나오는데 바로 응봉폭포입니다. 아마 매가 근처에 있었나 봅니다. 우렁찬 물소리에 시원한 폭포를 보고 있으면 이래서 여름은 계곡 트래킹이지 하는 생각이 절로 나옵니다. 하나 아쉬운 것은 숲이 너무 우거져 전망이 조금 아쉽다는 정도죠. 대충 여기까지가 이 코스의 절반 정도에 해당합니다.
폭포 위쪽은 넓은 바위에 물도 적당해서 발을 담그는 정도는 충분합니다. 누군가 국립공원에서 아예 수영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지는 말아야죠? 이 물이 결국 한강을 통해 우리 식수가 됩니다.
본류가 아닌 지류에서 흐르는 이름없는 폭포지만 물소리와 경치가 정말 좋습니다. 이 폭포 보면 거의 다 온겁니다.
이 코스는 전체적으로 트래킹 코스인데 이 마지막 봉을 잡고 오르는 구간이 조금 위험한 편입니다. 마지막 한 번 힘을 냅니다. 비가오면 좀 미끄러울 듯 합니다. 기왕에 놓을 것이면 계단이면 더 좋았을 듯... 저 위로 더 오르면 대승령입니다. 지금껏 4-500m 고도를 높였는데 대승령까지는 또 500m 가까이 올려야하니 전문 트래킹이 아닌 여름 계곡 트래킹으로는 여기까지 오면 딱 좋습니다.
어쩜 저런 신비로운 조각을 자연이 아니면 어느 누가 할 수 있을까요? 색까지 신비롭습니다. 내려올때 조금 미끌 미끌하네요. 참고로 조금만 더 오르면 대승폭포가 있습니다. 저는 충분히 즐겨서 그냥 내려왔어요.
하산하다보면 딱 발 담그기 좋은 곳이 있습니다. 시원하게 족탕하고, 복숭아탕 폭포를 봤으니 복숭아 먹고 쉬다가 내려옵니다. 시원한 바람에 맛난 간식에 발 담그니 내려오기 싫더라구요. 여름 계곡 등산으로 참 좋습니다. 참고로 주차비도 입장료도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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