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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 인생에 이는 파문이 한 줄 한 줄 곱게 써있다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8.12 12:20:12
조회 6844 추천 3 댓글 11
[리뷰타임스=땡삐 리뷰어]

2023.12. 6. 한국 102




감독 : 김민주


출연 : 차미경, 한선화, 한채아, 송지현


줄거리 :

 

책임감 때문에 집을 떠날 수 없었던 첫째 혜진, 작가를 꿈꿨지만 빈 손으로 돌아온 둘째 혜영, 가족을 떠나 서울에서 자유를 꿈꾸는 막내 혜주, 그리고 혼자서 세 자매를 키운 엄마 화자. 좋든 싫든 떠나기 어려웠던 고향, 부산 영도에서 나고 자란 세 자매는 우연히 오래된 일본어 편지 꾸러미를 발견하고 50년간 엄마가 가슴 속에만 묻어왔던 비밀을 알게 된다.

 


너무 늦지 않게 가족의 에너지를 받는다



 

이 영화는 그야말로 제목처럼 한 통의 편지를 읽는 듯하다. <교토에서 온 편지>를 통해 관객에게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담하고 굴곡없이 써내려간다.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소소한 일상을 요란하지도 서두르지도 않으면서 툭 던져준다.

 

 

그러고는 관객이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듯 기다려준다. 그래서 더 많은 생각을 하고 더 크게 공감할 수 있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동양화가 캔버스를 가득 채우지 않고 여백의 미를 살려 관람객과 공감하듯이 이 영화 역시 뭔가 느리면서 여유로운 카메라 워킹과 부산 영도의 아름다운 영상미로 영화의 여백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세 자녀가 각각 지니고 있는 서사는 어느 누구에게라도 닿아 있는 것들이어서 감정 이입이 가능할 만큼 낯익다. 이들의 이야기에 이토록 공을 들이는 이유 역시 몰입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고향 밖 세상이 궁금하지만 장녀라는 굴레 때문에 부산 영도에서 어디로도 벗어나 보지 못했던 혜진은 나의 이야기이고, 내 누이의 이야기다. 엄마와 동생들을 위해 본인이 희생하고 있다는 콤플렉스도 있어 보인다. ‘기꺼이라는 마음이라기 보다는 늘 가슴 한 켠에 돌덩이를 얹고 있는 느낌.

 

 

 

혜영은 또 어떠한가. 벗어나고 싶은 가족과 집, 그래서 아마 누구보다 악착같이 공부했을테고 보란듯이 서울로 향했을 것이고, 하고 싶은 꿈을 찾아 아직도 나아가는 중이리라. 그럼에도 현실은 그녀의 편이 아니었을 터, 벗어나는 것보다 돌아오면서 더 나다운 내가 될 수 있기도 하다는 걸 깨닫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고향을 찾은 혜진이 엄마로부터 힘을 얻는다



 

소소한 일상을 지내던 중 알게 되는 엄마의 알츠하이머 판정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헤진. 가족과의 비어 있던 시간만큼 안타까움이 가득한 혜영은 다른 무게를 느끼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엄마 화자에게는 하나코라는 또 하나의 이름이 있다. 하얀 손수건 속 곱게 수놓아진 하나코라는 이름은 슬픔과 수치, 힘겨움의 모든 시간을 닦아주며 긴 시간 화자와 함께 있었다. 흔히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다는 사실을 무심히 흘려보냈던 것처럼 세 딸의 엄마인 화자에게도 가슴에 꼬깃꼬깃 접어두었던 50년의 세월이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나라의 아픔, 부산의 섬 영도가 지녔던 역사의 아픔과도 닿게 된다. ‘쪽발이라는 놀림을 듣지 않기 위해 고향을 외면하고 살아야 했던 화자가 기억의 끝자락에 서서야 묵은 숙제를 끝내려 용기를 낸다.

 

 

자원봉사로 돌봐주던 할머니와의 대화에서 화자는 비로소 교토로 가야 할 이유를 찾게 된다.

 

 

내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 니는 내보다 더 머나?”

 

 

 

교토로 가는 길은 50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세어야 할 만큼 멀고 먼 거리였다.

 

 

 

낡은 물건을 집 가득 쌓아놓고 버리지 못했던 화자는 추억은 만질 수가 없잖아.”라는 말로 그 심정을 표현한다. 추억은 만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추억하는 것이 아닐까. 부여잡고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대로 시간을 보내고 또 다른 시간을 맞이하는 것. 그것을 영화의 마지막은 보여주고 있다

 

 


혜진의 둥지는 언제나 밖을 향하고 있었던 듯하다



  

그렇게 그들은 나름의 방법과 시간으로 가족의 힘을 보여준다. 어느 자리에 있어도 든든한 가족이 된다는 것을

 

 

이제사 돌아와 가족의 면면을 들여다보게 된 혜영, 그저 튕겨져 나가기를 바랬던 혜영의 귀환은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쉼터가 된다.

 

 

그제서야 억눌렸던 삶을 펼쳐 보이는 혜진의 모습은 늘 마음 속에 지니고만 있던 장녀라는 이름의 무게를 잘 보여준다.

 

 

엄마라는 존재는 그렇게 가족을 모이게 하고, 가족이 함께 설 수 있는 지지대가 되어 주는 것 같다. 그래서 자식들은 각자의 삶을 자신있게 펼쳐나갈 수 있는 것이리라.

 

 

엄마인 내가 흔들리지 않아야 할 또 하나의 이유를 추가한 영화다.

 


코토에 간 화자와 딸들



영화는 네 여성의 고단함과 힘겨움을 각자의 무게에 맞게 위로하고 있다. 철부지로만 보이지만 어쩌면 더 단단한 혜주의 꿈까지 응원하고 믿어주는 가족으로 익어가고 있는 모습이 고운 영화다.  

 


<tomyif@naver.com>
<저작권자 ⓒ리뷰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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