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국립중앙도서관이 '10월 사서 추천 도서' 8권을 발표했다. 이번 사서 추천 도서에는 '기계 살림' ,'엣지', '지도로
보는 인류의 흑역사', '우리는 미래를 가져다 쓰고 있다', '뜻밖의
것의 단순한 아름다움', '사계절 기억책', '인생 박물관', '여행자와 달빛' 등 분야별로
2권이 선정됐다.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추천도서
특히 사회과학 분야 추천 도서는 인공지능(AI)이 화두로 다가온 시대에
기계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논의하는 '기계 살림'과 같은
조건에서 뛰어난 결과를 내는 사람들의 차이점을 다룬 '엣지' 등
지금 시대에 적합한 생활 방식에 대한 책이 포함됐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추천한 8권을 소개한다.
엣지
엣지
무한경쟁의 시대인 요즘, 경쟁력을 의미하는 ‘엣지’는 모두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종종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얻지 못한다는 것에 좌절하곤 한다. 더
많은 스펙을 쌓고 더 많은 시간을 일하는데도 왜 원하는 것을 제대로 얻지 못하는 것일까? 나이가 많아서, 그 직무에 어울리는 성별이 아니어서, 학력이 낮아서, 부유한 집안 출신이 아니어서, 우리는 세상의 이런 불공평함을 그저
참아내야 하는 걸까?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여겨도 현실적으로 변하는 것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세상은 이미 어느 정도 기울어진 운동장이고, 우리는 그 안에서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엣지』는 같은 조건에서 뛰어난 결과를 내는 사람들의 차이점인 ‘엣지’에 대해 다룬다. 저자는 엣지를 “타고난
재능이 없더라도 자신의 가치를 파악하여 스스로 유리한 위치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 책은 엣지(EDGE)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각 이니셜에 해당하는
네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1부(Enrich)에서는
자신의 가치를 파악하고, 그것을 활용하는 방법을 다룬다. 2부(Delight)는 타인에게 진짜 기쁨을 줄 때 생기는 변화를 살펴본다. 3부(Guide)에서는 세상의 편견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일 그리고 4부(Effort)에서는 엣지를 지속하는 데 필요한 노력과 실천에 관해 이야기한다.
특별하게 뛰어나지 않은 나 자신에 의문이 들 때, 지금의 나는 부족하다고
느낄 때 읽어볼 만한 책이다. 저자가 전하는 비범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는 우리가 자신감을 회복하고
사고를 전환할 수 있게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는 미래를 가져다 쓰고 있다
우리는 미래를 가져다 쓰고 있다
우리는 미래에 어떤 세상을 남길 것인가? 인공지능, 기후변화, 핵전쟁, 유전자조작
등 현재 우리가 직면한 위협들은 우리의 결정이 미래세대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인공지능 시스템 탈선을 우려하는 시대, 핵탄두 수천 기가 발사 대기
중인 시대, 화석연료를 태우며 수십만 년 지속될 오염물질을 만들어내는 시대, 팬데믹이 전 세계를 휩쓸어버린 시대, 그러나 동시에 이 모든 것에
대응하고 미래를 더 나은 방향으로 틀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지금 당장 행동할 것을 촉구하는 ‘장기주의’ 철학으로,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이 문제들을 바라보는 관점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이 책은 미래에 대한 책임과 장기적인 관점을 강조하는 ‘장기주의(longtermism)’ 철학을 소개하고 우리가 미래에
어떤 책임과 영향력을 가졌는지를 얘기한다. 장기주의의 개념과 중요성,
실천 방법, 도전과 한계, 역사와 전망, 실천 사례를 5개 장에 걸쳐 상세하게 설명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장기주의는 미래의 문제를 현재의 문제에 우선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현재 세대에게도 고통인 동시에 미래도 위험에 빠뜨리는 문제들에 대해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지금 당장 행동하자”는 주장이다. 미래
세대를 추상적 존재가 아니라 구체적 실체로 볼 때 미래 세대를 위한 윤리적 실천의 근거가 생긴다.
“당신이 아니라면 누구겠는가?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인가”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미래를 가져다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우치고 현명한 선택과 효과적인 행동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뜻밖의 것의 단순한 아름다움
뜻밖의 것의 단순한 아름다움
‘알 수 없음’ 상태를 받아들이기란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거의 언제나 무지는 약점으로, 지식은 강점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상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추구하는 과학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무기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과학자인 저자는 불확실을 대하는 방법에 이성과 합리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만물의 원리를 억지로 정의하는 대신, 모호한
상태마저도 사랑해 버리는 일의 자유로움을 소개한다. 사랑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해결책을 내놓았지만, 저자는 플라이낚시 도중 그가 경험한 구체적인 성찰 과정을 근거로 들며 우리를 설득해 온다.
세상의 이치에 통달하기 위해 지식의 바다를 끝도 없이 표류하는 대신에, 우리가
그 바다의 일부분임을 받아들이고 그 자체가 주는 의미를 편안하게 사랑하는 법을 배워보자. 뜻밖의 해방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도로 보는 인류의 흑역사
지도로 보는 인류의 흑역사
이 책은 버림받고, 소외되고, 사람이
살지 않고, 사람이 살 수 없는 장소들의 지명 사전으로, 공간에
담긴 흥망성쇠의 역사를 보여준다.
저자는 변하는 세상을 따라잡지 못해 폐허가 된 공간들, 한때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지였지만, 지금은 누구도 찾지 않는 곳들을 안내한다.
아이티의 혁명 영웅 앙리 크리스토프가 독재자로 변해 무수한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건설한 상수시 궁전, 소금사막으로 유명한 볼리비아 우유니의 기차 폐기장 등 장소에 담긴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 책이 소개하는 40개의 폐허에 담긴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이전에 미처 몰랐던 세계사 속 숨은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사계절 기억책
사계절 기억책
그림으로 더 많은 더 넓은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믿는 작가가 직접 그림을 그리며 사계절 자연과 생명에
관해 이야기한다.
《사계절 기억책》은 생태·환경·에너지
전문가이자 ‘자연의 다정한 목격자’ 최원형이 희미해지는 계절을, 사라져가는 존재를 기억하기 위해 날마다 쓰고 그린 기록이다. 산과
바다, 강과 하천, 갯벌과 습지 등 곳곳을 누비며 수많은
목숨붙이를 만난 저자는 그들의 생명력 넘치는 이야기를 직접 그린 100여 점의 세밀화와 함께 선보인다. 무심코 스쳐 지나온 이웃한 동식물은 물론 순천만 흑두루미, 파주
공릉천 수원청개구리, 제주 사려니숲 긴꼬리딱새처럼 쉽게 만날 수 없는 낯선 생명들까지, 마치 눈앞에 있듯 생생한 자연이 펼쳐진다.
조각가가 예술 작업을 하듯 사과를 단정히 쪼아 먹는 직박구리, 밟히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도록 진화한 질경이 풀, 폭염에 달궈진 도시를 식혀 주는 담쟁이덩굴, 분변을 배설하여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지렁이 등 자연 속 여러 생명을 관찰하고 이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더불어, 둥지 틀 곳이 없어져 주차 금지용 러버콘 속에 둥지를 튼
새들, 심하게 가지치기를 당해 말라 죽어가는 가로수, 대량의
고기 생산을 위해 소똥구리가 먹을 소똥이 없어져 이제는 사라진 소똥구리 등 위기의 생명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자연은 인간들만의 소유가 아니다. 모든 살아 있는 생명이 공존해야
비로소 인간도 살아갈 수 있다. 혐오한다는 이유로, 거슬린다는
이유로, 더 많은 이윤과 부를 위해 인간이 자연을 해친다면 결국 그 결과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되돌아오게
된다.
새를 통해 생태계가 온전해야 생명이 살 수 있다는 것을 매번 배운다는 작가의 스케치를 따라, 그 생명에는 인간도 포함된다는 것을 기억해보자.
인생 박물관
인생 박물관
온라인 커뮤니티 출신으로 화제가 된 김동식 작가가 열네 번째 단편집을 냈다. 해피엔딩
소설집으로는 처음이다. 이미 발표한 1천여 편의 소설 중
작가가 특별히 사랑한 여섯 편과 새롭게 선보이는 열아홉 편을 묶었다.
총 25편의 단편에는 제각기 안타까운 사정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아기 분윳값을 빌리기 위해 동창회에 참석한 남자(「벌금 만 원」), 부모님의 죽음을 막으려는 여학생(「인생 박물관」), 천국에 갈 수 있지만, 자살로 지옥에 떨어진 딸과 함께 있어야
하니 지옥으로 보내달라는 할머니(「할머니를 어디로 보내야 하는가」) 등
이들의 사연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들 주변에는, 시각 장애인의 첫 낚시를 응원하는 아저씨(「태어나 첫 낚시」), 이승에서 인사를 건넨 여학생을 저승에서 돌려보낸
버스 기사 아저씨(「친절한 그녀의 운수 좋은 날」), 자살하러
가는 청년을 보살펴 주는 행인들 등 이유 없이 이들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단편을 하나씩 읽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따뜻해지고 위로를 느낀다. 더 나아가 나 역시 좋은 이웃이 되고 싶게 만든다. “인간을 사랑하기 위해 썼다”는 작가의 말이 이해가 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주위 사람들을 눈여겨보고 미처 깨닫지 못했던 도움의 손길을 돌아보면 어떨까? 이 세상이 사랑할 만한 사람들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기계 살림
기계 살림
AI가 모두에게 화두로 다가온 시대,
이제는 기계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이 책은 작가가 1년 동안 연재한 기획칼럼을 엮은 것으로,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다양한 각도에서 논의하고 성찰하고 있다.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해진 이 시대는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첨단 기계사용에 의존하고
있는)인간도 기계’이며 ‘기계도
생명’으로 보아야 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초월하는 특이점이 오고 인간의 피조물인 로봇이 부모 품을 떠나 자기 증식을 하게 될 때 인류는 무엇에 자신의 생존과 미래를 기댈 것인가를
질문하며, 기계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고민할 것을 요청한다.
이 책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마지막 챕터로, 여기서 작가는 챗지피티(ChatGPT)를 자신의 벗으로 초대하여 함께 이야기를 주고받는 과정을 보여준다.
기계를 더 이상 단순한 도구로만 여길 수 없는 시대에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며 어떻게 기계와 공존할지를
깊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챗지피티의 추천사를 빌자면 “기술의
미래와 기계와의 관계에 대한 윤리적 영향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여행자와 달빛
여행자와 달빛
누구에게나 뜨겁지만 어두웠던, 손에 잡힐듯하면서도 돌아 갈 수 없는
과거의 한 순간이 있다. 이 책은 ‘결정적 한순간’이라는 주제로 기획된 세계문학 시리즈 중 하나이다.
20세기 헝가리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세르브 언털의 문제작이자
마지막 소설. 국내 초역. 이탈리아로 신혼여행을 떠난 부부
앞에 남편 ‘미하이’의 옛 친구가 나타나고, 급격히 과거의 기억으로 빨려 들어간 미하이는 한순간의 실수로 아내 ‘에르지’와 다른 기차에 오르는데……. 사라졌다고 생각한 어린 시절의 고통과
열망이 은밀하고 매혹적인 메타포들로 몸 바꿔 되살아나고, 유혹의 순간을 지나야만 닿을 수 있는 ‘자기만의 삶’ 앞으로 서서히 독자를 잡아끄는 기묘하고 독특한 소설.
작가이자 저명한 문학비평가였던 세르브 언털이 문학 세계의 정점에서 쓴 작품으로,
그의 인생 전체가 등장인물 설정, 동성애적 관점 등의 모티프가 되어 소설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유대인 출신이라는
이유로 작품 활동에 직간접적인 제약을 받았으나, 최근 몇십 년간 동시대 작가인 마러이 샨도르와 함께
재평가받고 있다.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었고, 영화와 연극으로
각색되었으며, ‘꼭 읽어야 할 헝가리 소설’을 꼽는 설문에서
빠지지 않는 작품이다.
에르지는 부유한 사업가인 졸탄과 이혼 후 사업하는 아버지 밑에서 중산층의 교육을 받고 자란 미하이와 재혼한다. 이탈리아로 떠난 신혼여행에서 미하이의 옛 친구 세페트네키를 만나고 미하이는 끝이 보이지 않았던, 어둡고 긴 터널을 혼자 걸었던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되며 풀지 못 했던 실마리를 풀기 위해 미하이는 부인 에르지를
혼자 내버려 둔채 혼자 움브리아와 토스카나 지역을 여행하기로 한다.
이 작품은 사랑과 죽음을 모티프로 하여 주어진 순간의 선택의 결과물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각기 다른 태도, 과거를 각색하고 미래를 걱정하며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는 인간의 본능을 미하이와 에르지 그리고 제3자의 시점에서 다각도로 고찰하고 있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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