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한다 필멸자여 ! 내가 너에게 대가를 줄때가 되었군. 너에게 불멸을 선물하마 !"

수많은 적들과 사선을 넘나들며 행해왔던 나의 모험은 그렇게 끝이 났다.

한때 평범한 ***에 불과하던 내가 신탁을 받아 그 던전에 들어갈 줄은 그당시의 나라면 결단코 몰랐을거다.

고향사람들과 스승 선후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떠난 모험의 끝은 불멸의 선물이었다.

"전쟁이여...왜 이런짓을 하는가? 그대의 불멸성을 잊어버린 것인가? 꼭두각시마냥 그대는 빛나던 이성도 투쟁도 다 버려버렸구나!"

문득 엔더의 부적을 들고 나오면서 충혈된 눈으로 몇번이고 내 앞을 막았던 세명의 기사들이 생각났다.

전쟁? 불멸? 무슨 소리인가. 내가 그들과 같은 존재라면 내 고향지인들은, 친구들과 가족들은 다 꾸며진 존재라는 거냐 !

피식피식 세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고향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불멸자라...그럼 난 어떻게 되는거지? 늙지 않는건가 ? 그것참...현실감이 들지 않는다. 모험에 함께 했던 장비들의 덜그럭거림은 여전한데 마음만 붕 떠있는 느낌이다.

.........

뭐지? 여기가 원래 이런 곳이었나?

돌아온 고향땅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약탈을 당했거나 단체 이주를 했다면 적어도 그 흔적이라도 있을텐데 그곳에 존재하는건 태고부터 존재했다는 듯이 뽐내는 검은숲의 향현이었다.

"신이시여 ! ****시여 ! 이게....이게......! 제 고향이 어찌된 겁니까?!"

하지만 늘 기도하면 기쁨과 혹은 한숨과 도움과 조언을 주던 그/그녀는 더이상 응답하지 않았다.

왜? 어째서? 모든게 꿈이었나?

하지만 내손에서 덜그럭거리는 무기는 아직 내게 끝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우둔한 전쟁아 ! 미련한 존재야 ! 이제 니가 이용만 당한걸 깨달았나? 크크크 불멸자? 부울며얼? 넌 원래부터 불멸자였어....넌 그저 이용당한것 뿐이야 바보같은 놈 ..."

어디선가 늘 이를갈고 저주했던 몰록의 말이 들려왔다. 저주 받은존재같으니...녀석의 수작이었나? 녀석이라면 이 모든걸 꾸몄을 지도 모른다.

"하 ! 또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는군 그래? 멍청한 전쟁이여 ! 내가 왜 그런짓을 하지? 너의 기억은 언제나 온전했나? 미련하고 멍청한 전쟁...넌 늘싸움밖에 몰랐지. 그래서   그 비열한 신들에게 손쉽게 이용당했을거야. 니놈때문에 내가 준비했던 모든 것들이 무너졌으니 너도 똑같이 니 자신이 무너져봐야 내 속이 풀리겠지. 크크크"

그 순간 마치 묠니르에 뒷통수를 얻어맞은것마냥 뒷꼴이 땡겨왔다. 순식간에 밀려오는 수많은 기억과 고통 그리고....전쟁의 쾌락 !

"이...이게....대체...!"

앙다문 입에서는 쾌락의 기억과 고통의 기억에서 나오는 가느다란 신음성밖에 흘러나오지 못했다.

"네놈의 온전한 기억이다. 바보같군. 간단하게 막혀있던 거였어. 이 봉인만 풀면 난 손쉽게 가드를 늘리는게 가능했을텐데.... 이제 어쩔거냐 멍청한 전쟁이여?"

말이 나오지 않는다. 분노하고 또 분노하고 세상에 모든 신들을 다 찢어죽이고 싶다. 아니 이세상에 모든 생명을 다 죽이고 싶어진다. 이게 나인가? 전쟁?

"복수를 원한다면 내가 좋은 장소를 추천 해주지. 그 옛날 너처럼 신의 권위에 도전했던 멍청한 놈족 마법사가 있었어......매우....미친놈이였지. 그놈이 만든 조트의 오브는 능히 신에게 위협적인 물건이야. 신들은 그게 있어봐야 해밖에 안나지만....뭐 그래서 몇몇신들은 그들의 신도를 그 조트의 오브가 있는 던전에 보내서 어떻게든 들고 오라고 시키나 보더군. 어떤가 ? 복수를 원하나?"

복수? 신멸? 이 멍청한 몰록 지금 내가 순순히 그 말을 듣고 따르리라 믿는가? 내 신에 대한 증오에서 너 자신도 피할 수 있다고 보는가?

"아 물론 나에게 피해가 오기도 하겠지. 전쟁. 근데 난 니 미련함이 맘에 들거든. 하지만 그냥 해주진 않아. 니 모든 기술과 노하우를 걷어갈거야. 네 타고난 신체능력정도는 쥐꼬리만큼 남겨두지. 하지만 기술만큼은 저능아마냥 되돌리기 쉽지 않을거다. 네가 고통받는 모습 멀리서 지켜보겠어....당연히...이런건 필요없겠지?!"

검은 일렁임과 함께 구토감이 들었다.

그리고 눈앞에는 기이한 마법문양이 세겨진 던전입구가 서있었고 내 몸에는 나와 함께 모험을 한 장비들이 다 사라져 있었다. 마치 '그날'처럼...

"다시 시작해봐라 전쟁 ! 멍청하고 미련한 녀석아 ! 신들에 대한 분노를 보여봐라 ! 이 던전에서의 기이한 차원적 힘은 너의 불멸성을 앗아갈 것이다 ! 죽고 싶다면 그것도 좋겠지 ! 난 멀리서 너의 괴로움을 지켜볼 것이다 !"

던전 입구에는 수많은 피로 새겨진 글자가 있었다. 저주하고 슬퍼하는 절규의 메세지 들이..

그래서?

그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