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사용 원칙을 담은 핵 교리(독트린) 개정을 공식 선언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회의에서 "한 가지 주요 변화를 강조하고 싶다. 핵 무기가 없는 나라가 핵보유국의 참여 또는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는 경우 지원하는 나라 역시 러시아에 대한 공동 공격자로 간주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변화는 러시아에 새로운 위협과 위험을 초래하는 역동적인 세계 상황의 변화에 맞게 조정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의 핵 교리 개정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으로부터 지원받은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미국 등 서방의 논의에 대응한 러시아의 답변"이라고 풀이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으로 전환할 수 있는 조건도 분명히 고정돼 있다"며 "미사일, 항공기 또는 드론의 대규모 발사를 감지하면 그러한 움직임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러시아는 자국이나 동맹국인 벨라루스가 재래식 무기 등의 공격 대상이 된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권리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2020년 발표한 핵 교리에는 "러시아가 적의 핵 공격이나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재래식 무기 공격을 받을 경우 핵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로이터 통신은 "2년 반 동안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러시아와 서방 간 가장 심각한 대립을 촉발했다"며 "이는 두 초강대국이 핵전쟁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것으로 간주된다"고 짚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장은 지난 19일 "서방 미사일이 러시아를 공격하면 핵무기를 동원한 세계대전이 뒤따를 수 있다"며 "서방국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이 치른 희생을 잊은 듯 보인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