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술에서 중국이 한국을 추월했다는 기사가 뜨니 그걸 가짜 뉴스라고 하는 이들과 한국은 3나노 반도체를 생산하는데 중국은 기껏 7나노 반도체를 생산하니 말이 안된다, 과장이다라고 하는 이들이 있다. 권위 불명의 출처나 익명의 출처에서 나온 해외 뉴스가 아니라 한국의 반도체 전문가들 수십 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바탕을 둔 뉴스이니 가짜 뉴스일 가능성은 제로이다. 또 판매량이나 매출액이나 수익액을 비교한 것이 아니라 반도체 기초 기술 역량을 비교한 것이라는 데 유의해야 한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한국이 가장 잘하는 것, 즉 주문자로부터 설계도를 받아 수입한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잘 활용해 5나노, 3나노 반도체를 잘 만드는 것을 기초 기술 역량으로 안 보는 것 같다. 물론 그것도 중요한 기술 역량이기는 하다. 한국은 그 기초적이지 않은 기술 역량과 메모리 반도체 제조 역량을 제외한 모든 반도체 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뒤진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메모리 반도체 제조 역량도 기초 기술 역량으로 안 보는 것 같다. 사실 그것이 기초 기술 역량이든 아니든 격차는 2,3년 내외고 (예를 들어, 중국은 한국보다 한 두 세대 뒤진 것일 망정 중국산 인공지능칩을 뒷받침하는 데는 문제 없는 성능을 내는 HBM 메모리조차 제조하고 있다) 그 마저도 일부 분야는 중국이 앞서 있다.

400단 쌓는 삼성·SK, 핵심 본딩 기술·특허는 中에 의존
https://zdnet.co.kr/view/?no=20250222235514

삼성전자, V10 낸드부터 中 YMTC 특허 쓴다
https://zdnet.co.kr/view/?no=20250213202429

중국은 자체 개발한 시스템 반도체 생산 면에서는 결정적으로 한국을 앞서 있다. 중국의 시스템 반도체 설계 기술 역량은 미국 바로 다음인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 업체만 해도 스무개가 넘는다.

한국과 미국 등의 입장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중국의 반도체 제조 장비 국산화 속도이다. 현재 지구상에 반도체 제조 장비 국산화에 완전히 성공한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다. 미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의 여러 기업들이 특정 분야에서 제조한 것들이 네덜란드의 ASML에서 조립되어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가 완성된다. 중국은 모든 반도체 제조 장비 부품들의 자체 생산을 추진하고 있고 이미 28나노대 제조장비 국산화에 성공했다. 28나노라니까 아주 구세대 같이 들리는데, 개발의지와 개발에 투입할 수 있는 돈과 인력과 그 동안의 진척 속도를 감안하면, 나는 중국이 5년 안에 높은 수율로 5나노 반도체까지 제조할 수 있는 장비를 국산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관련 포럼들을 뒤져보면 이미 다음 단계 제조장비의 시제품이 생산되어 시험운용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또한 중국은 기존의 반도체 제조 기술과는 다른 개념의 최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일정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종합적으로 보면 반도체 기술에서 중국이 한국을 앞지른 것이 맞다. 뿐만 아니라 대만도 앞서 있으며 중국보다 앞선 나라는 미국 말고는 없다. 10년 안에 중국은 반도체 제조, 그리고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반도체와 관련된 모든 분야들에서 세계 선두가 되거나 적어도 미국과 동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