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일반패권국화와 중국의 국제질서 재편 시도

손대권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조교수)

[기획자 註]

최근 불안정한 국제질서를 논의할 때 많은 경우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권위주의적인 현상변경국(authoritarian revisionist states)’에 의한 외부로부터의 도전에 주목한다. 하지만 지난 2024년 대선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패권국 역할에 대한 미국과 미국민들의 인식 변화 또한 기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고는 점차 ‘적법한 패권국’에서 ‘일반 패권국’으로 변화하는 미국의 모습을 설명하고, 이에 따른 중국의 대외 전략을 살펴봄으로써 정책적 함의를 도출해보고자 한다. [기획: 박동준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djpark@jpi.or.kr)]

[...]

--

'그 동안 미국은 적법한 패권국(legitimate hegemon)이었다.'는 어불성설이다. 그 적법성은 서방에서 말고는 진심어린 인정을 받은 적이 없다. 따라서 '상호호혜적 규범에 근거한 현행 자유주의 국제질서'도 어불성설이다. 그 국제질서는 미국 중심의 서방의 이익 중심주의적인 규범이었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이라면 '제국주의적'이라 할 그 규범이 지난 글로벌 사우스의 많은 나라들이 아직도 가난한 주요 이유 중 하나이다. 미국의 일반 패권국화 시도는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가 더는 자신에게 가장 이익이 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대응책일 뿐이다. 그 현실은 미국이 더는 패권국이 아님을 말해준다. 1) 미국이 군사적/경제적/과학기술적으로 여전히 초강대국이고 경제적 초강대국임의 기반 중 하나가 기축통화국이라는 사실은 그 자체로는 패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들과의 폭넓은 소통과 합의 없이 거의 일방적이거나 패거리적으로 행해온 잦은 제재, 군사적 개입, 침공 등으로 자신의 의지를 국제 무대에서 관철시키려 해온 나라는 결코 패권국일 수 없다. 그 관철이 대부분 성사되지 않았다면 더 그렇다. 2) 미국을 패권국이라고 하기에는 군사력, 경제력, 과학기술력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격차가 별로 크지 않고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미국이 패권을 확보하기 위해 써야 하는 그 어떤 방책도 - 째찍이든 당근이든 - 중국이라는 벽을 완전히 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필자도 인정하듯이, 글로벌 사우스 거의 전체가 중국으로 기울고 있다. 3) 진정한 패권국은 그 자신에 대해서도,즉 내부적으로도 패권국이어야 한다. 정치적 분열이 점덤 더 심해져서 내전의 가능성까지 운위되는 나라를, 통일된 지배 세력이 나머지 국민들 다수를 상대로 지적 및 도덕적 지도력('패권'의 원래 의미)을 행사하고 있지 못한 불안정한 나라를 패권국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 점들만 염두에 둔다면 윗글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