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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주의) 솔직한 비숲2 후기와 분석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12.72) 2020.10.11 11:58:49
조회 3147 추천 114 댓글 7

***인용문 김 주의. 너무 길면 아래 본문만 봐도 아마 무방하긴 할거임***

선은호 작가 : 어느 정도 작품이 진행되면 인물들은 알아서 살아 움직여. 캐릭터가 자아를 갖게 되는 거다. 그때부터 작가는 할게 줄어들지. 걔네가 마음껏 뛰어놀도록 판만 깔아주면 되니까. 그런데 네 인물들은 평면적이야. 끊임없이 서술자가 방향을 제시해줘야만 움직이는 애들이라고. 그럴 때 오는 장 과장의 딜레마, 내가 맞혀볼까.
<자, 너는 이러이러한 캐릭터.>
“네. 그럼 나 이제 뭐해요?”
그럼? 장 과장은 이렇게 말하겠지.
<그러니까... 너는 이제 위기 상황을 해결하러 가야 해.>
“그다음엔 뭐 해요?”
<해결한 후에는...다음 사건을 찾아야 하는 거지.>
“그다음엔?”
<그다음엔...>
이렇게, 이렇게! 계속 뭔가를 지시해야 하는 애들이야. 절대로 그냥 안 놀아. 네가 그렇게 만들어 놨다고.

장 과장 : 작품 속 세계관이나 룰이 좀 더 기발하면 능동적인 인물을 만들 수 있을까.

선은호 작가 : 꼭 그렇지는 않지만, 상황도 무난하고 인물도 무난하면 그것만큼 끌어가기 어려운 게 없지. 기발한 아이디어나 발상은 비유하자면 놀이시설이다. 회전목마, 바이킹 같은 재밌게 놀 수 있는 시설, 도구...! 하지만 그것들도 그걸 이용하는 캐릭터가 있어야 빛을 발하는 거거든! 시소밖에 없는 놀이터라도 살아있는 인물이 등장하면 시소도 타고 모래성도 짓고 두꺼비집도 짓고 별별 짓거리를 하면서 놀 수 있는데, 아무리 훌륭한 놀이공원이라도 그곳에서 노는 사람이 없으면 거긴 그냥 유령 공원이지. 아무런 일도 안 일어나니까. 넌 거기서 놀 수 있는 사람을 만들 수가 없으니 시설만 계속 짓고 있는 거야. 결국 그것만으론 살아있는 이야기가 될 수가 없고.

----------

장 과장 : <시설을 이용할 캐릭터를 못 만드니 어떤 드라마도 나오지 않는다.>
선 작가는 말했어요. 그게 나의 벽이라고. 클리셰를 따라서 써 볼까도 생각했는데 ‘식상한 얘기’란...평범한 놀이터에서 정말 재밌게 놀 수 있는 사람들을 쓴다는 얘기거든요. 그게 시소와 그네밖에 없더라도. 그렇게 쓸 수 있는 사람은, 아이디어나 발상이 떠오르면 즉시 살을 붙여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거겠죠. 반면 아이디어만 가진 사람은 그렇게 쓸 수가 없어요. 생각만 하다가 끝입니다. 끝. 무당이 신내림 받듯이 작가도 ‘캐릭터 내림’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다중 인격으로 캐릭터의 말과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안타깝게도 저는 작가에게 필요한 그런 신병이 안 걸렸어요.

-웹툰 미완결 중에서(직접 인용이라 출처 밝혀야 할 것 같아서 그대로 썼는데 불편하면 초성으로 수정할게)

===========

(연출은 일단 제외하고 스토리에 대한 후기야)

비밀의 숲을 애정하는 팬으로서 솔직히 난 시즌2에 실망을 많이 했어. 연출을 제외하고도 대본에 의한 전개도 만족스럽지 못했거든. 그리고 왜 이렇게 된걸까 생각하다가 내가 보는 웹툰 최근 회차에서 저걸 보고 무릎을 탁 쳤다. 그리고 시즌1은 매력적인 캐릭터가 살아서 움직이면서 사건을 끌어나가니까 재미있을 수 밖에 없었던거라고 생각했어. 저 웹툰에서 말한 시소밖에 없는 놀이터와 훌륭한 놀이공원을 이야기의 가짓수라고 좀 다르게 해석하면 1은 큰 이야기의 틀이 어떻게 보면 하나 뿐인, 굉장히 단순한 시소밖에 없는 놀이터에 불과했어. 그럼에도 캐릭터들이 다 개성있고 실제 인물처럼 그 개성이 일관적으로 유지되니까 '살아있는 인물이 등장하면 시소도 타고 모래성도 짓고 두꺼비집도 짓고 별별 짓거리를 하면서 놀 수' 있었던거지. 인물이 배경과 이야기를 능동적으로 끌고 가니까 너무 재밌던거야. 개인적으로 비숲1이랑 동백꽃이 내 인생드라만데 둘 다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동백꽃은 개인적으로 이야기의 틀이 여러 개로 단단하고 훌륭한 놀이공원과 살아있는 캐릭터가 마음껏 뛰노는 것이 산만하지 않고 조화를 잘 이루는 띵작이라 생각함. 물론 불필요한 이야기/서사가 하나 정도 있던거 같지만)

반면 비숲2는 이야기의 갈래가 많아. 놀이기구는 화려하지. 하고싶은 말도 많고 그 개개의 메세지가 무의미하지는 않아. 시도해보지 않았던 생소한 주제도 있고. 근데 캐릭터가 살아있지않고 작가님이 만들고 싶은 놀이기구에 맞춰서 제작된 듯한 느낌이야. 이런 메세지를 전하려면 이렇게 움직이게 시키고 이렇게 말하게 시켜야겠다 이런 느낌? 기존의 매력적이고 치밀하게 구성되었던 캐릭터도 놀이기구 맞춤형 인간이 되어가고 새로운 캐릭터는 기존 캐릭터만큼의 탄탄함과 매력이 없으니 당연히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꼭두각시가 되어버렸어. 화려한 놀이기구에 캐릭터가 매몰된 느낌이지. 보통 난 드라마 보면서 갤을 보는 이유가 갤러들의 해석에 무릎을 탁 친 적이 많았어서야.(물론 짤줍도 있고ㅋㅋㅋ) 근데 이 갤에도 그런 좋은 해석 글들이 많았음에도 이번엔 몇몇 댓글처럼 꿈보다 해몽이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던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위의 이유같아. 캐릭터에 생기가 떨어지니까 해석을 붙여줘야만 어떻게든 살릴 수 있는데 그것마저 납득이 잘 안되는..?

솔직히 이 갤이렁 1갤에서 거친 비판들 보면서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심정적으로 동의가 됐던건 사실이야. 동의할만한 비판도 많았고.(물론 도를 넘은 정치몰이랑 워딩들은 그거로 정당화 될 수는 없고. 적어도 비판과 비난은 구분되어야한다고 생각해.) 시즌3 보고 싶으면서도 걱정도 되고. 그럼에도 내가 희망을 거는 건 작가님이 절대 무능하신 분은 아니라는 확신은 있기 때문이지. 라이프든 비숲2든(난 둘 다 보고 둘 다 실망했었음) 위에 내가 말한 문제점이 있었던 것 같지만 작가님이 1에서 만들어낸 캐릭터들은 설령 누구의 도움이 있었다 해도 작가님의 능력을 배제하고 논할수는 없다고 생각해. 다들 욕하든 만족하면서든 시즌1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애정이 나올 수 있던 이유는 그렇게 살아움직이는 캐릭터를 만든 작가님의 능력이 아니었나 싶다. 진짜 1 캐릭터들 정말 거의 완벽에 가깝다고 생각하거든. 매력이나 개성 면에서나 관계 면에서나. 2에서도 그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대사랑 장면도 정말 적었지만 분명히 존재는 했고. 그래서 난 작가님께서 좀 소박한 놀이터일지라도 하고 싶으신 이야기를 각 시즌으로 나누고 캐릭터 구축에 좀 더 힘써서 그들을 마음껏 뛰놀 수 있게 만들어주시면 정말 비숲 오래오래 볼 수 있을 것 같거든. 감히 이런 말씀 드리기엔 뭣하지만 방향만 좀 바꾸신다면 작가님의 능력은 충분하실 것 같아. 황시목 한여진 이창준 영은수 서동재 이런 캐릭터를 만들어내신 분인걸. 아이디어도 정말 많으시고.

나의 부족한 의견일 뿐이지만 정말 비숲을 애정하는 마음으로 한 번 써봤어. 진짜 비숲 정말 좋아하고 오래 봤으면 좋겠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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