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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법률] '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 가해자 신상 공개...'사적제재'와 '명예훼손죄'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6.08 12: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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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디어뉴스] 박순종 객원기자 = 20년 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최근 다시 부상하고 있다. 바로 '밀양 여중생 집단 강간 사건'이다. 범행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직접 가해자 44명의 신상을 한 익명의 유튜버가 자신의 채널을 통해 공개하고 나선 것이다.


밀양 집단 성폭행 가해자가 일했던 청도 식당 ⓒ연합뉴스


'밀양 사건' 가해자들은 울산에 거주하던 한 여중생을 밀양으로 오게 해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약 1년간 해당 여학생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었지만, 가해자들이 미성년자들이었고 피해자 측과 합의했다는 이유 등으로 44명의 가해자 중 13명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30명은 소년원으로 보내졌다. '전과' 기록이 남는 처벌을 받은 가해자는 사실상 없었다.

고소당할까봐 벌벌 떨지 않고 할 말 전부 다 하는 채널'이라는 캐치프라이즈를 내건 유튜브 채널 '나락 보관소'가 이 사건을 수면 위로 다시 끄집어올린 것은 이달 초.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그는 친척이 운영하는 국밥집에서 일하던 가해자 박 모 씨를 필두로 외국계 자동차 회사 직원 신 모 씨, 모 통신사의 도매 직영점에서 직원으로 일하던 고 모 씨, 경찰관 황 모 씨 등 '밀양 사건'의 직접 가해자이거나 사건에 연루된 이들의 근황을 차례로 공개했다.

'나락 보관소'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사적제제'(私的制裁)—국가가 범죄자들을 처단하지 않으니 사적으로 범죄자들에게 보복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나락 보관소'의 잇따른 '저격'을 당한 '밀양 사건' 가해자들은 해당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나섰다.

'사적제재'란 무엇이고 '명예훼손죄'는 언제 성립하는 것일까?

'사실'을 적시해도 명예훼손죄 성립

우리나라에서 '명예훼손' 범죄와 관련한 법률적 근거는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제308조(사자명예훼손), 제309조(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70조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먼저 형법 제307조의 조문 내용을 살펴보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제1항)하거나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제2항)한 때 처벌한다고 규정돼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라는 목적성 요건과 '정보통신망을 통하여'라는 수단을 구체적으로 규정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우리나라의 명예훼손죄는 허위사실뿐만 아니라 사실을 적시한 때 모두 범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 못 해

다만 형법 제310조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의 위법성 조각(阻却) 사유와 관련해 적시한 사실이 오로지 진실한 사실로써 그 행위 동기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위법성이 조각돼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 기준은 주관적 요건으로서 해당 사실을 적시함에 있어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표현을 한다는 인식을 해야 하며 적시된 사실의 내용도 다수인 또는 특정한 사회 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 또는 이익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행위자의 주요 동기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 있다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무방하다.

예컨대 정치인이라든지 공무원들의 중요 비위를 폭로하는 등의 언론 보도는 그 폭로 내용이 사실일 경우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구성하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그 동기와 내용이 국가 구성원들의 이익에 관한 것임이 인정돼 결과적으로 처벌을 받지 않게 되는 것이다.

또한 '비방할 목적'과 '공공의 이익'은 상반되는 관계에 있으므로 행위 목적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었음이 인정되면 '비방할 목적'은 부인된다.

'나락 보관소'의 경우 '사실 적시 명예훼손' 성립 여지 커

이번에 논란이 된 유튜브 채널 '나락 보관소'의 '밀양 사건' 폭로 행위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나락 보관소'는 '밀양 사건'의 피해자 측과 논의한 끝에 가해자 전원의 신상을 모두 공개하기로 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됐다. 오히려 피해자 측이 '나락 보관소' 유튜버에게 영상 삭제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나락 저장소'는 가해자 중 한 사람의 여자친구라면서 어느 여성을 지목했는데, 해당 여성은 '밀양 사건'의 그 어떤 가해자와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여기에 더해 이 유튜버는 '밀양 사건'의 직접 가해자가 아닌 가해자 가족들의 신상까지 공개했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이같은 사실 및 정황을 종합하면 '나락 보관소'가 '밀양 사건' 가해자 및 그 관계자들의 신상 정보를 공개한 행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인정받기는 어렵고 오히려 '비방할 목적'으로 해당 공개 행위가 이뤄졌다는 점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문제는 '나락 보관소'의 행위가 대한민국의 법치 질서를 부정하는 '사적제재'에 해당한다는 사실이다. '사적제재'란 국가의 사법 절차를 통하지 않고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다른 개인이나 집단을 처벌하는 모든 형태의 사회적 제재를 뜻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12조에서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정하며 '사적제재'를 부정하고 있다. '사적제재'가 횡행할 경우 이성과 논리가 아닌 비이성과 감정에 치우친 제재가 통용되게 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사적제재'의 등장이 '지연된 정의'에 기인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수사기관의 수사 지연이나 법원의 재판 지연이 문제라는 것이다. 또 피해자들의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 '솜방망이 처벌'이나 일관되지 않은 양형(量刑)이 '사적제재'를 부른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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