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부터 슬기스럽던 Nothing special but special.
짧다면 짧은 단지 8일간만의 전시였지만, 티져와 티켓팅부터 이어진,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찬 시간은 그 이상 이었을 것이다.
전시기간동안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고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슬기의 바람처럼 사진전 속의 슬기의 일상사진과 일상의 슬기사진들은, 슬기의 말대로 바쁘게 뛰어가고 있는, 슬기를 닮은(슬기의 말대로라면), 사람들이 사진전에서 잠시 멈춰가며 일상 속 감상에 젖어들게 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일상이란 말그대로 특별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미묘한 차이를 캐치한다면, 그리고 그 차이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그 일상은 특별한 무언가가 될 수 있다. 사진전도 그랬다. 주변 사람들은 똑같은 전시회를 왜 매일 가는지 내게 물었지만 슬기의 사진전은 날마다, 시간마다 다른, 일상의 매력이 있었다.
어느 순간은 찬란한 순간의 작품들처럼 노을과 함께 즐길 수 있었고,
어떤 작품들은 볼 때마다 감상이 달라지는 것들도 있었다. 때로는 떨어진 낙엽이 슬프기도, 그림자와 낙엽이 붙어 하나의 나무처럼 보여 재밌기도 하는 등 볼 때마다 작품은 같았으나 감상은 달랐다.
어느날은 마당에 떠있는 커다란 보름달이 날 반겨주었으며
날이 화창해 그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날도 있었다.
나 또한 구매한 필름 카메라로 이리저리 즐기고 현상도 해보았다. 물론 첫 촬영이라 어둡게 찍혀버린게 대부분이지만 이것또한 즐거운 포인트였다.
슬기는 왜 필름카메라가 좋은 것일까? 일상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어서도 있지만 옛날이든 오늘의 일이든 몇 년전의 추억처럼 다채롭게, 아련하게 담을 수 있어서가 아닐까? 자연의 노이즈까지 함께 담을 수 있는 아날로그 필름 감성이 요즘의 더 선명하게, 또렷하게, 정확하게, 빠르게라는 디지털 가치에서 잊혀졌던 느린 일상의 가치를 함께 일깨워준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다. 슬기에게 있어서 첫 히트곡, 히트작과 같은 작품이 아닐까? 어느 분야든 처음으로 만들어낸 자신의 만족스러운 작업물, 성과에는 애착이 남다를 것이다. 이 사진이 현상 되었을 때 좋아했을 슬기의 기분이 잘 와닿아서 더욱 이 작품이 좋아진다.
1보다 2가 더 좋다는 슬기. 항상 최선을 다해서 뛰는데도 슬기에게 승부욕이 없는 것은 신기하다. 남들과 경쟁하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경쟁하는 것을 더 즐기는 걸까?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볼 때마다 기분이 오묘해지는 작품이다. 여러모로 느끼는 바도 많다. 나도 좀 더 슬기스러웠으면...
사실 몇 번 트랙에서 뛰는 것은 중요하지않다. 1등은 2번트랙에서 뛰더라도 제일 먼저 들어오는게 1등이니까.
그래서 내가 느낀 결론은 남 신경쓰지말자. 몇 번 트랙이든 상관없다. 내가 어느 트랙에서 뛰더라도, 몇 번째로 들어오더라도 최선을 다 해 뛰면 그게 만족인거다.
전시회를 보면 볼수록 슬기의 멘탈은 건강하고 참 단단하다. 아니면 오히려 말랑한 것인가. 문득 내가 슬기에 빠지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떠오른다.
이외에도 전시회 모든 요소들이 좋았다. 날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전시회의 포인트들을 발견하는 것도 재미였다. 처음에는 심오한 작품의 의미를 찾으려 계속 보고 생각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그게 낫스벗스니까.
이번 8일 동안 바쁘게 살았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서 잠시 멈춰서서 여유를 찾는 시간이 되었다. 누구보다 바쁘게 뛰었을 슬기가 우리대신 멈춰서 우리에게 슬기의 순간들을 공유해주었다. 그 순간에 나도 함께 멈춰서서 잊고 있던 가치를 떠올려 본 경험이 되었다. 바쁘고 지친 일상 속을 필름 한 통으로 특별하고 즐거운 순간으로 바꿀 수 있었다.
마지막 날은 더 뭉클했다. 관람 시간이 다 가도록 나가기 싫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기에 더 머무르고 싶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더 의미있는 것, 그렇게 낫스벗스는 끝이 났다. 하지만 새로운 일상이, 특별함이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품어본다.
번외) 사진전 외에도 슬기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좋았다.
첫 날, 첫탐도 아닌데 9시반 도착해서 기다려서 본 슬기. 진짜 이때는 나포함 두 명에서 봤다. 이런 출근길은 처음이었다.
첫째날 퇴근길 슬기. 첫탐과는 또 다른, 아쉬운 둘째탐 부지런쟁이들을 위한 선물이었다 ㅎ
마지막 날 퇴근길 슬기. 나에게 낫스벗스는 수미상관이 딱 맞는 또 하나의 커다란 작품이었다.
강작가님. 다음 작품들도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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