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상종 나는 이 말을 참 좋아한다. 중학교까지 단 한명도 없었던 야구들팬이 고등학교에 가니까 갑자기 수두룩 빽빽해졌고 덕분에 물만난 고기처럼 고등학교 때 시간만 나면 끼리끼리 모여 직관을 가기 시작했는데 이런 우리들이 가장 많이 갔던 경기는 넥센 히어로즈 현 키움 히어로즈의 잠실 원정 경기였다.

넥센 팬이 많았냐고? 물론 지금은 상황이 훨씬 나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아마 그 당시 서울에서 넥센 팬을 찾는 것보다 한신 타이거스 팬을 찾는 게 더 쉬었을 정도였으며 목동도 아닌 성남에 넥센 팬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당시 KIA 팬이 제일 많았고 다음은 롯데, SK 정도였다.)

그렇다면 왜 넥센 원정 경기를 찾았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연석 구하기가 너무 쉬었고 당시 넥센 치어리더가 이뻤으며 무엇보다도 뉴비들을 갈구하는 아저씨들의 구애가 재밌었다.

요즘이야 키움도 스케치북 들고 있는 어린 팬들이 많이 늘었지만 당시 넥센은 이 양반(김정석) 주도하에 삼미 청보, 태평양, 현대 유니폼과 함께 힙스터라는 단어를 인간화 시킨 듯한 공기 나팔을 든 아재들과 함께 온몸에 반짝이를 도배하고 총검술 장기영을 응원하던 아주머니 친목질의 대모격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응원단상 앞에 옹기종기 모여서 응원전을 펼치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시커먼 고딩 무리는 젊은 피 수혈을 원했던 아재들에게 좋은 먹잇감이었고 아재들은 우리를 보자마자 곧장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다.

아재들이 곧장 대형 아이스박스(지금은 반입금지)를 우리 앞에 내려놓으셨고 너희들이 원하는 만큼 이안에서 꺼내 마셔도 좋다고 말씀하셨다. 분명 조금 식기는 했어도....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안에는 보리 탄산수가 잔뜩 담겨 있었고 뒤이어서 먹으라며 치킨을 시작으로 코스 요리가 배달되기 시작했다. 뒤돌아서면 배가 고프던 나이 우리는 두 번 생각 안 하고 열심히 퍼먹기 시작했고 기세를 탄 아재들의 영업사원 뺨치는 영업이 시작됐다.

"봐봐 치어리더 누나들 얼마나 이뻐"LG랑 롯데 같은 거 응원해서 언제 우승 볼래 박병호 강정호, 서건창, 벤헤켄, 나이트 얼마나 든든해. "다음에 또 오면 아저씨들이 또 맛있는 거 줄게. (진짜 줌) "수도권 살면 서울 팀을 응원해야지 갈아타 갈아타. " 등 수많은 영업 멘트들이 우리를 스쳐가기 시작했고 당연히 대를 이어서 응원하는 나와 그 외에 친구들은 그냥 그런가 보다 싶었지만 같이 따라왔던 베이징 뉴비는 깊은 감명을 받은 모양이었다.

이윽고 경기는 기억이 맞는다면 이성열의 홈런으로 넥센이 두산을 상대로 승리했고 깃발을 흔들면서 LG로 치면 승리의 노래 같은 걸 떼창하기 시작했는데이걸 본 베이징 뉴비의 눈에 지진이 일렁이는 게 보였고 아재도 이 친구의 변화를 눈치챘는지 쐐기를 박기 위해 가방에서 유니폼을 하나 꺼내 그 친구에게 선물로 주자 이날 새로운 히어로즈 팬 하나가 탄생했다.

하지만 이후 가끔씩 목동과 잠실, 고척까지 키움 쪽으로 경기를 보러 갔으나 고등학교 시절 이후 안타깝게도 그 아재들을 다시는 보지 못했고 최근 180도 변해버린 객석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알뜰살뜰 뉴비 영입에 힘을 쏟던 아재들이 그리워지는데 지금 그분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