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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퉆갤에 올려보는 호종핑 "한 줌 흙으로" 감상

ㅇㅇ(74.76) 2024.11.22 11:58:21
조회 1103 추천 86 댓글 12

호종핑 “한 줌 흙으로” 공개 구간 영상 보고 좀 짜증나면서도, 슬프고 허무한 기분이 들었음. 갤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들 써가며 마냥 가볍게 쓸 기분이 안 든다. 길고 진지한 글이니까, 싫으면 알아서 뒤로 가기 누르라는.


세 번 정도 봤음. 아마 전체 안무 영상 나오기 전까지 몇 번 더 볼 거 같음. 영상은 현장감은 부족하지만, 여러 번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


과몰입도, 도파민 파티도 거의 끝이 났고, 이제는 스테파 제작진이 대중 입맛 맞춰 떠먹여준 무용이 아니라, 음악까지 무용수 자신이 고른 순수 무용까지 보게되는 지점까지 왔음. 이 시점에 호종핑은 굳이 또 우리가 모두 죽을 운명이라는 차가운 사실까지 일깨워주네.


일찍부터 그를 알았던 팬들이야 한국 무용 하는 모습이 익숙하겠지만, 나는 그가 빠른 비트의 음악을 꽉꽉 채워넣는 춤을 유튜브로 보고 입덕했고, 애초에 느린 음악에 맞춰 추는 춤에 인내심이 별로 없는 편이다.


무용알못이 보기에도 동작의 질이 남달랐다. 완벽하고 아름다웠음. 대중적인 느낌이 아닌데, 하고 싶은 거 보여주고 납득시키려 하는구나 싶었음.


이미 최정상의 완성된 예술가인데, 점수를 매기는 게 무슨 의미가 있긴 한가 싶고, 그냥 감사히 감상하면 된다고 생각함. 갠적으로 심사위원들이 점수 매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함. (픽 필터 조금 있음.)


옷이 특이하고 아름다웠다. 꼼데가르송 꾸뛰르 쇼에 나올 것 같은 디자인이었음. 황토색, 삼베 수의 같은 색인데, 동아시아인 피부 색에 가까워서 삶과 죽음이 멀지 않다는 느낌인가 싶었음. 치마, 주름 등의 디자인이 가미되어 있어서, 중성적이고, 죽음의 이미지이면서도 화려한 느낌임. 죽는데 화려한 게 다 무슨 소용인가 하는 허무한 느낌이 조금 전달되는 거 같음. 세심한 선택인 것 같다.


도입부는 한 다리로 서는 불안정한 자세를 만들고서 바닥에 떨어지는 동작으로 시작한다. 안무 설명대로 미래에서 본 자신의 죽음의 이미지인가 싶었음. 흩날리고 흩어지는 동작들과, 한 다리로 서는 불안정한 자세들을 모티브로 육체의 소멸을 표현한 것 같음. 보기만 해도 슬픈 느낌이고, 가볍게 흩어지는 것 같음. 가끔 발레 공연 보면서 강인하기 짝이 없는 훈련된 몸으로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표현들을 해낸다는 점에서 순수무용 참 아이러니 하다고 생각했었다. “한 줌 흙으로”도 비슷한 느낌임.


무거운 주제고, 약간 난해한데, 그래도 아름다워서 잔상이 남았음.


죽음 예술에서 참으로 지긋지긋하게 많이도 다뤄진 주제이고 무거운 주제임. 호종핑 말고도, 준우, 혜현, 혁중 등 죽음 혹은 소멸과 관련된 주제를 표현했는데, 호종핑은 스테파에서조차 인기가 많은 이 진부한 주제에 대해 이 춤으로 무엇을 표현하고 싶을까. 육체의 흩어짐 자체에만 집중해 표현하는 것 같고, 그 이후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 없다는 건조한 느낌인 것 같고, 나는 그런 느낌에 동의함.


굳이 죽음을 무용으로 표현해서 더 표현할 수 있는 게 뭘까? 책도 영화도 있고 여러 표현 방법이 있는데. 몸의 죽음이 몸으로 표현된다는 점에서 깊이가 생기는 거 같다. 이 강하고 아름답고 완벽한 무용수의 몸조차 한 줌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가 그걸 알고 있다는 것.


우리 모두 다 결국엔 죽을텐데, 그만큼 평등한 것이 없고, 그걸 인식할 때 연대감과 연민이 생기는 것 같음. 그래서 이렇게 같이 죽음을 표현한 무용을 보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도파민 파티 끝나서 좀 허무하고 슬프긴 하지만. 맨날 투닥거리며 싸우는 갤러들도 포함해, 감상자들이 짧은 인생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해보라는 의미로 호종핑이 이런 안무를 보여주는 것일 것이다.


한 마디 좀 쪼개자면, 메가 스테이지 위혼무, 이따위로 죽음이 위로가 돼? 그런 느낌인데, 호종핑 안무는 위로가 된다.


여운이 깊어서 길게 보고 싶은데, 단순히 흩어지는 이미지들만으로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채울 수 있는 주제일지 잘 모르겠음. 호종핑이 알아서 훌륭하게 채웠겠고, 기다렸다 보면 될 것.


너무 완벽하고, 완성도와 밀도가 높아서, 감상자의 생각이 끼어들 여유가 별로 없는 느낌인데, 스타일이라고 생각함.


약간 아쉬운 점은, 조명무새가 보기에는 조명이 잘 안 맞았다. 좀더 어둡고 슬픈 조명이어야 전달이 잘 되었을 거 같은데, 서바 무대 포맷이니 하는 수 없는 거 같음. 무대도 의상, 피부색 가까운 흙색이면 좀더 흙으로 돌아가는 느낌 나지 않을까 생각해봄.


두 달 남짓한 무용 감상 속성 강좌의 끝이 다가오고 있음. 호종핑이 가벼운 마음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했는데, 어쨌든 나도 열심히 진지하게 봤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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