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메달을 놓고 간 선수들

인천 아시안게임 단체전이 한창 열리던 중 중국과 일본의 투어대회와 아시안게임 단식과 복식 일정이 겹치면서 대회장은 일대 혼란이 일었다.  선수쪽에서는 일요일이나 최소 월요일에 일정을 끝내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아시아평의회(oca)는 투어를 택한 선수는 투어를 가라, 아시안게임에 더 이상 미련을 갖지말라는 단호한 결정을 했다.  대신 이미 제출한 단식과 복식 출전 선수 명단 교체 시간을 주겠다고 했다. 한시간 뒤 대만의 루옌순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해 남고 카자흐스탄 선수와 우즈베키스탄 선수는 투어대회장으로 미련없이 떠났다.

사실 메달 색깔이 문제지 이들에게 메달 획득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 였다.  메달을 인천에 두고간 선수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단식 금메달 후보 이스토민은 9월 28일 월요일 열린 단식 1회전에서 일본의 다니엘을 7-6<2> 6-7<5> 7-5로 이기고 2회전에 진출했다. 인천을 포기하고  간 보람이 있었다.  카자흐스탄의 골루베프도 예선통과자인 프랑스의 에르베르에 6-4 6-4로 이겨 뒤도 안돌아보고 인천을 떠나 1회전은 무사히 통과했다.  

D Istomin (UZB) d. [WC] T Daniel (JPN) 76(2) 67(5) 75
A Golubev (KAZ) d. [Q] P Herbert (FRA) 64 64

카자흐스탄의 쿠쿠친은 차이나오픈 예선통과는 했으나 본선 1회전에서 파블로 쿠에바스에 6-7<3> 6-3 4-6으로 패했다. 여자의 경우 카자흐스탄의 야로슬로바 셰브도바도 인천을 떠나 베이징에서 열리는 차이나오픈에 출전했지만 1회전에서 이탈리아 로베르타 빈치에게 단 한세트만 뺐고 경기를 내줬다. 

외국선수들 입장에서는  투어를 포기하고 상금과 랭킹 포인트가 없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것을 우선시하지 않는다.  아시안게임에서 한중일이 메달을 독차지하는 가운데 한두개의 메달이 필요한 나라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선수들에게 당근을 줘가며 협회가 메달을 구걸하지는 않는다.  선수들도 지금보다 나은 조건으로 대회 출전하기 위해 랭킹포인트를 갈망하고 다음 대회장으로 가기 위한 차비를 마련하려고 투어대회를 택한다.  프로선수에게 상금과 포인트를 뛰어 넘는 것은 없다.

한편 연천에서 프로대회 1번 시드로 출전한 구미시청 전웅선은 2회전을 마친 금요일 늦은 밤 나영석 대회준비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본라쿠텐오픈 예선 출전 신청을 했는데 아시안게임으로 선수들이 빠져 자신에게 예선 출전 기회가 주어졌다고 했다. 연천프로대회 기권하고 일본행 비행기를 타겠다는 것이다. 나영석 준비위원장은 큰 무대 기회가 주어지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신경쓸 것 없다고 전웅선의 마음 부담을 덜어주었다. 전웅선은 토요일 새벽 비행기를 타고 도쿄에 도착한 뒤 출전한 예선 1회전에서 호주의 코키아스에게 0-6 2-6으로 패해  다시 짐을 싸야 했다.  

테니스피플 박원식 기자  |  editor@tennispeopl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