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은 나달에게 기념비적인 한 해였어

롤랑 결승에서 페더러에게 치욕을 안겨줬고

이어지는 윔비 결승에서 역대급 명승부끝에 승리하며

페더러의 전무후부 237주 연속 1위를 끝장내버렸지

마침 그 해에는 인구 14억의 중국에서 올림픽이 열리게 되어있었지

하지만 올림픽 시드는 이미 결정되었고

페더러가 1번, 나달이 2번 시드를 받고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하게 돼

그때까지만 해도 올림픽 테니스는 스타플레이어들에게 계륵 취급을 받아왔어

선수의 외면 때문에 IOC는 슬램 흉내내며 5셋으로 치르던 경기를 96년부터 3셋으로 줄여버렸어

그런데 08년 페더러와 나달의 라이벌리 덕분에 올림픽 테니스가 주목을 받게 돼

페더러는 심기일전 복수를 다짐했지만 8강에서 미국의 블레이크에게 완패당하고 탈락해

세번째 올림픽 출전이지만 여전히 선수촌 적응이 어렵다고 페더러는 말했어

톱스타의 올림픽 광탈은 그때까지 일반적인 관행이어서 거의 아무도 크게 놀라지 않았어

나달은 초반에 부진했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기량을 회복해 준결에 올랐어

준결에서 그해 호주오픈 우승으로 새롭게 떠오른 신예 조코비치와 명승부를 펼치지

승부는 경기막판 조코비치가 통한의 스매싱 미스를 범하면서 그걸로 결정나게 돼

나달은 결승에 올라 칠레의 곤잘레스에게 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차지하지

지금까지 남자 세계 1위가 올림픽 금메달을 딴 유일한 케이스야

1번 시드 우승은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세계 6위였던 애거시가 유일해 (세계 1-5위들이 모두 올림픽 불참)

여하튼 세계 1위 나달의 우승 덕분에 올림픽 테니스는 위상이 크게 올라갔지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어

보통 올림픽은 캐나다 마스터스 기간인 7월 말에 열리는데

베이징 올림픽은 신시내티 마스터스 이후인 8월 중순에 열린 거야

그리고 그때 베이징은 엄청나게 더웠어

나달은 올림픽 우승 직후 몸을 가눌 새도없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유에스 오픈을 준비하는데

난데없이 두 선수의 스폰서인 나이키가 복싱 프로모터 돈킹을 끌어들여 페더러 대 나달 결승 기원 이벤트를 열면서 지친 나달을 더 힘들게 했지

나달은 첫 경기부터 랭킹 130위 선수와 두차례 타이브렉까지 가는 등 컨디션이 안좋았어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US오픈 주최측과 나이키의 소원대로 페더러 나달은 준결까지 올라왔어

페더러와 나달은 떠오르는 신예 조코비치, 머리와 준결에서 붙었는데

고전할 거라 예상했던 페더러는 조코에게 비교적 쉽게 이겼지만 (조코도 올림픽 준결과 3-4위전 치르고 올림픽 합류)

나달은 일반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앤디 머리에게 업셋 당해서 결승진출이 좌절되지

당시 팬들은 나달이 올림픽 금메달과 US오픈 타이틀을 맞바꾸는 손해를 봤다고 한숨을 쉬었어

나달이 올림픽에서 일찍 탈락하고 휴식을 취했으면 US오픈에서 우승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