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갤에 처음 온 사람인데,
혹여 오해할까봐 미리말씀드리지만 진지하게 궁금해서 하는 질문일 뿐.

30대남이고 문화쪽 관련 업종에 일을 하고있기도 하고,
또 성인이 되서도 키덜트 문화라는 키워드 자체에 열광을 할 만큼
장난감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라던가 열정은 평균보단 많이 있다고 생각.

개인적으로 장난감은 동심의 세계의 파편이지만, 반대로 어른은 죽을 때까지 아이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다님.

그런 측면에서 키덜트 문화를 가소롭게 보는 사람들을 보면 늘 공개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

그런데 반면에 개인적으로 한국사회가 유독 일본 재패니메이션의 세계 아래 종속당해있다는 점을 볼 때마다 정말 속이 상하고 왜 저러나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님.

쉽게 이야기해 개인적으로 피규어 문화(정확히 재패니메이샨 피규어)가 탐탁치 않음.

근데 이 마음속에는 단지 그 문화 자체가 내재적으로 그릇됐다는 인식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님. 오히려 천릿길 알 수 없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말에서처럼, 문화의 핵심적 근원은 이런 나의 판단이 가닿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런 관점에선 어느 문화나 존중해야만 한다고 생각.

그렇지만 피규어 문화, 특히 획일적으로 누구나 갖춰두는 피규어 진열장을 볼 때면 나는 장난감과 동심의 세계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꼬무룩해짐.

왜? 대체 왜 피규어에만 그렇게 집착하는 거야? 왜 대체 피규어에서 너희들의 동심은 그치고 마는가? 하는 의문이 반감처럼 소로소로 올라오기 때문.

혼도 영감도 사라진 오늘날의 재패니메이션에 무애 그리 볼 것이 많다고...하는게 솔직한 내 심정이고 판단임. 상식적으로 토이 문화가 진정 다른 문화보다 독보적인 점이 있다면 그 다양하고 창조적인 색채라고 생각함. 그런데 진열장에 들어간 집합적인 피겨 문화를 볼 때면 종말 속이 깝깝해지고, 저어어언혀 남의 진열장이 궁금해지지 않는 희한한 마법을 경험하게 됨. 내가 딱히 그들 문화를 싫어하던 것도 아니고, 오히려 재패니메이샨의 진흥과 발전에 관심이 많았었는데도, 최근 나오는 재패니메이샨들이 획일적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피겨들 자체도 정말로 재미가 없고 보기도 싫음.

나아가 피겨 문화가 일본과의 접근성 탓에 상당히 발달한 우리나라의 경우, 내가 살던 유럽권과는 장난감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애시당초에 다르지 않나 싶기도 함. 솔직히 정말로 무맛 무매력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예전에 루리웹도 먾이 방문했었지만은 피규어는 적당히 보고 치우는 코너가 돼버렸음.

한국에는 정말이지 장난감 문화, 토이 컬렉팅이란 존재하지 않는걸까?그걸 모으는 사람들은 어찌 된게 다 하나같이 똑같은 취향 똑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걸까? 나는 그런 의문이 듬. 더 가관인건 이런 관성의 법칙에 누구 하나 저항하고 비판하는 사람이 없고, 오히려 내가 주변인 중 콜렉터가 있을 때마다 소개해주믄 외국의 사례들을 보여주면, 으레 키덜트를 혐오하는 머글들이 짓는 권태로운 표정을 지으며 손을 젓기가 일쑤.

이런 판국에 토이컬렉션의 의미가 뭔지 한번 그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었음.

그러다 이곳 토이 갤에 들어오게 됐네. 여기도 비슷함 취향인 것 같긴 하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