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0일째와 11일째는 도쿄 시내를 둘러보는 일정이었습니다.

  사실 여행 10일째의 경우, 도쿄대학교 - 고쿄 - 아사쿠사 정도를 둘러보고는 도쿄 근교에 있는 친척 동생네 집을 방문해서 오랜만에 직접 얼굴도 보고(직접 본 게 한 6~7년 전이었으니) 술이나 한 잔 할까 싶어서 애시당초 일정 자체도 적었는데다가, 이날 아침 숙소인 친구네 집을 출발하면서 엄청난 실수를 해 버려서 사진을 정말 얼마 찍지 못했습니다.

  그 전날 디지털카메라의 SD카드를 친구의 노트북 안에 넣어서 사진을 봤었는데, 그만 그걸 그대로 넣어둔 채 메모리카드가 없는 빈 카메라를 가져와 버린 것이지요. 그걸 알아챈 것은 도쿄대학에서였습니다. 다시 되돌아가서 메모리카드를 가지고 올까 고민했습니다만 이날 오전 10시에 고쿄 가이드 투어를 신청해뒀던 터라 다시 돌아가서 가져오기엔 시간이 촉박했습니다. 그래서 도쿄대학과 고쿄 히가시니와의 사진은 하나도 찍지 못했습니다. 뭐 사진은 여행의 기록수단일 뿐이지 사진이 여행의 목적은 아니려니 했습니다만, 역시 너무 찝찝해서 다시 숙소로 돌아가 메모리카드를 가져와서 고쿄의 히가시교엔으로 향했습니다.

 


고쿄는 본래 쇼군의 거성인 에도 성이었습니다만, 에도 막부가 메이지 일황에게 정권을 반납한 대정봉환 이후 교토에서 거소를 옮긴 일황의 황궁이 된 곳입니다. 윗 사진은 고쿄의 대표적인 기념촬영 장소인 니주바시인데, 이 곳은 1924년 1월 3일 의열단원인 김지섭 의사가 폭탄을 던졌으나 불발한 \'니주바시 사건\' 이 일어난 곳입니다. 김지섭은 체포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1928년 옥중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됩니다.




고쿄의 바로 맞은편에는 마루노우치 빌딩 거리가 있지요. 가장 현대적인 도심의 한복판에 고쿄와 같은 전통적 건축물이 자연에 둘러쌓인 채 존재하고 있다는 게 참 묘한 느낌입니다.



궁내청 청사입니다.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상당히 부조화스럽습니다만 이게 또 묘한 정취가 있더군요.



이제 고쿄 히가시교엔 내부로 들어갑니다. 히가시교엔은 특별한 허가 없이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곳인데, 들어갈 때 주는 입장권을 나갈 때 반납하기만 하면 됩니다. 히가시교엔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은 여러 개가 있는데, 들어갔던 문으로 다시 나올 필요는 없습니다.











히가시교엔의 정원에는 사시사철 다양한 꽃들이 피는데, 산책로로는 그만일 것 같았습니다.



47개 도도부현을 상징하는 나무를 심어놓은 \'도도부현의 나무\'. 윗 사진은 미야자키현을 상징하는 카나리아 야자입니다.



원래 에도 성의 천수각이 있었던 터입니다.



기타노마루 공원 지역을 지나다가 지나가게 된 일본 무도관. 마침 검도 대회가 있던 날이라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러브히나에서 케타로가 입학식날 깔렸던 거대한 양파가 보이는군요.



본래대로라면 아사쿠사로 향할 생각이었습니다만, 메모리카드를 도로 가지고 나오느라 시간이 지체되어 아사쿠사에 다녀오기엔 애매한 시간이 되어 있었던 터라 그냥 가까이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로 향했습니다. 사실 우리와는 악연이 깊은 곳이고, 굳이 가서 속 뒤집어질 필요가 있겠나 싶었습니다만,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대체 여기가 뭔가 싶어서 한번 가 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극우 세력들이 자주 시위를 하곤 하는 곳이라기에 은근히 긴장을 타고 있었습니다만 다행히 그런 건 없었습니다. 다만 이곳을 찾는 일반 시민들이 생각보다 꽤 많았으며, 별 생각 없이 참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좀 안타깝더군요.



야스쿠니 신사 옆에는 유슈칸이라는 유물관이 있습니다. 전쟁 당시 전쟁에 참전했던 장병들의 편지나 유품, 그리고 일본군의 군수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고 하는데, 가 본 사람들의 여행기에 의하면 주로 은근히 전쟁을 미화하는 듯한 유물이 많다고 해서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 입장료도 일반 800엔, 학생 500엔으로 상당히 비싼 편인데 이 돈이 다 이 군국주의 신사를 유지하는 데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더더욱 들어갈 필요가 없어 보였고요.




그리고 사촌 동생 집에 가기 전에 친구네 집 근처에 있던 아카바네 이와부치 수문공원에 잠깐 들렀습니다. 뭐 관광이라기보다는 가벼운 산책의 의도였지요.



아라카와 유람선이 이곳까지 들어오는군요.



아카바네 이와부치 수문공원은 쿠로사기 실사 드라마의 촬영지가 되었던 곳이라 쿠로사기 때문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간간히 있다고는 합니다. 이게 오프닝에 나온 조형물이라는데 저는 드라마를 안 봐서 모르겠음.



이와부치 수문공원의 상징인 붉은 수문. 현재는 이 수문은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박해 있는 아라카와 유람선. 생각보다 이곳에서 내리는 사람들도 꽤 있었습니다.

10일째의 일정은 이렇게 끝나고 11일째는 우에노 - 아사쿠사 - 아키하바라 - 오다이바의 일정으로 도쿄 시내를 관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