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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불알꽃 명칭에 관하여 정정할 내용이 있어 정리해 왔습니다.앱에서 작성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2.21 23:21:47
조회 1589 추천 21 댓글 12
														


예전에 댓글로 개불알풀이 일제강점기의 잔재라는 이야기를 제가 종종 했는데, 최근 조선식물향명집 주해서를 읽다가 정정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늦게나마 정리해 올립니다. 알쓸식잡 갤러리에도 동일한 글을 게시하겠습니다.

———

아래 내용은 『조선식물향명집¹』 주해서인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²』를 최대한 인용하여 작성하였다.

개불알풀(Veronica persica)과 개불알꽃(Cypripedium macranthum)은 다른 식물이다. 현재 인터넷 뉴스와 온갖 포스팅에 있는 이윤옥의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인물과 사상사, 2015)에서 개불알꽃을 다루고 있는데, 그것이 개불알풀과 같은 것처럼 인용되고 있다는 점부터 잘못되었다는 것을 먼저 일러둔다. 구글에 검색하면 같은 식물처럼 나오지만 엄연히 다르다.

(좌)개불알꽃 (우)개불알풀 *댓글 덕분에 사진을 수정하였습니다.(2/22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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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불알꽃은 국가표준식물목록(2018)은 국명 추천명을 원색한국식물도감(1996)에 따라 복주머니란으로 기재하고 있으나,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 내 이야기의 핵심이다.

개불알꽃이라는 이름은 조선식물명휘(1922)의 '개불알달'에서 '개불알'은 꽃의 모양에서 유래했다고 추정하며, '달'은 입술꽃임의 원모양을 달(月)에 비유한 것 또는 땅속줄기로 번식하는 모습을 벼과의 달풀(달)에 비유한 것에서 유래했다고 추정한다.³ 중국명이나 일본명과는 그 유래가 다르고 조선식물명휘에서 조선명을 별도로 신칭⁴하지 않은 것을 고려할 때, '개불알달'은 민간에서 부르던 이름을 채록한 것으로 보인다.⁵

조선식물향명집은 이 '개불알달'을 꽃의 모양을 강조해 '개불알꽃'으로 기록했다. 국가표준식물목록은 개불알이라는 이름이 부르기 민망하다는 이유로 원색한국식물도감에 기록된 복주머니란을 추천명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예를들어 난초과 식물을 총칭하는 영어명 Orchid는 포유류의 수컷 고환을 의미하는 ὄρχις (orchis)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이 단어가 성기를 지칭한다고 해서 그 자체를 문제 삼거나 변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키드라는 단어를 개정하려는 시도는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 왜 유독 불알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식물명을 사회적 감수성의 이유로 바꿔야 하는가? 이는 문화적 과민반응 또는 과도한 언어 순화의 사례로 볼 수 있다. 단순히 특정 단어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식물명을 개정하는 것은 역사적·언어적 맥락을 도리어 무시하는 처사이다.

현재 식물명에 비속어적 요소가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개불알풀’은 ‘봄까지꽃’으로, ‘며느리밑씻개’는 ‘가시모밀’로, ‘소경불알’은 ‘알더덕’으로, ‘중대가리나무’는 ‘구슬꽃나무’로, ‘중대가리풀’은 ‘토방풀’로, ‘개중대가리’는 ‘개미밥’으로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에서 여러 전통적 명칭이 언어적 정화를 시도하려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단순한 미적 고려가 아니라, 언어의 역사적·문화적 층위를 고려해야 할 문제다. 어휘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발생해야 하며, 생물학적 분류와 민속적 전통이 반영된 명칭을 임의로 개정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언어에 대한 규범적 개입이 언제나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윤옥은 개불알꽃이 마치 일본명 アツモリソウ의 번역어인 듯이 기술하면서 복주머니난이 더 어울리는 번역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일본명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김종원의 한국식물생태보감2 자연과 생태(2016)에서 조선식물명휘에 觀賞으로 사용한다는 기록이 있음을 근거로, 전국 방방곡곡의  초지나 무덤 언저리에 드물지 않게 살았고 오래전부터 이용된 자연식물이었으므로 다양한 이름이 있었을 것인데 "일제강점기 때 식민지 점령군의 정신머리에 '개불알'이든 뭐든 주인 의식을 기대"할 수 없는 이름이 기록된 것 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觀賞이라는 표현만으로 야생 난초인 개불알꽃의 재배는 현시점으로도 쉽지 않으므로 자원식물로 보기는 힘들고 Crane(Florence Hedleston, Flowers and Folk-lore from far Korea. Sanseido, 1931)에 따르면 개불알꽃(Ladies's Slipper)은 당시에도 지리산 등 깊은 산에 자생하는 식물이었다. 또한 민간에서 사용하는 말을 채록한 것이므로 주인 의식 없는 태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양보해서, 만약에 이윤옥의 주장대로 일본 식물학자 마키노 도미타로(牧野富太郎, 1862-1897)가 붙였다는 주장이 맞다고 치자, 그렇다면 우리는 이미 사회적, 경제적, 심리학적 개념을 논할 때 수많은 외래어를 사용하고 있다. 핵심 개념들 대부분 외국어에서 차용된 것이다. 그런데 유독 식물학적 명명에 있어, 일본 식물학자가 붙였다는 이유만으로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언어는 단순한 기원보다 현재의 기능과 통용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근대 식물 분류학은 서구 과학의 영향을 받아 일본을 통해 조선에 유입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일본 식물학자들이 학술적 분류를 수행하고 일본식 한자명을 부여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는 기존의 조선식 명칭을 일본인이 의도적으로 개정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근대적 학술 체계에 맞춰 명명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 보다 정확한 해석이다.

조선시대 식물명이 일본 식물학자에 의해 바뀌었는지에 대한 주장은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조선시대에는 과학적 분류보다는 경험적 명칭이 주를 이루었으며, 이를 조선이 근대화 과정에서 서양식 분류 체계를 받아들이면서 일본 학계와의 교류 속에서 변화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마키노 도미타로는 일본 내에서 많은 신종을 분류하고 학명을 붙였지만, 그가 직접 조선의 전통 식물명을 개정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즉, 현재 논란이 되는 식물명 변경이 마키노 도미타로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면, 단순히 일본 식물학자가 관련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명칭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낮다.

일본과의 역사적 관계를 잊지 않고, 고려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과학적 명명법과 정치적 감정을 혼동하는 것은 학문적 접근 방식과 맞지 않다.  우리가 식물명에서 일본식 명칭을 지운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언어적 정화나 민족적 정체성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참고로 아보카도(Persea americana)의 어원은 나우아틀어(Nahuatl, 아즈텍어) ahuacatl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는 음낭을 의미한다. 이는 아보카도의 모양이 고환과 닮았기 때문인데, 고대 아즈텍인들은 이를 강한 생식력과 정력과 연관 지어 보기도 했다. 그런데도 영어에서는 ahuacatl에서 변형된 ‘avocado’라는 명칭이 널리 정착했으며, 이를 문제 삼아 다른 이름으로 변경하려는 움직임은 없다. 특정 단어가 사회적 감수성에 의해 불편하게 여겨진다고 해서 그것을 반드시 수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막말로 개자지꽃이라고 한것도 아닌데⁶ 불알이라는 용어를 입에 못 올릴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오키드랑 아보카도는 되고 불알이라는 우리말은 안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식물은 모욕을 느끼지 않는다. 모욕을 당했다고 느끼는 것은 인간이며, 이는 식물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적 반응에 의해 결정되는 문제다.


———

1. 조선식물향명집은 1937년 일제강점기에 정태현, 도봉섭, 이덕봉, 이휘재가 국내 1,944종의 식물 종의 식물명을 우리말로 정리한 식물명 목록집이다. 이 책을 제작하기 위해 조선박물연구회에서는 조선 각 지역의 민간에서 불리는 식물명을 실제로 조사하고 수집하였으며, 고문헌의 식물 이름들 또한 반영하여 수록하였다. 목록집의 식물명을 정하기 위하여 조선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조선명은 그대로 채용하였으며, 식물의 형태적 특징, 유래, 산지와 발견자 등을 참고하여 식물명 목록을 정리하였다. 식물의 과별 분류 체계에 따라 식물의 학명, 국명, 그리고 일본명이 쓰여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상당수의 식물명은 이 책에 정리된 내용을 따르고 있다. 이는 분류학적 체제에 의해 우리의 전통적 식물명을 정한 우리나라 최초의 식물 분류학적 성과이다.

2. 이우철 감수, 조민제, 최동기, 최성호, 심미영, 지용주, 이웅 편저의 조선식물향명집을 풀이한 책

3. 조선어사전(1917)은 '달'에 대하여 "陰의 精이니 其形이 圓하고 日光을 得하야 明한 故고 日光에 正照偏照背照의 別이 有하야 朔望悔弦으로 不同한 者(月)"와 더불어 "禾本科에 屬한 草니 水邊에 生하야 莖은 蘆에 似하고 花葉은 共히 茅에 似하니라"라고 기록해 현재의 '달(月)'과 '달뿌리풀'을 뜻하는 것으로 보았다.

4.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에서 p386 "신칭하지"라고 기재되어 있는 그대로 옮겼다. 신청의 오탈자인지 新稱이라는 의미인지 현재는 알 수 없으므로 게으름병이 나으면 출판사 측으로 문의해 볼 예정이다.

5. 한국의 민속식물(2017) p1449에 따르면, 일부 지역이기는 하지만 강원도와 충남에서 '개불알'이 들어간 식물명이 방언으로 아직도 사용되는 점이 확인된다.

6. 자지쓴풀이라는 식물이 있지만 그 자지가 아니다. 자주(色)의 옛말이 자지라서 자지쓴풀이었다가 조선식물명집에서 맞춤법에 따라 자주쓴풀로 개칭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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