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기가 스며드는 밤, 그리고 흔들리는 감정

잔이 몇 번이나 비워졌는지 모른다.

머릿속이 아득해질 정도로 술이 들어갔고, 두 볼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나는 테이블에 팔꿈치를 괴고 가볍게 머리를 기댔다.

슬립 드레스의 얇은 끈이 어깨에서 살짝 흘러내렸고, 매끄러운 피부 위로 술기운이 서서히 퍼지는 듯했다.

그는 내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어깨끈을 올려주었다.

“많이 취했네요.”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나는 그를 올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가…?”

눈을 마주치는 순간, 공기가 묘하게 변했다.

술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이 순간을 기대하고 있었던 걸까.

그가 천천히 내 얼굴을 향해 다가왔다.

나는 피할 수 없었다. 아니,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입술이 맞닿았다.

멈출 수 없는 떨림, 그리고 혼란

촉촉한 입술이 닿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고, 와인 향이 살짝 감도는 그의 숨결이 느껴졌다.

입술이 부드럽게 스치다가, 서서히 깊어지는 감각.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나는… 지금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와이프가 떠올랐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내 허리를 가볍게 감싸며 더 깊이 다가왔다.

슬립 드레스의 얇은 원단이 그의 손끝에서 미세하게 움직였고, 허리선을 따라 부드럽게 타고 내려갔다.

나는 한순간 정신을 차리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의 손이 내 뺨을 감싸며 더욱 깊이 키스가 이어졌고, 나는 그 순간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술기운 때문일까? 아니면, 이 상황이 주는 묘한 전율 때문일까?

하지만,

이건 잘못된 거잖아.

나는 황급히 몸을 살짝 뒤로 빼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도 놀란 듯 나를 바라보았다.

“미안해요. 나는…”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나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내 머리 위로 손을 올려 가볍게 쓰다듬었다.

“괜찮아요. 너무 취했으니까, 이제 가죠.”

무너지는 의식, 그리고 그의 손길

술기운이 점점 더 짙어졌다.

나는 제대로 서 있기조차 어려웠다.

“정말… 취했나 봐.”

그가 내 허리를 단단히 감싸며 부축했다.

그 손길이 따뜻하고 든든했지만, 동시에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우리는 바에서 나와 조용한 골목을 따라 걸었다.

나는 그의 어깨에 기대어 비틀거렸고, 드레스 자락이 부드럽게 바람에 흔들렸다.

어두운 거리에서 가로등 불빛이 우리 그림자를 길게 늘였다.

“숙소까지 데려다줄게요.”

그는 나를 조심스럽게 부축하며 걸었다.

하지만 내 의식은 점점 더 흐려졌다.

“그냥… 여기서 좀 쉴래.”

나는 그의 품에 살짝 기대며 속삭였다.

그는 한숨을 쉬며 나를 살폈다.

“이대로 놔두면 쓰러질 것 같은데.”

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러면… 그냥 안아줘.”

그의 손이 살짝 떨리는 듯했다.

나는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가 나를 조심스럽게 안아 올렸다.

가느다란 팔이 그의 어깨를 감쌌고, 긴 다리가 허공에 살짝 들렸다.

몸을 감싸는 드레스가 그의 품에서 매끄럽게 흘러내리며 허벅지를 살짝 드러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건, 너무 위험한 상황이잖아.

하지만, 나는 저항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