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 그냥 지금에 머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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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갤러(118.235) 2024.11.09 11:44:09

조회 253 추천 3 댓글 5

후방부대 운전병으로 복무하는 일병 2호봉 개짬찌인데

군대 이후엔 뭐 먹고 살아야하나 걱정이 태산이다

군입대 전에도 하고싶은 거 없었고 꿈도 진로도 없고

공부도 거의 안 하다시피 했고

대학도 대충 성적되는 곳 넣어서

다니는 둥 마는 둥 학점 말아먹고

술 담배도 안 좋아하고 노는 것도 재미없고

슬슬 게임도 질리는 때에 군입대 했거든

처음엔 적응도 안 되고 너무 힘드니깐

자유의 소중함을 느끼고 ‘집 가고싶다’ 이런 생각 자주했는데

신교대 거치고 야수교 거치고

자대에서 어느정도 적응 마치니까

전역하면 뭘로 돈 벌고 입에 풀칠해야하나 고민이다

언제까지 부모 밑에서 살 수는 없는 법이고

여기서 병사 신분으로는 밥도 먹여주고

생필품 제외 지출이 없으니 돈 걱정도 거의 없다시피 하고

내 할 일, 1인분만 잘해도 무난하게 지낼 수 있으니깐

작업 시켜도 페인트나 천장 택스 교체, 나뭇잎 치우기 처럼 사람 못할 일을 시키지도 않고 말이야

전역하면 또다시 빈손인데

남들처럼 열심히 사는 것도 아니고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요즘 자기계발서랑 철학책 등 관심 가지고 읽고있지만

여전히 답을 못 찾았다.

그래서 일 하라는 거 하면 되고, 밥도 시간되면 먹여주고, 돈 걱정 안 하게 해주는 지금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남들처럼 사회에서 하고싶은 게 있고 목표가 있다면 군생활이 느리게 느껴질 법도 한데 난 사회에서 해보고싶은 걸 떠올려봐야 내 방 내 침대에서 누워있는 것과 부모님 보는 것 뿐이니..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흐르고, 미래가 너무나 두렵다.

내 인생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모르겠다

뭐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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