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왠지 좀 길게 쓸 것같은 픨이 있어.
여차저차 여까지 와서 보다보니 어린 친구들이 불안감도 많이 가지고 하길래 이런저런 얘기좀 해주려고..
제대 4년차고.. 지금은 학교졸업하고 프리랜서로 살기직전인데
인생을 아주 약간 더 산 선배로서 내 얘기를 좀 할께
관심있으면 다 보고 시름 말고ㅋ

난 대학 2학년 마치고 3월초에 1511 전투정보병으로 지원해서 갔어.
사실 난 이왕 군대갈거 수색대같이 고생은 좀하더라도 멋지게 하고싶어서 지원을 했지
근데 전투정보와 인간정보를 거꾸로 알고 나머진 읽어보지도 않고 지원을 했지.
잘못 지원한셈이야ㅋ 후반기 가서 알게된 후 스스로 ㅄ같았지
아무튼 논산->정보학교 후반기 2주->강원도 여단급으로 팔려갔다왔어
3111일반행정병이 아니라서 이라크 지원할떄도 티오가 1명이어서 예비1로 떨어진 불운도 겪었지.
이건 잡설이고
난 군생활동안에 좋았던거라면
다른횽들 말처럼 사람에 대해, 사람관계에 대해, 그동안 생각해보지않았던 가치들(국가,가족,우정,고독 등등)을 많이 생각해본 기회,
다독의 기회, 인맥, 체력, 깡 등등?
제대했을땐 그게 전부인줄 알았고 그것만으로도 만족했었는데
살다보니까 얻은게 참 많더라고.
일하는 요령같은것도 그렇고.. 괜히 알바찾으면 군필찾는게 아니더라ㅋㅋ
나빴던거라면
지독한 고독?? 일도 바쁘고 정신도없고 하지만 늘 고독해져.
그리고 다시 오지않을 20대 초반의 청춘에 대해 군에서의 추억뿐이라니 뭔가 아쉬움이 크더라고.
다 뻘소리였고,

우선 해주고 싶은 말은
다 사람사는 데라서 재밌게 마음먹으면 재밌는 일도 많으니까 너무 걱정마~
긍정적이고 생산적으로 마음먹기에 딸렸다고 봐.
남들 다 가는 군대라고 남들 하는대로 어떻게어떻게 지내다보면 2년이 참 못난시간이 되는거지.
네 스스로 더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각오를 다지고 또 다지며 생활해야 후회가 적을거야..
일병됐으면 이등병때 되돌아보고, 상병됐으면 절반을 돌아보고..

일단 특기는,
부대 임무나 규모, 선후임/간부와의 관계에 따라 스펙트럼이 너무 다양해서 콕찝어주진 못하겠지만
다 장단점이 있어. px병은 정기적으로 보상휴가도 가고 누가봐도 땡보라지만 늘 정산하느라 늦게 업무마치고, 주말도 없고 하지.
난 전투정보병으로 여단 정보처에 근무했었어. 부대 내의 머리에 해당하는 부서야.
덕분에 매일같이 서는 불침번 대신 3일에 한번씩 밤새는 상황근무을 섰지.
하지만 야근이 많고, 훈련전에 훈련준비로 바쁘고 평상시에도 상급부대/부대자체 상황조치훈련도 많고
간부랑 일해서 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안고살지. 그래도 몸이 편하다고 반박하려는 친구들이 있는데
절대 아냐. 간부들은 일잘하는, 그러니까 눈에 익은놈을 시킨다고.
그러니 짬먹을수록 호출빈도는 더 높아지지ㅋㅋ밤낮없고 휴일없어. 난 병장때 맞는 새해를 정보장교 자택에서 야근을 했지.
아무튼 늘 피곤에 쩔어있지.
물론 어디 산골 독립부대 중대 행정병이라면 신이내린보직이겠지만
정보,작전,교육,인사,군수,정훈 등등 하나같이 대체로 잔업이 많고 친구들로부터 인정은 못받는 ㅄ같은 곳이야. 참고하길 바래.
난 전역할때까지 수요일 전투체육시간에 족구한번 하는게 소박한 꿈 중 하나였지만 이루지못했어.
결론은 뭘하든 자대운빨과 너하기나름이니 군생활만의 추억을 쌓고싶으면 포병등등을 해봄직스럽겠고 밖에서도 쓸수있는 기능을 익히고싶으면
운전병, 장비운용병도 좋겠고 얼굴 덜 타고싶으면 행정병. 얼굴덜타는 그것뿐이야.ㅋㅋ

훈련소 가기 전에는
가족친지친구들 많이 만나서 아쉬움 없이 놀다 들어가. 돈은 펑펑 쓰게 되더라도 조금은 남겨둬야 휴가나올때 집에서 눈치 덜보여.

훈련소 가는 길에 챙겨갈 것은
방수는 기본인 싸구려 전자시계와 깔창, 연고, 밴드, 연락처, 로션작은거, 복용중인 약, 현금 만원정도, k2소총 한정 정도 되겠고
여기서 자기한테 필요없는건 알아서 빼~
사실 밴드랑 연고,소독약같은 상비약은 다 거기에 있고 많이 쓸일도 없어ㅋ

그럼 내무생활을 얘기할께,
훈련소 훈련내용은 다 해보면 되니까 생략할께.
일단 훈련소는 마음이 편해. 줮밥같은 계급아닌 계급이다보니 이미 계급의 압박을 받으며 날 억누르며 살다보니 부딫힐 일도 없고
훈련이 좀 노곤하지만 동기들과 함께있으니 늘 재밌어.
나이 불문하고 다 친해져. 한두살 많으면 걍 말놓고 지내던가 형동생 깍듯이 하는건 자기하기나름이고,
후반기는 어딜가나 누구말을 듣나 병장때만큼이나 프릐한 시간이 주어지지ㅋ 자대로 팔려가기전에 꿀좀 빨게 되는 파라다이스랄까.
그리고 후반기교육의 장점은 훈련소에서 자대로 보직도 모르고 팔려가는 것보다야 심적으로 안정이 되어있지.

이번엔 자대생활인데,
자대에 가서 보직에 맞게 내무반을 편성받고부터 한동안은
온갖 줮버러지같은 새끼들이 짖궂은 장난을 치며 하극상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그치만 거기서 들이받아버리는 순간 코브라 똬리틀듯 꼬이는건 네 군생활.
선임들이나 간부들은 싹싹하고 센스있게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알아서 하는 놈들을 좋아해.
짬먹어보면 알겠지만 꾀부리는 새끼들은 어딜가나 있는데, 이런녀석들은 부대밖이었으면 눈알을 두개골로부터 추출해버리고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지.
그리고 빠릿빠릿 알아서 잘하면 스스로도 편해.
그니까 일배울때만큼은 알아서 척척척 명심해~ 귀찮고 힘든건 가르쳐주는 놈도 마찬가지야.
일좀 하다보면 어느새 일병도 달고 상병도 달게 되.
줄어드는 군생활만큼이나 받아보는 편지도 급격히 줄어들게 되고, 전화하거나 휴가나오면 그닥 안반기는 가족/친구들의 수는 반비례하지.
그치만 \'아 이것이 내 군생활이 얼마 안남았다는 징조구나\'라고 받아들이면 한결 나을거야.
그리고.. 보이지 않을것만 같던 광명을 보게되는거야.
아 벌써부터 설레고 그래??ㅋ

기타 잡설이야.
말년되면 정말 희안한게 척추와 등의 근육이 퇴화를 시작해.
관물대나 벽, 후임 팔에 기대지 않으면 혼자 앉아서 티비를 보지 못하게 되.
또한 네가 신뢰와 덕을 쌓았다면 널 따르는 후임들도 많아져서
아침을 먹지않고 쳐자고있더라도 일어나면 네 머리맡에 우유가 놓여져있게 되지. 이건 절대 후임들이 네게 쫄아서 그런것만은 아냐ㅋ

이상
따로 적진 않았지만 군생활 잘하는 요령은 글읽으면서 알아서 캐취했을거야.
사람사는 곳이니만큼 신뢰와 덕을 쌓아서 좋은 인연 많이 만들길 바래.
그리고 입대하기전에 제딴엔 아쉽다고 친구들하고 많이 놀고 그러는데
어떻든간에 널 제일 아끼고 생각해주는건 부모님이야.
얼마전에 방청소하다가 부모님께 받았던 편지들을 보는데 애틋하고 스스로 부끄럽고 그렇더라고.
널 생각하는 부모님과 친구들 잘 챙기고..
아, 언제나 건강 잘 챙기면서 든든하게 나라 지켜주다가
다시 멋진 친구로 돌아와주길 바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