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오프로더를 논하려면, 그리고 정통 SUV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허머'라는 단어는 몹시도 정석과 같은 두 글자다. 원래의 시초는 AM-제네럴이란 회사의 소속이었고, 허머가 곧 브랜드이자 자동차였던 사실은, 허머의 마니아라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1992년 군용 험비를 AM-제네럴에서 민수용으로 만들어 판매한 것이 허머의 시작인 것, 민수용으로 만든 브랜드였지만, 지프 시리즈와 다르게 성공하진 못했다.
이유는 타사 풀사이즈 SUV와 달리 너무 높은 가격대와 지나치게 넓은 차 폭, 거기에 덩치에 비해 공간이 협소한 탓에 특별한 이점이 없어 판매 저조로 이어졌고, 결국 GM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후, 허머는 H1, H2, H3까지 H 시리즈 라인업으로 분류, 그리고 GM의 입맛에 맞게 개량하여 판매를 하였으나, 이 역시 미국에서조차 혀를 내두를 연비 때문에 미국 내에서도 상류층이나 타는 차로 전략했다. 결국 판매량의 저하로 이어졌고, 특별하게 뛰어난 구석이 없던 허머는 2010년 H3를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리 지게 된다. 오늘은 미래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허머 EV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21세기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허머 EV 여전히 크기로 압도한다
인트로에서 간략하게 허머의 역사를 살펴봤다. 사실, 허머의 부활은 브랜드 폐기 후 10년 뒤인 2020년 1월 31일에 제네럴모터스 GMC 공식 유튜브에서 허머의 부활을 알리는 공식 티저를 공개했었다. 이후 같은 해 10월 21일에 5분짜리 트레일러가 GMC 공식 유튜브에 업로드되며 간단한 스펙을 알려줬다.
여기에 존재의 확실성을 가미해 준 사건이 발생하는데, 허머 EV의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한 건, 미국의 한 네티즌의 사진 한 장으로부터 시작된다. 픽업의 형태를 가지고 있고 위장막을 벗겼다. 프론트 루프 패널은 일부러 열어놓은 듯한 모습이고, GM의 엔지니어로 보이는 운전자는 마치 시선이라도 즐기는 듯 창문에 팔을 결 쳐두는 여유까지 보여준다.
사전계약 10분 만에
완판을 일궈냈다
작년인 2020년 10월 티저가 오픈되고 GMC는 사전계약을 받게 되었다. 첫 론칭한 모델은 에디션 1으로 불리며 픽업 모델로 한정되었다. 2020년 12월 24일 현지 GM 가상 딜러회의에 참석한 딜러 관계자는 에디션 1의 1만 대 물량이 사전계약 단 10분 만에 완판되었다고 밝히기도 했었고, 추후에 SUV 모델도 발표가 되었고 픽업, SUV의 각각 제원이 달라졌다.
픽업 모델은 전기모터 3개가 탑재되며 최대출력 1,000마력, 최대토크 1,587kg.m 사양의 모터가 탑재되고,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563km로 발표되었다. 놀라운 건 저 육중한 덩치로 0-100km/h 속도를 3초 만에 도달한다. SUV 모델은 최대출력 830마력 출력에 1회 충전 주행거리 480km의 거리를 주행 가능하다고 제조사는 발표했고 0-100km/h의 가속능력은 3.5초다. 제조사 측 공식 홍보자료를 보면, 최대토크는 초기 한정판 에디션 1 과 동일한 1,587kg.m로 보인다.
재해석한 모델이라 차가
작아졌을 거 같은데
보통 오래전에 생산했다가 다시 재해석하는 모델들은 현행 나오는 플랫폼을 사용해 개발을 하다 보니 과거보다 차가 작아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이번 포드 브롱코 같은 경우 과거 포드 F-150의 플랫폼을 사용한 풀사이즈 SUV였다가, 신모델이 출시되며 레인저의 플랫폼을 사용해 미드사이즈 SUV 가 된 사례는, 허머 EV를 기다려온 소비자들에게 심심한 불안감을 안겨줬다.
하지만 이런 고민과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플랫폼은 GM의 BT1 플랫폼을 사용하였고, 허머의 가장 대표적인 모델 H1과 간단한 비교를 하자면 H1의 제원은 전장 4,686mm, 전폭 2,197mm, 휠베이스 3,302mm의 제원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허머 EV는 H1보다 더 커졌다. 전장 4,999mm, 전폭 2202mm, 휠베이스 3,218mm의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한다.
사이버 트럭과 비교
많이 당할 것으로 보인다
허머 EV의 가격은 에디션 1 기준 11만 2,595 달러 한화 가치로 약 1억 2,731만 원이다. 가장 많이 비교되는 사이버 트럭의 가격은 가장 높은 등급인 트라이얼 모터 AWD 기준 69,900 달러로 한화 약 9,495만 원, 허머 ev 대비 약 778만 원가량 저렴하며 1회 충전 주행거리 805km를 자랑하는 스펙을 가졌다.
두대 다 하이스팩 EV 카 이지만 일각에선 사이버트럭 대비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평이 존재한다. 이유는 사이버트럭에 적용되는 클래스가 다른 신소재를 비롯한 가격의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머 특유의 네모난 디자인을 미래틱하게 만들어낸 디자인이 극찬을 받고 있고 차종 최초로 차고 조절이 가능한 가변 에어서스펜션, 차체 하부까지 관측이 가능한 360도 고해상도 서라운드뷰 카메라, 모드에 따라 독립적으로 조절 가능한 4륜 조향 장치인 크랩워크까지, 허머의 아이덴티티를 충분히 살리는 가능과 옵션들이 가성비란 단어를 잊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쯤 되면 영원히 고통받는
쌍용이 문득 떠오른다
쌍용이 상장폐지되고 나서도 꾸준한 신차 출시로 인해, 흑자로 전환하고자 하는 의지가 돋보이는 요즘이다. 허머 EV를 보고 있자니 국내 오프로더의 강자는 누굴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면 단연 보디 온 프레임의 강자 쌍용이 생각이 난다. 현재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을 선보이려 한참 준비 중인 것으로 근황이 알려진 쌍용이다.
코란도 이모션으로 전기차의 노하우를 축적한 후, 랙스턴 파생형으로 정통 오프로더 전기차로 가야 할 길이 생겨난 것으로 해석을 할 수 있다. 발상의 전환이 돈이 되는 요즘세상에 쌍용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수용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 쌍용 또한 아마 내부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 예상되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산타려고 내연기관 탄다는 말도
이젠 옛말이 돼간다
허머의 시작점은, 과거 윌리스 지프의 민수용 브랜드 지프의 성공을 바라보고, 허머 또한 대박을 꿈꾸며 시작한 브랜드다. 하지만 지프와 달리 너무도 큰 차체와 가격 때문에, 미국 현지 소비자들마저 쉽게 구매를 하지 못하는 차량 중 하나였고,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홍보 덕분에 그나마, 명맥을 이어오다 이마저도 판매고가 저조해 결국 GM으로 매각되어 본연의 모습을 잃은 요상한 허머가 나오게 된다만, 이마저도 2009년 GM의 파산으로 인해 결국 완전 단종의 길로 접어들었던 뼈아픈 과거가 있었다.
이러한 과거를 청산하기 위해 전동화를 걸쳐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 특히, 이번 허머 EV를 통해 더 이상, 정통 오프로더는 내연기관을 필요로 하지 않다는 듯, 허머의 전매특허인 오프로드의 퍼포먼스를 마케팅 포인트로 가장 먼저 내세웠다. 과거 내연기관 오너들의 등반 및 도강을 위한 각고의 노력들이 이젠, 옛날 방식으로 자리 잡아가는 것이 보이는 게 새삼, 세월의 흐름이 빠르단 걸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다. 해외 유수의 브랜드들만 부러워해야 하는 실정인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쌍용에게 적어도 "이런 차 하나쯤은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품어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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