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읽기는 복합적 능력. 사카다가 말했던 "수보기"와 그것을 판단하는 능력으로 나뉨. 물론 수보기에도 기초적 판단은 필요.

머릿속, 혹은 눈앞에 있는 바둑판에 가상의 바둑돌을 정확히 놓는 능력이 필요. 많이, 정확히 놓을 수 있다면, 말하자면 좋은 하드웨어를 가진 것. 사활을 많이 풀면 하드웨어를(물론 소프트웨어도) 개선할 수 있다.

경우의 수가 많으므로 순수하게 모든 경우를 다 읽을 수는 없다. 좋은 하드웨어만으로는 안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을 정리하고 단순화해야 한다. 효율을 높여야 한다. 지침이 필요하다. 근사적 가치판단이 필요하다. 뻔히 안되는 수를 지우고, 가능할 법한 수만 골라낼 수 있어야 한다. 형태감각, 맥점, 모양, 이런 것들이다.

감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지 않을까? 비교적 접근전에서의 형태감각, 그리고 대세점 등을 찾거나 삭감하는 중앙감각. 맥점이나 행마의 급소는 전자에 들어가고, 후자는 좀 다른 능력을 요구한다. 편의상 감각과 중앙감각이라 부를까.

감각으로 수읽기를 이끌고, 수읽기로 감각을 확인한다.

형태감각이 좋으면 수읽기의 효율이 오르고 빨리 수를 읽을 수 있다. 곁가지를 쳐내기 좋다. 이런 것은 프로 기보를 보며 모양을 익히고, 맥점이나 행마 공부를 하면 배양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하지만 너무 얽매여서는 안된다. 정확한 수읽기를 경시하면 모양에 얽매인 수가 나온다. 모양은 괜찮은 지침이긴 하지만 근사적이다. 여기서 벗어날 수 있어야 실전적인 수를 둘 수 있는 것. 결국 수읽기가 무조건 깡패다. 바둑은 수읽기다.

중앙감각은 좀 다른 문제. 한눈에 들어와야 한다. 마음이 풍요로우면 도움이 될까?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것도 의외로 도움이 될지 모른다.

머릿속의 바둑판에 돌을 하나하나씩 놓는 것은 효율이 그리 좋진 않다. 덩어리 단위로 수읽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필연의 수순은 그냥 묶음으로 취급하는 것이 빠를 수 있다. 데이터를 압축해서 효율이 오른다.

모양과 형태감각은 수를 보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 결과물은 형세판단이 필요하다. 형세를 판단한 결과까지를 합쳐 수읽기가 되는 것이다.  물론 형세판단에도 수읽기와 끝내기가 필요하다. 당연히 끝내기에도 수읽기가 필요하고, 또 계산력도 있어야 한다.

수를 내거나, 돌을 엮거나, 행마의 리듬을 타는 것은, 말하자면 여기저기 있는 퍼즐 조각을 모아 맞추는 작업이다. 결정하지 않고 가만히 놔두면 쓸 수 있는 퍼즐 조각의 종류가 많아진다. 미리 결정해 버리면 그것이 한 가지로 줄어든다. 선택권이 줄어들고, 행마에 제약을 받는다. 보통 보리선수, 속수, 악수라 부른다.

그러나 물론 과감하게 결정해야 할 때도 있다. 때로는 결단력이 필요한데, 역시 판단이 쉽지 않다. 오청원 선생은 과감했다.

끄적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