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의 심정
마치 전역대기일 같다. 절대로 오지 않을 것 같던 날이 코앞으로 다가와버렸다.

2. 1월 말부터 현재까지의 감정 변화
처음엔 프로기사들을 위시한 뭇 전문가들의 의견에 힘입어 나 또한 이세돌 사범님의 낙승을 예상했다. 하지만 내일이 다가올수록 스며드는 불안감은 오늘에서야 절정에 다다랐다고 할 수 있다.

3. 소망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는 인공지능이 영원히 최상위권 기사의 반집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구글과 알파고에게 바둑은 그저 정복해야 할 수많은 과목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나를 휘감는다. 내가 보다 근본적으로 바라는 것은 대중들로 하여금 바둑의 무궁무진함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만일 이번 대국에서 알파고가 승리하더라도 내가 지지하는 바둑에 내재된 가치의 본질적인 특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알파고는 바둑의 신이 아니기 때문에. 신의한수를 둘 수 있는 존재가 아님이 확실하기에. 하지만 이 대국이 이세돌의 패배로 이어질 경우 바둑은 대중들로부터 외면당할 거라 생각한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만은 않기를.

4. 이세돌 사범님에게 한마디
단순하게 생각해온 지난 두 달 무작정 당신이 이기기만을 바라왔습니다. 허나 지금은 이것이 우긴다고 될 일이 아니란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당부드립니다. 온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번 대국속에 바둑의 모든 아름다움과 재미를 담아주세요. 결과야 어떻든 이젠 상관없습니다. 바둑을 털끝만큼도 모르는 사람들조차 '바둑이 정말 매력적인 게임이었구나'를 느낄 수 있는 한 판 한 판을 두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