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입구가 폭파되고 있다. 북한은 2022년 들어 풍계리 실험장 3번 갱도 등을 복구해 10월 현재 7차 핵실험 준비를 완료한 상태로 알려졌다./뉴스1
지난 22일 중국 20차 당대회가 끝나고 시진핑 3기 체체가 출범함에 따라 북한의 7차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데요, 북한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따른 대응책과 관련, 오늘은 지난주 예고해드린대로 핵무장 잠재력을 확보하는 ‘한국판 맨해튼 프로젝트’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 국민이 경제제재 ‘고난의 행군’ 감내 각오 있으면 독자 핵무장 가능
최근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따른 대응책 중 한미동맹을 활용한 대책으로 전략자산 상시 배치 등 확장억제 강화를 ‘대표 선수’로 내세우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미국이 한국을 위해 (북한의 핵공격으로) 로스앤젤레스를 포기할 수 있겠는가”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이런 시각을 가진 분들은 결국 우리 독자 핵무장 밖에 없다는 의견을 많이 제시하시는데요, 독자 핵무장에 대한 지지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하지만 독자 핵무장을 강행할 경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경제·외교 제재는 어느정도 불가피할 것이고, 우리 경제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외 의존도가 북한보다 훨씬 높은 우리는 타격이 북한보다 더 클 수밖에 없는데요, 국민 대다수가 제재에 따른 ‘고난의 행군’을 일정기간 감내할 각오가 돼있다면 독자 핵무장도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비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일본 아오모리(靑森)현 롯카쇼무라(六ヶ所村)에 위치한 ‘원자연료 재활용시설단지’ 전경. 일본은 이곳에서 매년 9t의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제든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일본은 핵무기 6000개 분량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그래서 부각되는 것이 핵무장 잠재력 확보, 영어로 ‘Nuclear Option’(핵무장 선택권) 전략입니다. 핵무장은 하지 않되 마음만 먹으면 3개월이든, 6개월이든 언제든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자는 것입니다. 지금 일본이 그런 상태이고 농축·재처리(핵연료주기) 기술을 확보하면 그런 능력을 갖게 됩니다. 일본은 무려 핵무기 6000발 분량의 플루토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 우리가 6개월 내 핵무기를 만들 수 있을까?
저는 10여년전부터 여러 현실적인 여건과 한계를 감안할 때 핵무장 잠재력 확보 전략이 차선책으로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가져왔습니다. 현재 우리는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과, 한·미 원자력협정 등으로 농축(고농축)·재처리 기술과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러면 현재 우리의 핵무장 잠재력은 어느정도 수준일까요? 이를 쉽게 풀어 얘기하자면 ‘우리가 마음 먹으면 얼마만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을까요?’라는 얘기겠지요.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 잠재력이 생각보다 대단하다며 6개월이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고 오원철 청와대 제2경제수석(맨 오른쪽)이 1970년대 부산한독기계공고를 순시하던 박정희(왼쪽에서 둘째)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다. 오 전 수석은 중화학공업과 방위산업 육성은 물론 극비 핵개발 계획의 책임자이기도 했다. /조선일보 DB
실제로 우라늄 농축기술은 세계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지난 2000년 한국원자력연구소가 증기 레이저동위원소분리법(AVLIS)으로 불과 0.2g의 우라늄을 농축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2004년 IAEA(국제원자력기구) 고강도 사찰을 받는 등 파문이 일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이 때문에 원자력추진 잠수함 사업도 잠정 중단됐었다고 하는데요, 실제 농축도는 10% 수준으로 핵무기급(85% 이상)에 훨씬 못 미쳤다고 합니다. 보통 핵무기 1개를 만드는데엔 고농축우라늄 25㎏ 가량이 필요합니다.
◇ 박정희 대통령 시절 핵개발 책임자 오원철 전 수석의 교훈
하지만 실제로 핵무기를 만들려면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많습니다. 핵무기는 단순히 농축·재처리 기술만 갖고 있어선 어렵지요. 핵무기를 터뜨리는 핵기폭장치도 개발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무기개발의 총본산인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알기로 ADD에는 1970년대 말 핵개발이 중단된 뒤엔 핵기폭 장치 전문가도 기술.장비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실제 핵무기 제조에는 민간 원자력 분야는 물론 국방과학연구소 등 국방 분야의 전문인력과 역량을 결집시키는 컨트롤 타워가 중요하게 됩니다. 저는 30여년 전 기자 초년병 시절 박정희 대통령 시절 중화학공업 및 방위산업 육성 사령탑을 맡았던 고 오원철 제2경제수석을 여러 번 만나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미 확장억제 관련 대표적 전략자산인 B-1 전략폭격기. 한반도에 종종 출동하지만 여러 현실적 한계로 독자 핵무장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뉴스1
오 전 수석은 대외적으로 드러난 것 외에 ‘극비 핵개발’이라는 막중한 책임도 맡으셨었는데요, 그 분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핵개발에는 여러 부문의 사람과 역량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밀어붙이는 ‘프로젝트 매니저’(Project Manager)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박 대통령 시절 핵개발이 무산된지 40여년이 지나면서 관련 역량과 인력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거나 아예 사라져버린 상태입니다. 이를 다시 모아 교통정리를 하고 시동을 거는 데만 6개월 이상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오는 것입니다.
◇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하고 핵무장 잠재력 확보하는 ‘무궁화 계획’ 추진 필요
핵무장 잠재력 확보는 농축·재처리 기술과 직결되는데 특히 재처리는 현재 심각한 사용후핵연료 저장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농축·재처리 제한을 풀고 원자력추진잠수함용 핵연료(20% 저농축우라늄) 확보 등을 위해선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필수적입니다.
물론 현재의 미 정부 기본 입장을 감안하면 상당한 난관이 예상되는 일이고 정부 입장에선 직접 나서기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선 학계, 연구소, 정치권, 산업계, 언론 등 민간 차원에서 핵무장 잠재력 확보를 위한 ‘한국판 맨해튼 프로젝트’를 추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활짝 핀 무궁화꽃. 핵무장 잠재력 확보 프로젝트 명칭을 '무궁화 계획'으로 제안한 것은 무궁화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국화로 '영원히 피고 또 피어서 지지 않는 꽃' 등 여러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뉴시스
프로젝트에는 명칭도 중요한데요, 그동안 ‘충무공 계획’’한강 계획’'한라산 계획’ 등 몇몇 명칭을 고민하다 어젯밤(22일) 한강공원을 산책하던 중 ‘무궁화 계획’이라는 명칭이 퍼뜩 떠올랐습니다. 무궁화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국화로, ‘영원히 피고 또 피어서 지지 않는 꽃’ 등 여러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핵개발을 소재로 한 김진명 작가의 밀리언 셀러 제목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였는데요, 그걸 연상할 수도 있겠지요. 한 예비역 엘리트 장성은 제게 ‘세종 계획’이라는 명칭을 제안하시기도 했습니다.
‘무궁화 계획’을 어떻게 추진할지에 대해선 앞으로 여러 전문가님들의 고견을 듣고 중지를 모았으면 합니다.
출처: 유용원의 군사세계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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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용원의 군사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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