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월 12일 서울 혜원여고 특설링 열혈복서 황용익의 첫 6R 랭킹전

권투의 본질은 싸움이다.

하지만 싸움과는 다른 것들 중 하나는 바로 \'준비\'와 \'시작\'이 있다는 것이다.

싸움은 대게 (물론 아닌 경우도 있다) 우발적으로 일어난다.

그렇지만 권투에서는 스파링을 하든 경기를 하든 우발적인 시작은 있을 수 없다.

두 사람의 의사를 확인하고 OK한 뒤에 \'준비\'를 거쳐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싸움보다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누군가는 룰이 정해져 있는 링이 어떻게 룰 없는 싸움보다 용기가 필요하냐고 의문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싸움에 있어서, 다른 사람과 싸울 것을 예견하고 \'준비\'하는 과정은 두려움 그 자체다.

실제 위험도가 높다 해도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싸움은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적은 투지가 필요하게 된다.

링 위에서 나와 싸울 상대를 바라보며 종이 울리기를 기다리는 심정은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른다.

속칭 \'맞짱\' 이라는 싸움을 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상대에게 주먹을 꽃게 되는 것이 두렵다.

맞는 건, 참으면 된다.

그렇지만 눈 앞에 선 상대에게는 (원한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아무런 감정도 없는데.

내 공격으로 인해 (안그래도 많은) 또 하나의 적을 만들어 버릴까봐, 나는 정말로 정말로 두렵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기에.

내가 싸우는 곳에서 쾌감을 느끼고 상대를 눕히며 만족을 느끼는 사나이라는 걸 인정하기에.

난 다시 링 위에 오르기 위해 용기를 낸다.

그러니 당신.

승패를 떠나 용감하게 링 위로 오를 수 있는 이 시대의 얼마 남지 않은 위대한 투사여.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갖고 싸워라.

온 세상이 당신을 이해 못하더라도 스스로의 투지에 긍지를 느껴라.

- 2008년 5월 19일, 성년의 날을 맞이한 열혈복서 황용익이 이 세상에 모든 파이터에게 올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