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인해 에코주행, 홀짝수제 등 다양한 에너지 절약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국내 메이커들이 너도나도 주장하는 에코주행은 급가속 급제동 등을 지양하고 느긋한 속도로 꾸준히 주행하는 효율적인 연비주행을 말한다. 하지만 에코주행은 운전자에 따라서 지루한 주행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차를 이동수단으로 여기는 운전자에게는 상관없지만 차를 좋아하고 운전을 즐기는(위험한 난폭 운전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이들에게는 고역이나 다름없다.

국내에서 유독 찬밥인 수동미션
수동미션은 운전의 재미와 효율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기어방식으로 기어변속을 위해서는 클러치를 밟고 운전자가 직접 기어노브를 조작해야 한다. 반면에 자동미션은 오른발로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만 조작하면 되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 심지어 국내에선 ‘돈 없는 사람이 타는 것이 수동’이라는 인식도 있다. 때문에 주위에서 수동모델을 산다면 펄쩍 뛰는 이들이 많다. 사실 한국자동차 시장을 본다면 이해가 갈만하다. 한국에서 수동모델은 나중에 중고로 팔 때 팔리지도 않으며 제값을 받기가 어렵다. 또한 정체가 많은 도심에서 수동모델을 몰기란 자동모델에 비해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메이커 측도 이런 시장 수요를 생각해 수동모델 적용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수동미션은 사라져야할 퇴물일까? 답은 ‘아니오’다. 수동미션은 나름대로 수많은 장점이 있다. 한국에선 자동 대비 수동모델의 비율이 보통 1% 남짓이지만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훨씬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 문화가 발전된 유럽에서 수동모델은 자동모델보다 곱절이나 많다.

연비, 성능 매력만점인 수동미션
앞서 말했듯이 차를 단순한 이동수단으로 생각하고 운전을 노동으로 생각하는 이들은 자동미션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하지만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운전에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면 선택은 단연 수동미션이다.

포르쉐의 PDK나 폭스바겐의 DSG는 수동을 기반 한 자동미션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고가의 미션이 아닌 이상 자동미션의 출력손실은 수동미션보다 크다. 또한 자동미션은 운전자가 원하는 기어조작을 하기 어렵다. 국산차의 경우 수동모드를 지원하는 모델도 있지만 반응이 느리고 저절로 기어를 변속하는 경우가 많아 완전한 조작이 힘들다.

국내외 모터스포츠에서는 아직 수동미션이 대세를 이루고 있으며 실제로 수동미션은 빠른 주행을 위해서 다양한 기술을 연마할 수 있다. 더블클러치, 힐앤토 등은 변속 시 출력손실을 최소화 시켜주는 주행법이다. 서킷이나 고갯길을 달리는 경우라면 수동미션이 주는 재미는 자동미션과의 비교를 거부한다.

수동 미션을 애용하는 운전자들은 국산 자동변속기의 반응이 너무 느리다는 의견을 보였다. 또한 구조가 단순해 고장위험이 적고 엔진의 성능을 남김없이 즐기며 드라이빙 테크닉을 배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라고 전했다.

수동미션의 또 다른 장점은 효율성과 친환경성이다. 아래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국산차중 자동과 수동미션의 연비나 CO2배출량을 비교하면 모든 면에서 수동모델이 앞서고 있다. 특히 디젤 승용차 같은 경우는 수동과 자동미션의 연비차가 5km/l까지 나는 경우도 있다.


르노삼성의 QM5는 아예 수동모델을 4WD스포츠로 분류해 판매하고 있다. 일반 4WD(150ps, 32.6kg·m)에 비해 출력(173ps)과 토크(36.7kg·m)가 높다. 연비는 14.4km/l로 자동모델(12.2km/l)보다 높다. 힘과 연비 등 다양한 장점이 있는 수동모델이지만 판매량은 저조하다.

수동미션이 주는 장점은 많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불편하다는 점이다. 그러한 불편을 재미로 생각하는 운전자들은 수동모델을 선택하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수동·자동미션을 좋고 나쁨 혹은 옛날방식, 요즘방식 으로 나누는 것은 옳지 않다. 각자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과 용도에 맞는 방식을 고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