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의 소실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600년을 이어온 민족의 얼과 정기를 한순간에 잃고 말았다.
실로 비분강개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비통에 잠겨있을 수만은 없다.
우리 세대가 저지른 잘못을 선대와 후대에 머리 숙여 사죄하고 이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위정자를 비롯한 온국민의 뼈를 깍는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한다.
불에 탄 부재들은 일정한 장소를 기념관으로 정해 보관, 전시함으로써 우리 세대의 과오를
재발방지의 반면교사로 삼아 길이 기억해야 할 일이다.
복원은 신중하고 진중하게 하되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일제에 의해 침탈된
숭례문 본연의 장중함과 기상을 되살려 내야 한다.
문화재청이 제시한 복원도(하단 사진 1)를 보면 좌측 성벽이 우측 성벽보다 현격히 짧아
기형적 형태를 보이는 바, 도로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적극 재고되어야 옳다.
기존의 도로를 유지하되 성벽의 원형을 비교적 잘 살려낸 예는 최근 복원된 장안문 북문
(하단 사진 2)에서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