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한 달]"내가 현장에 있었더라면…"고요한 골목 지키는 사람들

파이낸셜뉴스

2022.11.30 16:18:45

조회 84 추천 0 댓글 0

28일 오후 6시께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놓인 추모물품들이 예고된 비 소식에 대비해 비닐로 덮여있다. /사진= 주원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자원봉사자 60대 강모씨는 이태원 참사 이후 한 달째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지키고 있다. 당초 강씨는 지난 3일 해외로 출국해야 했으나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봉사에만 전념하고 있다. 그는 "현장에 있었다면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안쓰러운 마음에 시작했다"며 "마음이 이끄는 데까지 조용히 봉사하고 싶다"고 했다. 11월 28일 오후 6시께에는 예고된 비소식에 추모공간에 놓인 꽃 등 추모물품을 지키는 일을 했다. 빗줄기가 굵어지는데도 강씨는 우산도 쓰지 않은 채 "꽃들이 비를 맞으면 상한다"고 이야기하며 비닐에 덮이지 않은 국화꽃을 챙겼다.

#참사 한 달이 지났지만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는 여전히 적막이 흘렀다. 역 중심으로 퇴근하는 직장인들은 분주했으나 바로 뒤편 참사가 일어난 골목 위 세계음식문화거리에는 인적이 뜸했다. 아직 반이 넘는 가게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몇몇 주점들은 노래를 튼 채 영업을 시작했으나 손님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부분 자영업자들은 말을 아꼈다. 한 상인은 "인터넷 댓글이 무섭다"고 토로했다. 사고 원인으로 상인들을 탓하는 댓글이 상처로 남은 것이다. 그는 "이제야 코로나19가 끝났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전 국민에게 충격을 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상처는 아직도 치유되지 않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에 현장을 돕기 위해 이태원을 찾았던 자원봉사자들은 아직 할 일이 남았다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태원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자영업자들도 그날이 남긴 상처에 또 다른 상처가 더해지면서 힘들어하고 있었다. 참사 한 달이 된 11월 28일 저녁 기자가 찾은 이태원의 모습이었다.

이태원에서 계속해서 삶을 살아야 하는 상인들은 심적·물적 고통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인근의 주점 직원 A씨(32)는 "당시 일했던 모든 직원들이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그만둔 상태"라며 "매출은 70~80% 떨어졌고 임대료 때문에 가게를 닫을 수도 없다"고 전했다.

11월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태원 1·2동의 매출은 각각 61.7%, 20.3% 줄었고 유동인구는 각각 30.5%, 0.6% 줄었다.

날이 더 어두워지자 사고가 일어났던 골목을 홀로 환하게 비추고 있는 옷가게 하나가 눈에 띄었다. 가게 주인은 지난 2일 "애들 밥 한 끼라도 먹여야한다"며 골목에 제사상을 차려 화제가 된 남인석씨(80)였다. 아직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는 남씨는 매일 오전 9시 30분께 가게에 나와 밤 12시까지 조명을 켜놓는다고 한다. 남씨는 "골목이 너무 어두워 나라도 나와서 불을 밝혀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고 언급했다.

남씨 역시 생업이 녹록지 않다. 참사 이후 폴리스 라인이 쳐지며 가게는 15일 동안 문을 닫았고, 이후로도 매출은 0원인데 임대료는 매달 500만원을 내고 있다.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튼호텔 가벽에 추모의 뜻이 적힌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사진= 주원규 기자

사고가 커지게 된 원인으로 의심되는 해밀튼호텔의 가벽에는 추모 글을 담은 메모가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한글은 물론 다양한 나라의 언어로 "사랑한다 아들아", "명복을 빕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가벽 앞에서 천천히 포스트잇에 적힌 문구들을 읽던 대학생 장모씨(23)는 "TV로만 사고 현장을 보다가, 직접 현장에 한번 오고 싶었다"며 "또래 친구들이 이렇게 죽었다는 게 믿기지 않고 명복을 빌 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한참을 서성이다 가벽 앞을 떠났다.

한편 정부와 지자체는 침체한 이태원 상권을 돕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8일 용산구 지역 소상공인에게 최대 7000만원의 대출과 2억원의 보증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특별지원방안을 심의하고 확정했다. 서울시도 지난 24일 이태원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이태원 상권 회복자금' 100억원을 조성하고 업체당 최대 3000만원을 빌려주기로 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75세에 득남' 김용건, 의미심장 고백 "지금도 여자들이랑.."▶ 자택서 발견된 모녀 시신, 부검 해보니 사인은..소름 ▶ 여친 집에서 자다가 마주한 낯선남자, 여친한테 물었더니.. 반전 ▶ "178㎝ 썸녀 이마에 뽀뽀하려다가.." 유명 개그맨의 굴욕 ▶ 하희라 표정 굳게 한 최수종 한마디 "결혼 29년간 한번도.."

고정닉 0

원본 첨부파일 2본문 이미지 다운로드

전체 댓글 0개

등록순

본문 보기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운영원칙 및 관련 법률에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Shift+Enter 키를 동시에 누르면 줄바꿈이 됩니다.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주위 눈치 안 보고(어쩌면 눈치 없이) MZ식 '직설 화법' 날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9	-	-
10806	'윗선' 향하는 채상병 수사…변수로 떠오른 ’특검’ [법조 인사이트] [1]	파이낸셜뉴스	14:36	656	1
10805	'입주 중단 사태' 개포자이...法 "준공 인가 적법"	파이낸셜뉴스	14:31	17	0
10804	공수처, '채상병 수사외압'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15시간 마라톤 조	파이낸셜뉴스	13:18	17	0
10803	친구가 준 간식이 마약이라고? 성분표를 반드시 확인해야[김동규의 마약	파이낸셜뉴스	13:16	15	0
10802	우회전 일시정지 도입 1년, "여전히 헷갈려... 우회전 신호등 더	파이낸셜뉴스	13:10	14	0
10801	"기존 정보 조합해도, 알려진 정보 아니면 영업비밀" 대법	파이낸셜뉴스	13:03	13	0
10800	'신림동 흉기난동' 조선 2심 선고·'재벌 사칭' 전청조 항소심 시작	파이낸셜뉴스	10:57	16	0
10799	벌써 600만 범죄도시4, '이 사건'이 모티브였다[사건 인사이드] [18]	파이낸셜뉴스	05.04	7122	4
10798	나쁜 아빠들, 나쁜 엄마들로부터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받으려면 [부장판	파이낸셜뉴스	05.04	71	0
10797	민원 전담팀 만든다지만…'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24]	파이낸셜뉴스	05.04	6062	2
10796	검찰총장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전담팀 구성” 지시 [1]	파이낸셜뉴스	05.03	98	0
10795	'의사 면허정지'前의협 측..."집행정지 안 하면 국민건강 악영향"	파이낸셜뉴스	05.03	94	0
10794	"600억 성과급 달라" 임지훈 전 카카오 대표, 2심 본격화…김범수	파이낸셜뉴스	05.03	88	0
10793	'뒷돈 혐의' KIA 장정석·김종국 "가을야구 사기진작 차원…부정 청	파이낸셜뉴스	05.03	75	0
10792	경찰청 소속 경찰, 음주운전 후 주차장 기둥 들이받아	파이낸셜뉴스	05.03	57	0
10791	서대문구청 40대 공무원, 여대생 뺨 때린 혐의로 조사 [67]	파이낸셜뉴스	05.03	7252	25
10790	카카오 준신위, 부장판사 출신 허경호 로백스 대표변호사 영입	파이낸셜뉴스	05.03	66	0
10789	서울 주택서 10대 여성·20대 남성 숨진 채 발견	파이낸셜뉴스	05.03	188	0
10788	사우나 옷장에 비밀통로…강남 성매매 업소 적발	파이낸셜뉴스	05.03	115	0
10787	檢, '대포통장 1만4000개 보이스피싱 조직에 공급' 총책 구속 기	파이낸셜뉴스	05.03	70	0
10786	"예비후보자 공약집 무상 배포도 불법 기부" 대법	파이낸셜뉴스	05.03	69	0
10785	검찰, 국회사무처 압수수색...윤관석 '입법로비 뇌물 의혹'	파이낸셜뉴스	05.03	65	0
10784	류옥하다 사직전공의 "현장 목소리 들어달라"	파이낸셜뉴스	05.03	76	0
10783	의대생들, 대학총장 상대 가처분 기각에 항고…오늘 재판은 불출석	파이낸셜뉴스	05.03	70	0
10782	'주가조작 사태' 영풍제지 실소유주 구속	파이낸셜뉴스	05.03	63	0
10781	배현진, 온라인에 수사상황 공개한 경찰 고발 [1]	파이낸셜뉴스	05.03	153	0
10780	청소년 도박 2.3배 증가…경찰, 5월부터 종합대응 시행 [4]	파이낸셜뉴스	05.03	464	2
10779	부부 싸움하다 둔기로 아내 살해한 70대 구속	파이낸셜뉴스	05.02	91	0
10778	'21억원 빼돌린 혐의' 노소영 비서 구속기소	파이낸셜뉴스	05.02	118	0
10777	전동휠체어 탄 80대 노인의 현금 빼앗아 달아난 50대 남성	파이낸셜뉴스	05.02	101	0
10776	이원석 검찰총장 "법정 밖에서 터무니없는 거짓말"..'술판 회유 의혹	파이낸셜뉴스	05.02	78	0
10775	'4대강위원회 부당 개입'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송치 [3]	파이낸셜뉴스	05.02	143	2
10774	화우, HD현대인프라코어 'K2전차 엔진개발비 소송' 승소 이끌어[로	파이낸셜뉴스	05.02	77	0
10773	법무법인 광장, 첫 신탁수익증권 발행 금융서비스 자문[로펌소식]	파이낸셜뉴스	05.02	112	0
10772	'이태원 특별법' 국회 통과에 유가족, "진실 향한 걸음 이제 시작" [1]	파이낸셜뉴스	05.02	126	0
10771	로앤컴퍼니, 법률사무소 머스트노우와 맞손...'AI로 업무 경쟁력 향	파이낸셜뉴스	05.02	74	0
10770	은평구 군부대 공사장서 60대 사망…한원건설 재판행	파이낸셜뉴스	05.02	81	0
10769	檢, '학교폭력' 야구선수 이영하에 징역 2년 구형 [3]	파이낸셜뉴스	05.02	129	1
10768	"검수완박으로 국민에 불편, 검찰 악마화로 신뢰 저하"...박성재 법	파이낸셜뉴스	05.02	70	0
10767	방치된 조현병 환자·홀로 남겨진 미성년 자녀 도와준 검사, '인권보호	파이낸셜뉴스	05.02	75	0
10766	"허위 의혹으로 공천 탈락" vs "특정 안 해"... '라임 환매	파이낸셜뉴스	05.02	64	0
10765	'의대 증원' 법원 판단 뒤집힐까…핵심 쟁점은	파이낸셜뉴스	05.02	81	0
10764	5만원권 위조해 시장에서 귤·쪽파 구매한 예비부부, 집행유예 [51]	파이낸셜뉴스	05.02	7263	1
10763	골수검사 도중 숨진 영아 사인을 '병사'로 쓴 의사, 허위진단서 '무 [1]	파이낸셜뉴스	05.02	136	0
10762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 신영대 의원 압수수색 [1]	파이낸셜뉴스	05.02	115	0
10761	노래방서 지인에게 흉기 휘두른 50대 검거	파이낸셜뉴스	05.02	76	0
10760	"황교안 공천 대가로 50억 받았다"...전광훈 검찰 송치	파이낸셜뉴스	05.02	109	1
10759	"사장님, 실적 보고드립니다" 기업형 조직 꾸려 대규모 전세사기…11	파이낸셜뉴스	05.02	76	0
10758	경찰, 2개월간 우회전 일시정지 추가 집중 계도	파이낸셜뉴스	05.02	81	0
10757	'군 댓글 공작' 김관진 재수사 압력 의혹…최용선 전 행정관 송치	파이낸셜뉴스	05.02	75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