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카(견인차)는 교통사고가 났을 때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간다. 이러한 렉카의 신속함과 닮았다는 이유로, 사회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관련된 자료를 빠르게 만드는 이들을 ‘사이버렉카’라고 부른다. 차이점은 한쪽은 문제 해결 절차에 속해 있다면, 다른 쪽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이버렉카는 언론의 기사 내용을 짜깁기해 영상을 만들고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사실처럼 전달한다. 더 많은 조회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내용은 자극적으로 편집된다. 영상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 거쳐 빠르게 전파되고 내용은 마치 진실처럼 굳혀진다.
문제는 사이버렉카에 대응하는 것이 오히려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는 점이다. 연예인이나 공인이 사이버렉카 영상에 해명을 하면, 사이버렉카는 그들의 반응을 콘텐츠로 만든다. 문제를 또다시 키우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대응을 포기하게 된다. 지난 주말 프로 배구선수 김인혁 씨(27)와 1인 방송 진행자 BJ잼미(27)의 사망소식이 전해지면서, 사이버렉카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됐다. 사이버렉카가 두 사람과 관련된 내용을 영상으로 만들었기 때문. 두 사람은 평소에도 악플과 루머에 시달렸다고 전해진다.
처벌 수위 낮아 실효성 떨어져.. ”다만, 같은 혐의 중첩되면 상황 달라져”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 따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에서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할 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비방의 목적으로 ‘거짓’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시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출처=셔터스톡
다만, 사이버렉카가 첫 고소부터 징역을 선고받을 가능성은 높진 않다고 한다.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고 평균 벌금액도 크지 않다. 섬네일과 제목은 자극적으로 만들면서 사실 보도를 교묘하게 짜깁기하는 경우엔 처벌이 어렵기 때문이다. 처벌이 약한 벌금으로 끝나는 일이 많아서, 이들은 처벌을 받은 후에도 새로운 채널을 개설해 계속 활동한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가능하면 고소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같은 혐의가 중첩되면 징역형 선고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튜브와 같은 인터넷 정보통신 콘텐츠는 법원에 영상물 게재금지 가처분을 신청해서, 영상 게재를 막을 수도 있다. 인터넷 특성상 영상이 게재되면 빠르게 전파된다. 영상이 더 퍼지기 전에 이를 막는 것이다. 사실인정엔 원칙적으로 증명(법관이 확신을 얻게 하는 증명행위)을 요하나, 가압류와 가처분은 소명으로도 충분하다. 소명은 증명에 비해 한 단계 낮은 개연성을 요구한다. 대개 그럴 것이란 추측 정도의 심증을 얻게 하는 입증행위이기 때문에 입증 부담이 덜하다. 동영상이 침해한 명예권과 인격권, 영상 전파에 따른 손해와 위험 등을 소명하면 된다. 법원이 가처분 결정을 내렸음에도 이러한 의무를 위반할 경우, 시간마다 돈을 지급하도록 간접강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유튜브 자율규제 신뢰할 수 있나?
유튜브는 현행법상 방송으로 분류되지 않아 방송법으로 규제를 받지 않는다. 방송통신 심의위원회가 심의를 해 삭제, 접속차단 등의 시정요구만 할 수 있다. 방송통신 심의위원회 관계자는 “국내 사이트는 삭제를 하도록 의무화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해외사업자는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아 심의 내용을 보내고, 자율적인 차원에서 삭제를 하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정요구를 받더라도 유튜브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알아서 해결할 부분인 셈이다. 또한, 영상도 삭제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이용자가 해당 영상을 보지 못하도록 하는 금지 조치다. 시정요구를 위한 심의절차는 명예훼손 판결이 전제될 필요가 없다고 한다.
2월 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김언경 뭉클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언론인이 만든 ‘통합형 자율규제기구’ 설립에 동참을 하든,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KISO에서 함께 국내 자율규제 시스템의 활성화 노력을 기울이든, 구글 코리아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ISO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참여하고 있는 자율정책기구이다. KISO 정책규정을 통해 게시물, 댓글, 검색어 등에 대한 내용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정부 규제에 비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김 소장은 “문제 콘텐츠의 판별을 어떤 주체가 어떤 기준으로 어느 기간에 할 것인지, 이들 콘텐츠의 광고 수익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 등에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고 그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이에 대한 연구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 보호처리가 된 데이터를 연구용으로 공개하거나, 백서를 정기적으로 발간해 이용자와 유튜버가 진행 상황을 알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출처=구글코리아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사용자들이 신고한 콘텐츠를 담당 팀이 리뷰해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 판단된 콘텐츠를 삭제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을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사용자 계정은 해지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콘텐츠는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고 했다.
구글코리아의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은 스팸 및 현혹 행위(허위참여, 명의도용, 외부링크), 민감한 콘텐츠(아동보호, 섬네일, 과도한 노출 및 성적인 콘텐츠 등), 폭력적이거나 위험한 콘텐츠, 규제상품(총기류 등), 잘못된 정보(잘못된 선거정보, 코로나19 관련 잘못된 의료 정보) 등과 관련돼 허용되는 콘텐츠를 밝히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특정 콘텐츠가 불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유튜브는 2021년 3분기에 620만 개 이상의 동영상을 삭제했으며, 그중 95% 이상이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탐지돼 신고됐다. 같은 기간에 한국에선 5만 5702개의 영상이 삭제됐다. 이어, 유튜브는 14세 미만 아동 콘텐츠의 댓글과 타깃 광고 폐지하고, 가이드라인 위반 가능성이 있는 콘텐츠에 ‘노란딱지’를 붙여 광고 수익을 제한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어 콘텐츠 심의 내역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유튜브는 국가별로 전체 콘텐츠 삭제 수만 공개한다. 국가별 심의 인력 수도 알 수 없다. 언론인권센터는 논평을 통해 “유튜브는 비영어권 콘텐츠의 유해성 심의 문제로 인해 꾸준히 지적 받았다. 이용자의 신고 후 진행되는 내부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알릴 필요가 있다. 이용자의 신고가 콘텐츠와 채널 삭제로 이어지는 것인지, 삭제되지 않는다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타당한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희사이버대 심영섭 겸임교수는 “(권리침해 구제를 위해서)방통위 심의위원회가 운영하는 명예훼손 분쟁 조정부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유튜브를 통해 사이버렉카와 같은 혐오 및 차별, 성착취 범죄가 발생한다면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명예훼손분쟁조정부를 확대 개편한 위원회)에서 신속하게 ASP, ISP사업자에 해당 콘텐츠에 대한 자체처리를 통보하고, 이행되지 않았을 때 사안의 경중을 따져서 '임시조치'를 명령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후 분쟁당사자를 불러서 정보통신망법에 따라서 분쟁조정을 시도하고,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직권중재나 직권조정을 하도록 권한을 부여하자는 이야기다”고 말했다. 현재는 명예훼손 분쟁조정부가 실질적인 조정 권한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SNS 플랫폼의 혐오표현을 제재하려면 ‘독일의 네트워크집행법(Netzwerkdurchgesetz)’처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법은 SNS 사업자가 플랫폼의 게시글이 신고를 받으면 위법 여부가 확실할 때 24시간 내에 해당 글을 삭제하도록 한다.
한국외대의 김민정 교수가 쓴 ‘소셜미디어 플랫폼상의 혐오표현 규제’ 논문은 “우리나라 정보통신망법은 불법정보와 인격권 침해 정보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게 일정의 역할을 행하도록 강제하는 조항을 보유한다. 방통심의위의 심의를 거쳐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또는 게시판 관리 운영자에게 해당 정보의 처리를 거부 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정보통신망법이 규정하는 9가지 유형의 불법정보에는 혐오표현이 포함돼 있지 않다.
논문은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은 온라인 혐오표현을 규제하는데 사용될 수 있는 규정들을 포함하고, 방통심의위는 해당 규정을 적용하여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에게 온라인 혐오표현에 대한 시정요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혐오표현 관련 시정 요구비율은 2014년의 경우 0.2%에 불과했고, 2016년과 2017년에도 전체 건수의 1.0%와 1.26% 였다.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상 ‘불건전정보’의 유형 중의 하나로 온라인 혐오표현을 규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혐오표현을 규제하는 법률을 마련할 때, 혐오표현을 불법정보 혹은 인격권침해 정보로 규정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 혐오표현 규제에서 정부 규제가 담당할 부분을 획정할 수 있다.
다만, 이는 국가가 혐오표현을 규제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우선이다. 혐오표현을 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우려를 낳는다. 자율규제를 강화하는 방식도 고려해봄 직하다. 김 교수는 논문에서 “(KISO 등과 같은) 자율규제에 정부와 이용자가 규제의 주체로 참여한다면 자율규제에 따른 단점을 상쇄시킬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사업자들에게 자율규제가 확대되도록 국가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자율규제 집행 현황과 방식을 점검하는 등 자율규제가 공적 책임을 지게끔 하는 것이다. 또한, 시민사회단체 전문가와 협력하여 혐오표현을 등급별로 구분하여 고지하거나, 시민사회단체가 신뢰받는 신고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등의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사이버렉카를 막기 위해선, 이용자가 정보를 올바르게 소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이버렉카는 사람들의 욕구를 건드리며 조회수를 올리고 광고료를 받는다. 사이버렉카가 흥할 수밖에 없는 인터넷 문화를 성찰하고, 사이버렉카에 대한 소비를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를 통해서 뉴스를 접하지만, 이들이 정말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제공자인지 고민해야 한다. 또한, 뉴스 이용자들이 뉴스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미디어를 능동적으로 활용해 공부할 수 있도록 미디어리터러시 교육도 사회적으로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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