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간 형평성을 얘기하지만, 오히려 갈등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사회보험이나 조세는 다 경제적 능력에 따라 부담하는 게 원칙인데, 그런 원칙에도 어긋난다."
"청년 세대의 표를 의식한 립서비스, 세대 간 편 가르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세대를 나누는 기준이 없고 새로 정하기도 어려워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불필요한 세대 갈라치기를 부추기고 있다"
"연령대별 차등 적용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예컨대 제도 시행 시점에 1개월 내지 1일 차이로 연령대가 다른 경우 엄청난 부담의 차이를 가입자들이 수용해줄 수 있겠나. 특히 50대 이상에게 즉시 최종 인상 보험료율을 적용할 경우 기업들이 과연 이들을 계속 고용할지 모르겠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4일 공개한 국민연금 개혁안에서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되, 세대 간 인상 속도를 달리 적용해 나이 든 세대일수록 빨리 올리도록 하겠다고 하자 나온 비판 여론이다.
물론 좋게 보는 의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전문가는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 세대의 불신을 해소해서 수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상대적으로 열악한 경제 여건 아래에 있는 청년 세대의 특수성을 반영한 독특한 해법"이라고 긍정적 입장을 보인다.
그렇지만 찬반 의견을 떠나서 이런 목소리들에는 공통으로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어려운"이라는 표현이다.
일부 언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공적연금 보험료를 올리면서 세대별로 인상 속도를 다르게 적용한 국가는 없다. 제도 도입 시 한국이 첫 번째 나라가 된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예 선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7일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의원실(조국혁신당)에 제출한 '주요 국가 중 국민연금 세대별 차등 부과 도입 현황' 자료를 보면, 세대별 보험료를 차등해서 부과한 연금 선진국 사례로 핀란드를 꼽았다.
국민연금 개혁쟁점 세대별 보험료 차등인상…다른나라는 어떻게?[연합뉴스]
핀란드의 공적연금은 크게 소득비례연금(earnings-related pension)과 국민연금(national pension)으로 나뉜다. 핀란드의 국민연금은 모든 핀란드 거주자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로, 우리나라의 기초연금에 해당한다. 16세 이후 핀란드에 최소 3년 이상 거주한 65세 이상 노인과 노동시장 참여가 불가능한 만 16세 이상 장애인을 대상으로 지급된다.
소득비례연금은 한국의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노동 기간과 연금 기여분(보험료)에 비례해 급여액이 정해진다. 강제가입을 원칙으로 하는 사회보험방식으로 운영되기에 근로소득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가입해야 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 연구위원에 따르면 1991년 심각한 경기 위기에 빠졌던 핀란드는 재정적 지속가능성, 급여 적정성, 세대 간 형평성을 보장하고자 수십 년에 걸쳐 여러 차례 연금제도를 개편했다.
이를 통해 당시 이원화돼 있던 국민연금(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는 균등 부분과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에서 균등 부분은 폐지하고,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부분만 운영한다.
이에 따라 1990년대 초까지 65세 이상 노인 93%에게 전액 지급하던 국민연금(한국의 기초연금)을 10년 뒤인 2000년대 초에는 45% 미만 노인에만 준다. 국민연금 전액을 받는 노인도 전체 노인의 8%에도 못 미친다. 대다수 국민연금 수급자는 소득비례연금액에 따라 국민연금액 일부만을 받는다. 즉, 소득비례연금이 일정 금액 이상이면 국민연금은 지급되지 않는다.
국민연금을 유지하지만, 저소득층 노인 위주로 선택과 집중해 운영하는 셈이다.
취약 노인에게는 2011년 도입한 최저보장연금(guarantee pensions)을 통해 국민연금과 소득비례연금을 합한 금액이 일정 수준 이하이면 최저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연금을 국가가 보충해서 지급해준다.
2005년에는 고령화와 기대수명이 늘어난 현실에 맞게 자동조정장치인 기대여명계수를 도입해 매년 소득비례연금 액수산정에 적용하고 있다.
자동조정장치란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 상황 등과 연동해 연금액 등을 조정하는 장치다.
예를 들어 기대 수명이 늘어나거나 연금의 부채가 자산보다 커질 경우, 출산율이 감소하거나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 경우 재정 안정을 위해 보험료율(내는 돈)을 올리거나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낮추는 방식이다.
2017년에는 은퇴해서 소득비례연금을 받을 수 있는 퇴직연령을 기존 63세에서 2027년 이후 65세로 높이고, 연금 가입 나이를 18세에서 17세로 낮추면서 연금급여액 산정에 필요한 연금지급률(소득대체율 나누기 가입기간)을 모든 연령에 연 1.5%(40년 가입 기준 소득대체율 60%)로 고정했다.
개혁 전인 2016년까지 연금지급률은 18∼52세 1.5%, 53∼62세 1.9%, 63∼67세 4.5% 등으로 연령대별로 달랐다.
핀란드는 다만 기존 가입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2017년 연금개혁 이후에도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전환기 동안 53∼62세 가입자에게는 1.7%의 연금적립률을 한시적으로 보장했다.
대신 이렇게 높은 연금지급률을 적용받는 53∼62세 연령대에는 다른 연령대보다 본인 부담 보험료율로 1.5%포인트 더 많이 부담하도록 했다.
즉, 비록 일시적이긴 하지만 연령대별로 보험료율을 차등 인상한 셈이다.
핀란드 민간 산업부문의 직역별 소득비례연금 보험료율은 2022년 기준 24.85%(정부 지원 포함하면 28% 이상)로, 퇴직(연)금이 없는 대신 고용주가 보험료의 3분의 2를 부담한다.
연령대별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본인 기여율은 2025년까지 한시적으로 53∼62세는 8.65%로, 다른 연령대(53세 미만 및 63세 이상) 7.15%보다 1.5%포인트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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