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등산을 하다보면 산만큼이나 유명한 길이 있습니다. 따로 이름이 붙어 있는 길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깊은 역사가 있는 경우도 있고, 근처에 명소가 있어서 그런 경우도 있죠. 길 자체가 아름답거나 길 자체에 독특한 그 무엇이 있어 그런 인기나 명성을 끌기도 하죠. 그리고 그런 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오대산 선재길입니다. 참고로 선재업고 튀어랑은 1도 상관도 없습니다.
선재길은 오대산 국립공원을 대표하는 큰 두 개의 사찰 월정사와 상원사를 연결하는 약 10km쯤 되는 길입니다. 거의 평지로 되어 있고 하천을 따라 다리를 몇 번 건너며 오대산은 물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찰인 월정사와 상원사, 그리고 다양한 역사의 이야기를 담은 이런 저런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특히 이 길은 가을이면 단풍으로도 유명한데 저는 항상 12월에만 가는 듯 합니다. 지난번에는 상원사에서 월정사까지 그러니까 상류에서 하류로 걸었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아래쪽에 있는 월정사에서 위쪽에 있는 상원사를 향해 걸었습니다.
오대산 선재길
길 자체는 운동화로도 충분할 할정도로 편한 길입니다. 대부분 편한 숲길이고, 위험하다 싶은 곳은 데크길이나 다리가 놓여 있습니다. 선재길이 선재길인 것은 단지 길의 아름다움이나 걷기의 즐거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두 사찰을 연결하는 단순한 길이 아니라, 수백년 동안 그 길을 걸었던 승려분들의 이야기, 화전민들의 이야기, 일제시대 강압에 의해 오대산 깊은 숲의 나무를 배어야만 했던 분들의 숨결, 그리고 전란의 깊은 상처를 품은 조선왕조실록의 기적같은 이야기가 모두 녹아 있기에 수백년 수많은 이들이 걸으며 다져진 이길은 그렇게 긴 생명력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 춥기도 했고, 오대산이 산방기간으로 정상을 오르지 못해서인지 길을 걸으며 10여분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선재길은 그렇게 항상 조용하고 고즈넉한 길입니다. 느린 걸음으로 걸어도 한 3시간이면 걷는 이길을 걷다보면 그래서 뭔가 작은 깨달음이 생기는 길입니다.
선재길의 겨울
조용산 선재길
참고로 걷다보면 만나는 저 석등은 스피커 & 조명입니다.
선재길
월정사
월정사는 올 떄마다 뭔가를 공사하는 것 같습니다. 템플스테이로도 유명하고 국보도 품고 있는 큰 절입니다.
선재길의 겨울
이런 숲길을 걷는 길입니다. 옆쪽으로 차도도 있네요. 참고로 차로는 15분 정도 걸립니다.
1길
이런식으로 1,2,3,4,5까지 안내가 있습니다. 보통 관광객들은 이 정도 걷고는 다시 돌아가돈 합니다.
전망대
선재길
보매기
다
영하 8도 정도라 상당히 춥습니다. 물론 걷다보면 슬슬 더워집니다. 이 부근에 회사거리라는 독특한 이름이 있습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구간입니다. 바로 우리가 일하는 그 회사인데, 조선총독부 목재회사가 있던 곳이라 붙여진 이름입니다. 목재레일도 일부 선재길에 남아 있고, 일제강점기에 벌목에 동원된 화전민 300여 명이 살던 터도 남아 있습니다.
선재길
선재길
조선사고길
섭다리
오대산 사고가 있던 부근을 지납니다. 사고는 좀 멀어서 가보지는 못했어요. 오대산사고는 선조 39년 그러니까 1606년에 만들어진 시설입니다. 조선왕조실록은 오대산을 비롯해 태백산, 마니산 그리고 묘향산 등 전국의 명산 네 곳에 사고가 있었습니다.
조선총독부에서 오대산사고 서책을 강제로 압수했고, 이를 일본으로 반출해 동경제국대학 도서관에 보관하던 것을 2006년 환수해서 이곳이 아닌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오대산사고는 주춧돌만이 남았던 것을 1992년에 일부 복원하였다고 하네요.
거제수나무
이 부근에 쉼터가 있어 잠시 따뜻한 커피로 몸을 녹입니다.
선재길
화전민길
예전 화전민터입니다. 많을 때는 300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옛 오대산장
지금은 영업하지 않는 오대산장입니다.
출렁다리
생각보다 엄청 출렁거리는 출렁다리입니다.
왕의길
여기가 왕의 길인 것은 세조와 관계가 깊습니다. 세조가 피부병으로 고생한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이고, 그래서 이 깊은 오대산에도 왔나 봅니다. 그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데 그래서 왕의 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이제 거의 다 온 것입니다.
선재길 끝
이제 거의 다 걸었습니다.
상원사
실제 상원사는 여기서 300미터 정도 더 올라야 합니다. 마침 버스 시간이 많아 남지 않아 그냥 여기서 멈춥니다. 참고로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 정도 있습니다.
버스
카드도 되는데 요금이 1천원이네요.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고 합니다. 안전하게 버스로 와서 차를 회수하고 걷기를 마칩니다. 마음이 답답할 때 걸으면 참 좋은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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