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엑은 원칙적으론 엄연히 '개발 중인데 플레이도 가능은 해요' 단계고,

당연히 지금 현재의 완성도나 재미보다 개발을 우선해야하는데

얼엑을 여는 순간부터 유저들은 당장 재미있길 원하고, 당장의 밸런스가 맞길 원하고, 당장 내가 손해보고 싶지 않아함.

문제는 이 두가지가 정면충돌하는 경우가 많은 걸 넘어서 대부분의 경우 정면충돌 한다는 것.

개발된 건 없는데 이미 플레이어가 만족할 수 있을 정도의 보상을 제공하면, 추가 컨텐츠의 보상에 매력이 없어질 수 밖에 없고

그렇다고 아직 개발 완료도 안 된 게임을 계속 인플레이션 일으켜서 단물 다 빠진 온라인게임처럼 만들 수도 없음.

그렇다고 보상을 처음에 너무 제공하지않으면, 플레이어들이 즐기면서 이걸 플레이할 이유가 없고

결국 보상을 어느정도 제공하고, 그걸 너프한 다음 새로운 컨텐츠에서 대체 보상을 받는 식으로 계속 패치해야하고

전체적인 게임 시스템의 인플레 수준이나 보상 수준을 고려해서 다음 패치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대체재가 없는 보상요소라도 일단 너프가 선행될 수 밖에 없음

근데 플레이어 입장에선 그런 거 알 빠 아님

플레이어들이 무식하다는 게 아니라, 얼엑이고 지랄이고 돈 주고 사서, 특정한 보상을 기대하고 내 시간을 투자했잖아.

복돌이를 한 것도 아니고, 출시 전 게임의 유출판을 플레이한것도 아니고, 모드를 쓴 것도 아니고

'얼리억세스'라는 한 단어만으로 그게 무의미해질거라는 합의를 봤다고 납득하고 넘어갈 사람은 많지 않음.

특히 개발자들이 먼저 얼리억세스라는 제도를 무책임한 방식으로 남발한 작금의 상황에서는 더더욱.

거기에 휘둘려서 병신되는 게임도 많고, 얼엑중에 '당장 내 사정을 헤아려달라'라는 유저의 요구를 너무 들어주면 게임에 좋을 거 없는 건 팩트지.

원칙적으론 얼엑이니까 납득해야하는 게 맞고.

근데 유저들이 그걸로 납득하지 않는다면 결국 개발자들은 욕을 먹거나 거기에 휘둘리거나 할 수 밖에 없음.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훈장질 하자는 게 아니라, 그게 현실의 게이머들이고, 그게 내가 여기서 백날 똥글 싸도 바뀌지 않는 현실의 게임 시장임.

얼엑을 떄려칠 게 아니면 받아들여야 하는 게 맞는 거고,

개발자가 그걸 받아들이기 싫어서 훈장질 하면서 유저랑 기싸움 하면 진짜로 좆됨.

결국 이 모순을 그나마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밖에 없음.

평소 언행으로 유저에게 신뢰감을 주는 거. 지금 좀 좆 같아도 나중에 알아서 잘 해주겠지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거.

'니들 사정 다 알고있지만 지금 잠깐만 기다려봐. 내가 존나 대단한 게임을 만들어줄게' 이런 소리를 믿게 하는 거.

그걸 위해선 다소의 허세도 좋다고 생각함. 결국 허세와 뒷감당을 반복하더라도, 실망시키지만 않으면 되는 거니까.

참고로 나는 게임 개발자는 아니지만 개발자인데

당장 내 눈앞에 갑이 있고, 실무에서 운영 테스트 할 때도 개발중인 사양에 터치하면 개발중이라 그래요 하고 넘어감.

그게 안 되는 게 게임 개발 얼엑이고

'왜 얼엑을 하는가'를 모르는 게 아니니까 얼엑을 때려잡아야 할 악이라고 말하진 않겠지만

금전적인 사정만 없었다면, 역사상 게임업계에 가장 많은 해악을 가져온 시스템이 얼엑이라고 단언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