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 때 내 짝꿍인 여자애가 있었는데

우리집이 가난해서 학교 준비물 같은거도

못 챙겨간 날이 많았거든

그때마다 내 짝꿍이 자기꺼 나눠줘서

선생님한테 혼나진 않았는데

재료가 부족하니까 둘다 완성을 못 하잖아?

그땐 몰랐는데 지나고나니 너무 고맙더라고

그렇게 초딩시절에 나한테 유일하게

잘 대해준 여자애였는데 돈이 있어야

데이트를 하던 사귀던 할건데 없으니까

학교에서만 친구로 지나다 말았지

그렇게 초딩 졸업하고 중학교는 공학이 아니라

자연스레 헤어져서 잊고 살았다


나는 공부도 안해서 자연스레 공고로 진학했고

먹고 살려면 공부해야겠다 정신들어서

자격증 4개 따고 군대 대신 방위산업체서 일하고

복무기간 끝나고 대기업 생산직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참 더러운게 자기들 정규직이라고

힘든일은 비정규직 다 시키고 무시하고

돈은 배로 벌어가면서 임금 올려달라 파업하고

내가 일하는 라인에도 비정규직 어르신 계셨는데

궂은 일을 그 분이 다 하시는게 안쓰러워

내가 도와드렸는데 같이 일하는 선배가 뒤에서

욕 존나 하면서 갈구더라 자기들 일 힘들어진다고


회사생활이 나하고 너무 안맞는거 같아서

그만둘 생각으로 공장장님한테 말씀드렸더니

우리 선배 공장장 면담하고 비정규직 어르신

일 좀 편해져서 진심으로 고마워하시더라

자연스레 친해지면서 나이랑 어느 학교 나왔는지

그런 얘기를 하는데 알고보니 이 어르신이

나 초딩 때 짝꿍 아버지더라

어르신께서 나보고 사위 삼았으면 하셨는데

나는 방위산업체 다닐때 만난 여자친구랑

결혼한 상태라 거기까진 이어지지 못 했지


지금은 내가 다른 라인으로 유배가서

같이 일하진 않지만 지나가다 만날때마다

고마워하시는데 따님 잘 키우신 복이라 말씀드렸다

이 일로 나는 회사생활이 고달파지긴 했지만

후회는 안하고 오히려 보람차다 ㅎㅎ


야근하다 예전 일 생각나서 적다보니 길어졌네

살다보면 ㅈ같은 일도 많고 생각처럼 안되는

일도 많지만 참고 열심히 살다보면

좋은 날이 올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