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위에서 말한 것처럼 꿈 없이 서울 상경한 슴넷 흙수저야.


간단하게 자기소개 올릴게.
IMF때 집안 무너져서 아버지 없는 고아될 뻔 했다가,
감사하게도 일주일만에 집 돌아오셔서 고아는 면했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깡패새끼들 오고가면서
돈 달라고 하는 건 기본, 3학년 때는 학원비를 못내서
더러운 원장이 원생들 보는 앞에서 돈 안준다 쪽줘서
학원 관뒀고, 옆집 사는 아저씨는 울아버지가 자기한테 빌려간
돈 안갚는다고 자식 새끼 다 보는 앞에서 술쳐먹고
동네방네 소리지르며 울 아버지 욕하시고,
집에 전화놔봐야 맨날 돈달라는 전화 받는게 일이여서
간신히 고3때 되고서야 집 전화 설치한 흙수저야.

줄이고 줄여서 쓴 건데도 서론이 너무 길었네.
여튼, 내 큰 고민은 그거야.

나는 어려서부터 집안 빚 갚는 게 유일한 꿈이였어.
그래서 나이 속이고 열다섯부터 창놈짓 빼고 안해본 일 없이
집안 빚 갚으면서 최근까지(작년초까지) 생활해왔거든.

솔직히 웃기지. 집안 빚 갚는 게 스물넷에 유일한 꿈이라니.
여튼, 나는 정말 그랬어.

근데 막상 빚을 갚고 나니까 행복함도 잠시더라고.
이제는 깡패새끼들도 안봐도 되고,
부모님 가슴 아픈 꼴도 안봐도 되는데

괜히 가슴이 먹먹해.

솔직히 꿈을 이루는 순간 어느 감동적인 게임 엔딩에서 처럼
내 인생도 해피엔딩 탄탄대로일 줄 알았는데
당연하게도 내일은 내일의 해가 떠오르더라고.

이제 날 위해 살아야 되는데, 빚 갚는 거 말곤 해놓은 게 없어.
뭘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까고 말하면 고딩 때는 대학교가고 싶었는데 학비가 없어서
고3에 현장실습 나와서 빚갚고 뭐하다보니 벌써 슴넷이더라.

최종학력 고졸에 빚 갚고 수중에 가진 돈 2500만 가지고서
이대로 살면 안되겠다 싶어서 다니던 직장 때려치고 뜬금없이
대전떠서 서울 신림 고시촌에 원룸 잡고
알바로 생활중인데,

계속 꿈이 없는채로 살자니
내 인생한테도 내 주변 사람들한테도 미안해지기도 해서 말야.

괜히 동정표를 받고 싶은 게 아니고,
나도 한번뿐인 청춘 남들처럼 열정 넘치는 삶 좀 살고 싶다.
뭔가 수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