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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손절하는 게 맞을까?

흙갤러(175.210) 2024.10.17 14:58:40
조회 87 추천 0 댓글 2




나이는 이십대 후반이다. 

어릴 적에 집은 나름 부유했는데, 중학교 이후로 아버지 하는 사업이 기울더니

그대로 부도가 나버렸다. 어머니는 회생이고 아버지는 파산 까지 가야 하는데,

그걸로도 해결이 안 되는 개인 빚도 많았고, 가진 재산이라곤 하나도 없이 수십 억 단위의 빚만 남았다.

그래서 남은 기술로 다시 일어서보겠다고 조그마한 가게를 하나 열었다.

아버지 지인의 도움을 받아서, 내 명의로 하고 아버지 어머니 나 그렇게 일했지.


근데 참 착잡한 게,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참고 살았던 게 독이 됐던 거 같다.


손절할 타이밍을 놓쳤다고나 할까.


그냥 그때는 무작정 아버지 어머니 하는 일 도와서 집안을 살리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음.

동생도 하나 있고, 그래도 동생은 대학이라도 보내보자는 생각으로 진짜 급여도 없이

이십 대를 다 날렸는데, 남은 게 없네.



십대를 되돌아 살펴보면,

아버지라는 사람은 집안에 관심이 없이 놀러만 다니고 

어머니는 고부갈등으로 허구헌날 집을 나갔다가 들어왔다.

그러고는 부모가 밖에서 조금이라도 기분나쁜 일을 겪고 돌아오면

항상 술마시고 나와 내 동생한테 화풀이 하는 게 일상이었음.


진짜 사소한 거, 혹은 어처구니 없는 거, 구실이라도 하나 잡히면

그거 가지고 일주일이고 한달이고 사람 투명인간 취급하고 말도 안 걸고

개무시하는 거, 그거 한 두번 당해보면 진짜 못견딘다.

결국 부모가 먼저 잘못해도 늘 나와 내 동생이 고개 숙이고 사과하고

비위맞추고 분위기 살펴가면서 살다보니까 눈치만 늘고 숨은 못 쉬겠더라.



하나 예를 들자면, 어디 잠깐 같이 장보러 갈래? 했을 때,

안가면 이제 일주일 동안 말도 없고 밥도 없음.

그냥 수족처럼 부려지는 듯한 삶이 십대의 전부였었다.



두 사람 다 사람 위에 올라타서 명령하는 것만 좋아해서인지

잡다한 심부름이고 뭐고 그냥 다 해야 했고,

삼십 분이 넘는 거리를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싶다고 다녀오기도 했지. 

그거 안해주면 이제 한달간 말도 안섞어주니까.



근데 나이가 먹는다고 바뀌지는 않더라.

나는 개처럼 부모한테 봉사하는데, 부모는 조금만 좆같은 일 있으면

사소한 거 하나 물고들어와서는 다시 위에 일을 반복하게 된다.


내가 내 명의로 하는 장사였지만, 이십대 초반이 뭘 안다고.

그래서 자연스레 부모 의존도가 많아졌는데, 비위 한번 잘못맞추면

이제는 그 장사가지고도 협박을 해대기도 해. 



근데 어떻게 참냐?



나는 일주일 내내 혼자 무거운 짐 옮기고

적재하고 손님 상대하고 다 하는데

부모라는 두 놈이 쌍으로 손잡고 아는 사람이랑 골프치러 다니는데?

내가 한달 내내 이러고 있다가 허리가 너무 아파서 잠시 쉬었더니

곧바로 전화해서 내 탓 하더라.


너가 그딴식으로 하면 부모가 뭘 믿고 놀러다니냐고.



나는 술도 담배도 안하고,

취미고 뭐고 없다. 조그마한 방에서 오래된 컴퓨터 하나 가지고

옛날에 했던 게임 한 두판 하는게 내 인생의 전부인 행복이었는데,

그 이상은 돈을 쓰는 게 무서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데,


부모는 골프나 치러 다니고, 매일 술자리에서 수십만원씩 접대라는 명목으로 펑펑 써대고

여행이나 다녀오고 있는 꼴을 보면 도대체 회사 부도낸 게 누군지 구분도 안 된다.




그럼에도 난 살고 싶다.

죽고 싶다는 생각보다 악착같이 살아서

끝내 모든 걸 이겨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좆같다.

뭔가를 해낼려면 부모를 손절해야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게,

하는 게 맞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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