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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해서 도벽이 있었다

ㅇㅇ(121.175) 2015.11.01 01:32:19
조회 189 추천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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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자랑이 아닌 걸 밝혀두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은 채 잊고 살아왔는데 흙갤러들의 과거사를 보고 있자니 그 기억이 밀려와서 써 본다.


도둑질 최초의 기억은 역시 엄마 지갑이다.

사실 흙수저라 엄마 지갑이래봤자 동전지갑 비슷한 거, 아님 그냥 옷 주머니겠지만 100원, 500원씩 야금야금 빼 썼다.

들킬까봐 조마조마하고 들켰던 적도 있었던 거 같지만, 어쨌든 용돈이 300원을 넘어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90대 초~중반) 돈이 너무 필요했다. 과자를 먹고 싶었다.

그때 당시 IMF가 터졌는데 새콤달콤이 100원에서 200원으로 오른 게 가장 충격이었다. 그야 2배나 올랐으니까.


다음은 집 저금통이다.

항상 묵직했고 가끔 500원, 천 원짜리가 들어가 있을 때도 있었는데 여는 부분이 없어서 동전 투입구에 가위 날을 비집어 넣고 비트는 식으로 빼냈다.

입구에 자국이 조금 남긴 했지만 많이도 빼먹었다. 500원 빼냈을 때 너무 행복했다.


남의 집 잔돈.

친구나 이웃집에 놀러가서 서랍장 위나 탁자에 아무렇게나 놓아둔 동전을 슬쩍한다.

우리집은 그렇게 방치하는 일이 없어서 이런 점에도 빈부가 느껴졌다.

많이 집어간 적은 없고 대개 티 나지 않게 천 원 이하.

언제는 한 번 그래도 티날 거 같아서 아예 3~4천원 돼 보이는 동전을 전부 집어나온 적이 있는데, 걸릴까 무서워서 도로 갖다놓고 왔었다.

이 '남의 집 돈을 탐내는 못된 버릇'은 기억날만큼 적은 횟수긴 하지만 중학교 때까지 이어졌다.

만 원짜리를 빼내어 사고 싶은 책을 사거나, 학용품을 샀다.

한 친구가 눈치를 챘음에도 시치미를 뗐다.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정중하게 만일 훔쳤으면 돌려달라고 말해줬는데도 말이다.


남의 물건.

학교 친구들 물건을 훔친 기억은 없지만 도둑질 중 제일 인상에 남는 게 있다.

바로 스승의 날에 선생님 선물 훔치기.

사람들이 많이 오가고 분주한 틈에 어떤 봉투? 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탐이 나서 훔쳐서 하교했다.

하굣길에 열어보니 무려 상품권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지금은 망한 야후!코리아 마크가 찍혀있고 보라색이었다. 얼마짜린진 기억 안 나지만 5천원~만 원이었을 듯.

열 장은 됐던 걸로 기억한다. 생전에 그렇게 많은 '쓸 수 있는 돈'을 쥔 건 처음이었다.

촌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상품권은 도둑놈 제자가 책을 사거나 학용품을 사는 용도로 모두 없애버렸다.


책.

책을 좋아했었다. 보지 말고 자라고 불을 꺼도 이불 속에서 손전등을 켜놓고 봤다.

집에는 줏어오거나 얻어온 낡고 더러운 어린이 도서밖에 없어서 싫었다.

가족끼리 책을 사러 간 적이 딱 한 번 있었는데 아마 중고서점이나 도매하는 곳이었던 거 같다. 아무튼 거기서 질 낮은 책 몇 권을 선물 받은 기억이 난다. 무려 아빠가 OO에게 199X년 X월 X일. 이런 문구까지 적혀진.

그런 불우한 환경이다보니 책에 대한 갈망이 엄청 났다. 잘사는 친구나 언니집에 가서 비싼 백과사전 종이 감촉을 느끼며 들여다볼 때는 정말 행복했다.

아무튼 초등 고학년 때는 도서실에서 자주 갔는데 책의 내용만 머리에 담아가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책'이란 걸 나 자신이 소유하고 싶어졌다.

별로 좋아하는 책이 아니지만 표지가 마음에 드는 걸 골라 한 권을 가방에 담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하교했다.

그 뒤로 책을 훔친 적은 없지만 내용이 좋을 걸로 골라올걸 하고 후회는 해봤다.


큰 돈.

엄마는 생활비를 아버지에게 타서 생활했다.

그럼 당연히 어딘가 감춰두었을 것이다.

나는 그때 돈에 대한 갈망으로 어딘가 미쳤던 것 같다.

가족이 모두 외출한 집 안을 미친듯이 뒤졌다.

그래도 동전 하나 나오지 않았다.

뚫어져라 벽에 걸린 시계를 봤다.

그리고 뭔가에 홀린 듯이 시계를 옆으로 젖혔다.

시계 뒤에 흰 돈 봉투가 툭 하고 떨어졌다.

감히 세어보지 못할 정도로 나에게 큰 돈이었다.

만 원 한 두장과 천원을 빼내고 나머지를 나만 아는 곳에 감춰두었다.

그 돈으로 군것질을 하고 처음으로 서점에서 7천원이 넘는 최신 서적을 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는 혼이 나간 얼굴로 돈을 숨겼으면 달라고 애원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쪼들리면서 겨우겨우 가족이 생활할 수 있는 액수였을 거다.

나는 바로 실토하고 돈을 돌려드렸다.

그 날 이후 나는 엄마의 돈을 훔치지 않게 되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이런 도벽은 자연스럽게 고쳐졌다.

왜냐면 용돈을 많이 받으면서 생활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가난해도 내가 공부를 열심히했기 때문에 금전적으로 잘 봐주셨다.

물론 불량한 양심은 완전히 고쳐지지 않아서 고등학교 서클 회계비 일부를 남겨먹는다든지, 급하면 남의 돈에 손을 대고 다시 채워넣는 위험천만한 짓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이젠 이런 남 부끄러운 과거사를 떠올리기가 싫어서라도 도둑질을 하지 않고, 하지 않으려 하며 살고 있다.

돈을 봐도 욕심이 나지 않는다. 필요한 건 돈이 아니라 물건이고, 나는 스스로 돈을 벌고 있다.

읽느라 불쾌한 감정도 들었겠고, 과거는 되돌리지 못하지만 이렇게 한 번 털어놓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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