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러샤 종일반 하고 왔어
조지우 자체 첫공하는 김에 조바고와 홍바고를 하루에 몰아보고 싶어서 무리한 일정을 계획
결국 어제 밤에 떡실신 ㅋㅋㅋㅋ

근데 그 무리한 일정을 다녀온 보람이 있었어
어제 두 공연을 연속해서 보면서 조바고와 홍바고가 표현하고자 했던 게 무엇인지 더 명확하게 보인 느낌이었거든

조바고 공연을 보면서 내내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갔어 긴장감이 넘쳐흘렀지
저 사람의 인생은 참 힘겹고 치열하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어

반면에 홍바고의 공연은 내내 안타깝고 서글프고 안쓰러웠지 품어주고 싶은 사람이었어
비슷한 것 같지만 전혀 다른 느낌, 전혀 다른 사람이었어

그게 정말 명확하게 드러나는게 마지막 파샤와의 대면씬
에전에 어떤 글에서 이 두 사람의 대화씬을 노래로 표현하면 어떻겠냐는 글을 본 것 같은데
나는 이 장면만큼은 연극처럼 두 사람이 끌어나가는 게 더 좋은 것 같아
대사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 진중하고 묵직하게..
이인극처럼 두 배우가, 지바고와 파샤라는 상반된 인생을 산 두 사람의 가치관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그 장면이
이 극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장면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건 삶으로 채워져, 인생으로.. 라고 말하는 조바고는
그 대사처럼 명확한 목표와 확신을 가지고 사는 것, 그 신념에 따라 사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게 극 전체에서 느껴져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결단을 내리는 사람
도화선을 품고 사는 조바고는 자신의 열정의 불꽃인 라라를 만나 뜨겁게 불타오르고 하얗게 다 태워버리는 그런 사람이라는 느낌이야

하지만 모든 건 생명으로 채워져..라고 말하는 홍바고는
살아 숨쉰다는 것, 살아있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 그 자체를 소중히 여기고 생명 그 자체에 의미를 주는 사람
조바고에 비하면 우유부단하고 시대에 휩쓸리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지만..
그 시대의 흐름조차 생명의 흐름이라 여기고 다 자기 안에 품고 보듬고 승화시키는 사람..
그래서 물처럼 부드럽게 흘러가는 홍바고는 열정의 불꽃 라라를 만나 자신의 모든 걸 다 승화시키고 공기처럼 날아가버린 사람이라는 느낌..

어느쪽이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두 배우의 성품이 그대로 드러나는 그런 해석인 것 같아
두 사람의 공연을 연달아보고나니 머리속이 멍하고 길바닥에 내 정신을 다 떨어뜨려놓고 온 것마냥 정신이 없었는데
그래도 하루가 지나고나니 이렇게 정리가 되더라구..

아 마무리를 어떻게 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이 두 배우, 정말 대단해.. 같은 대사 같은 장면 같은 동선인데도 이렇게 전혀 다른 두 인물을 표현해낼 수 있다는 게 참 대단하고
그렇게 많은 생각의 여지를 주는 지바고가 참 좋으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