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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쿠사 근처 호텔프론트에서 일하는 사람 일기(3월 11일)

alv-(180.11) 2011.03.12 02:24:03
조회 491 추천 1 댓글 11

지금 일 끝났음

 

일단 순서대로 적으면

 

2시였나? 갑자기 위아래로 격한 진동이 느껴져서

 

책상 밑으로 숨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잠깐 지진이 멈추더니 이번엔 양옆으로 엄청나게 흔들리더라

 

바로 책상 밑으로 숨었는데

 

수 분이 지나도록 흔들림이 멈추질 않더라

 

평소에 단단하게만 생각했던 땅바닥이

 

거센 파도에 흔들리는 배처럼 진짜 마구 흔들리는데

 

건물이 갑자기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어

 

벽에서는 찌직 찌직하고 삐걱이는 소리가 나고

 

건물이 무너지면 바로 깔려 죽는건가...

 

아 지금 바로 엄마한테 전화를 할까...

 

하는 생각을 하던 무렵 지진이 멈췄는데

 

다행히 건물에는 별 피해가 없더라

 

그냥 익사이팅한 경험이었다 생각하면서

 

프론트에 앉아있는데

 

한 한시간쯤 지난 다음부터 갑자기 손님이 물밀 듯이 들어오더라

 

지금 시기에는 30개 방 중에서 10개만 차도 굉장히 방이 많이 찬건데

 

오늘은 완전히 \'만실\'이 됐어

 

근데 손님을 방에 보내려고 해도

 

고층은 거진 tv나 기물같은데 바닥에 떨어져 있고

 

얼마나 흔들림이 심했는지

 

문고리라고 하나? 잠그는 열쇠 말고 체인처럼 걸어두면 문이 살짝만 열리게 되어 있는...

 

그 막대가 안쪽에서 걸려져 있더라(전체 방의 30%정도?)

 

덕분에 우리 호텔 쇠걸이는 두꺼운 종이로 10초만에 열 수 있게 됐지 ㅎㅎ

 

혼자 프론트 있었으면 진짜 앞이 깜깜했을텐데

 

다른 비번인 분들이 도와주셔서

 

그나마 쉽게 일했던 것 같아

 

낡은 건물은 위험해서, 집이 너무 지저분해서,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되서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 나왔는데

 

이 근처 호텔은 6시쯤부터 다 만실이더라

 

호텔방 찾는 주민분하고 이야기했는데

 

근처의 호텔은 다 찾아봤지만 벌써 다 만실이라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6시밖에 안됐는데도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새벽 1시에도 방이 있냐고 문의하는 손님이 계속 들어온다

 

방을 못 찾은 사람들은 열차 운행도 중단되어서

 

걸어서 집에 가거나 이 근처에서 밤을 지새워야 되겠지

 

자전거 가게도 오늘 특수를 누렸다고 하더라 ㅎㅎ아예 사갖고 집에 가려는 사람이 많아서

 

예전에 도보여행할 때 비오는 날 가게 처마 밑에서 밤을 지새운 적이 있는데

 

다른 때는 두꺼워서 덥게 느껴졌던 신발이었는데

 

아무 것도 없이 밖에서 쪼그리고 앉아 있던 그 날 밤 발은 왜 그렇게 시려웠는지 ㅎㅎ

 

아쉬운 얼굴로 돌아갔던 사람들이 밖에서 그런 경험을 할 걸 생각하니....

 

 

전화도 연결이 안되서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도 팩스가 안오면 예약 확인을 못하는데

 

팩스가 안와서.... 만실이 되었는데도 왔다가신 분들이 꽤 됐다

 

그중에 한분은 다른 호텔에서 보내서 오셨는데

 

그 호텔도 만실이라 (인터넷 확인시 잔실이 있는 걸로 나오는)우리 호텔로 예약을 하고 보낸 모양이더라

 

그 호텔 전화해서 팩스 확인이 안되서 만실인 상태에서 예약을 받은거다

 

라고 설명을 하니까 그건 그쪽 잘못이니까 그쪽에서 책임을 져라

 

라는 식으로 말하더라고

 

인터넷에서 예약하면 손님은 예약이 완료되지만

 

우리한테는 전달이 안되는...그런 상황인데 어떡하라는 건지...

 

할 수 없이 내방에 있던 짐 빼고 손님 주무시게 했다

 

돈 안받고 ㅎㅎ

 

 

그 호텔 여직원이 나중에는 우린 할 거 다했으니까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짜증내길래

 

살짝 싸우긴 했지만(근데 그 호텔 직원이 잘못한 건 아니니까)

 

그거 말고는 오늘 근처 주민분들하고 엄청 많은 대화를 하고

 

\'지진\'이라는 위협 앞에서 그 사람들과 한 울타리 안에 들어갔었지

 

칭찬도 많이 받고

 

감사도 많이 받고

 

멀리 느꼈던 그들을 가깝게 느끼고

 

필요할 때 필요한 걸 제공했다는 만족감이나

 

내가 해야할 일을 다했다는 성취감이나

 

지진에 가슴 졸였던 순간까지

 

의미있었다고 느낀 날이었다

 

아마 오늘은 많은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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