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에 하도 당해서 안 보다가 김태우랑 김창완이 나온다고 해서 보게 됐다. 사실 배우야 어떻든 드라마는 얼마든지 그지 같이 뽑힐 수 있기 때문에 아무 기대 안 하고 봤는데 오늘 막판에 배째지도록 웃음.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분위기와 진짜 비슷했음.
그래서 이 드라마에 약간의 희망을 갖고 지금까지의 관전 포인트와 희망사항을 적어봤다.

1. 주인공의 표정

주인공이 ㅈㄴ 또라이 새기란 걸 대사와 행동뿐만 아니라 표정으로도 한눈에 알 수 있다. 도경수가 인물을 어떻게 표현해낼지 연구를 많이 한 듯.
용의자에 유독 집착할 때 보이는 표정인데, 주변은 안중에도 없고 삐딱하게 멍하니 노려본다. 땡그란 눈알에 조용히 스며들어 있는 똘끼가 압권. 또 주인공이 다음 순간에 상대를 어떻게 엿 먹일까 싶어 눈알을 떼굴떼굴 굴리는 표정도 잘 봐두고.
마찬가지로 용의자 검거를 위해 대형사고를 싸질러 놓고 짓는 뻔뻔한 표정도 볼수록 웃김. 2화 공항 장면이라고는 말 안 하겠음.

2. 중년 배우들과 극중 역할

김태우, 김창완이야 굳이 말 안 해도 레전드급이고 차장검사 배우는 이번에 처음 봤는데 ㅈㄴ 연기 잘 한다.
고압적인 태도와 천하의 개쌍놈 인성짓 말고도 2화 막판에 자지러지는 장면은 차장검사의 연기가 뒷받침해주지 않았으면 이렇게 살아나지도 않았음.

1) 김창완
배역이 법무법인 대표로 되어 있다. 아마 네임드 배우이니만큼 최종 보스가 유력하지 싶은데. 그렇다면 과연 '오수재'의 허준호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인가?
보통 이런 권력 고발형 드라마에서는 최종 보스로 구K1을 많이들 설정하더라. 마음대로 지어낼 수 있는 재벌기업 사장이나 회장도 단골 손님이고.
대통령이나 관료는 좀 위험해서 그런가? 자리가 하나라서 현실에 바로 대입될 거고.
아무래도 구K1이 쪽수도 많은 데다 보스로 내세우고 거꾸러뜨리기엔 부담이 덜하니까. 그래도 이왕 김창완 캐스팅 했으면 고위 공직자로 내보내 주지. 좀 아쉽긴 함.

2) 김태우
부장 검사답게 ㅈㄴ 인텔리로 나옴.
인물 소개가 호평 일색이네. 배우의 경력에 비추어 보면 의외로 선역이라 의외로 참신한 배역인데. 다만 엄청난 연기 스펙트럼을 생각해 보면 다소 평면적인 인물로 보일 듯하다. 이것도 좀 아쉬운 점.
3화 예고 보니까 차장 검사 앞에서 조직의 암덩어리를 제거하겠다 선언하는데, 인물을 좀 비틀어서 냈으면 더 재밌었을지도.
주인공 덕에 경쟁자가 제거되는 바람에 검사장까지 가지만 알고보니 선하고 신사다운 모습은 대외용 이미지일 뿐이고, 사실 본인이 정의임을 교묘하게 설파하며 배후에서 사람 조종을 잘한다든가.
하지만 연기를 잘하니까 뭐든 괜찮다.
주인공은 컨트롤 하기가 불가능한 미친 개라서 김태우가 검사장으로서 진정 빅똥 뒤치다꺼리 한다고 쩔쩔매는 광경도 웃길 것 같음.
마침 관상도 부처님 상이다.

3. 주인공의 참신한 복수 방법

주인공은 무조건 당하면 갚아주는 성격이다. 한번 용의자로 점찍히면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검거할 찰거머리이기도 함.
그걸 2화에서 아주 잘 보여줬는데 이 주인공의 복수가 진부하지 않으면서도 다양하고 참신하게 미친 방법이어야만 앞으로 이 드라마가 성공할 거라 봄.
주인공이 분명 되갚아주리란 것은 누구나 예상하지만 그게 설마 2화 공항, 막판 장면처럼 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테니까.
검사 소재로 이왕 판타지 노선 잡았으니 노빠꾸 직진으로 가자. 웃긴 게 최고다.
앞으로 중간 보스, 최종 보스로 진행하면서 주인공이 분노에 사로잡힌 나머지 자칫 지극히 진지하고 상식적이며 고지식한 복수는 하지 않길 바란다.
그러면 순식간에 노잼 되기 십상임.

끝으로 나는 이 드라마가 노잼 되면 미련없이 버리고 떠남.
그러니까 제작진이 오늘처럼 웃기고 미친 드라마를 꾸준히 유지해줬으면 좋겠다.
난 조장풍처럼만 드라마 마무리해줘도 대성공 했다고 박수쳐줄 것임.